이 성명은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이 2월 16일에 발표한 것이다. 국제사회주의경향에는 서방과 러시아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포함돼 있고, 한국에서는 노동자연대가 속해 있다


1. 우크라이나 위기로 유럽에 끔찍한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 위기의 본질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 블록(미국과 그의 유럽 동맹국들)과 그보다는 약하지만 잔인하기는 매한가지인 또 다른 제국주의 세력(러시아)이 충돌하는 것이다. 양측 모두에게 우크라이나는 장기판의 말일 뿐이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노동계급의 이해관계에는 어긋난다. 이번 위기에 연루된 나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자국’ 정부에 반대하는 것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2. 이번 위기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병력을 집결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푸틴은 이런 위협적 행보를 정당화하려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유대라는 대러시아 국수주의적 환상을 들먹이는 동시에, 미국이 나토(NATO)와 유럽연합의 동쪽 확장을 추진해 온 것에 대한 오랜 불만을 다시금 표출했다. 특히,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과 나토 병력을 중부와 동부 유럽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해 왔다.

3. [미국의]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정부가 나토와 유럽연합이 중부와 동부 유럽에서 과거 스탈린주의 진영에 속했던 국가들을 받아들이며 확장하도록 주도했고, 그 목표가 서방 제국주의의 영향력을 유라시아 대륙 더 깊숙한 곳까지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명백한 진실이다. 미국의 이런 정책은 1990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가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했던 약속을 깨뜨린 것이다. 당시 소련은 이 약속에 따라 독일이 통일 후 나토에 가입하는 것에 동의한 바 있다.

4. 푸틴은 국제 노동계급의 친구가 결코 아니다. 그는 억압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을 이끄는 동시에 대러시아 국수주의를 부추겨 이데올로기적 지지를 얻으려 하고, 러시아의 군사력을 재건해 이른바 ‘가까운 외국’[옛 소련의 일부였던 국가]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 대표적으로 체첸의 독립 운동을 무력으로 짓밟은 것, 2008년 조지아[당시 이름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인 것,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대중 항쟁에 맞서 개입한 것이 있다. 더 먼 곳으로는 시리아에서 러시아군을 동원해 잔혹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구해 준 것이 있다.

5. 그럼에도 이번 위기를 고조시킨 것은 미국이고, 영국의 엉망진창인 보리스 존슨 정부도 이를 부추겼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푸틴의 주요 요구를 진지하게 고려하길 거부했고, (친서방 성향인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의에도 아랑곳 않고) 전쟁 위기에 기름을 붓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고,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더 많은 병력을 러시아 국경 쪽에 배치시켰다.

6. 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20세기에 이미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제1차세계대전, 러시아 혁명에 맞서는 반혁명 군대의 침입, 1930년대 스탈린의 농업 강제 집산화, 1941년 나치의 소련 침공까지. 우크라이나인들은 1991년에 민족 자결권을 행사했고 이는 소련 해체의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그 뒤에도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패하고 서로 경쟁하는 올리가르히* 패거리들에게 지배당해야 했는데 이제 그 올리가르히들은 각각 서방과 러시아 쪽에 기대고 있다. 2014년 이래로 우크라이나의 일부 동남부 지역에서는 중앙 정부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과 상시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나토군이든 러시아군이든 더 많은 군대는 필요하지 않다!

7. 서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고조시키는 데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세계적 경쟁이 연관돼 있다. 바이든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에게 중국의 대만 강제 병합 시도를 일절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려 한다.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푸틴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런 대결로 국제 지배 체제가 제국주의 블록 간 경쟁 구도로 파편화될 수 있고, 그만큼 인류 전체를 파괴시킬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8.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 러시아와 나토 병력 모두 철수하라!
  • 나토는 확장이 아니라 해산해야 한다!
  • 유럽을 비무장화하라!
  • 군비 경쟁을 중단하라! 그에 낭비되는 자원은 빈곤과 기후 변화 대응에 대신 쓰여야 한다!

9. 우리는 제1차세계대전 당시 어느 쪽에도 편들기를 거부했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정치적 전통을 따른다. 이 전통을 이끈 레닌과 로자 룩셈부르크는, 자본 간 축적 경쟁 탓에 필연적으로 전쟁이 발발하는 제국주의 체제에서 벗어날 길은 오로지 국제 사회주의 혁명뿐이라고 봤다. 룩셈부르크의 동지였던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주창한 구호 “주적은 국내에 있다”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따라야 할 표어다.

2022년 2월 16일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러시아 vs 우크라이나·서방, 전쟁으로 가나?

– 일시: 2월 17일(목) 오후 8시

– 발제: 김준효(〈노동자 연대〉 국제 담당 기자)

 온라인 토론회 녹화 영상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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