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계획이다. 최근 공개된 연준의 1월 회의록을 보면,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2015년 이후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연준은 2008년 금융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0.25퍼센트로 낮췄던 금리를 2015년 이후 3년간 2.5퍼센트로 8차례 인상했다. 당시 금리 인상으로 아르헨티나, 터키 등 여러 신흥국들이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연준은 3월부터 시작해 올해에만 네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0.25퍼센트에서 내년에는 2퍼센트로 오르는 것이다. 또 시중의 채권 등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도 빠르게 축소하려 한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의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1월 연준 회의록에서 물가는 무려 73차례나 언급됐다. 올해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7.5퍼센트나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위축됐던 수요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공급 차질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도 최근 물가 상승의 핵심 요소인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물가 급등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노동자·서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가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물가 억제 정책을 적극 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들은 이런 정책이 아니라 금리 인상이라는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오히려 부채 위기를 촉발해, 노동자·서민을 더 큰 고통으로 몰아갈 수 있다.

부채 위기

전 세계 부채는 300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세계 GDP의 355퍼센트이다. 이자율이 1퍼센트포인트 인상되면 이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조 달러에서 16조 달러(세계 GDP의 19퍼센트)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 가계, 정부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신흥국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시달릴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를 보면, 현재 저소득 국가의 약 절반이 채무 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외화가 유출되고 자금난이 악화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은 이미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0.5퍼센트에서 1.25퍼센트로).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을 억제했고, 서민의 금리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가계대출 금리 인상 폭은 기준금리 인상 폭의 세 배에 이른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1800조 원이 넘어서 금리 인상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금리가 1퍼센트만 올라도 이자 비용이 연간 18조 원씩 늘어난다.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1년 전 4.2퍼센트에서 최근 5.5퍼센트로 올랐는데, 5억 원을 빌린 경우 이자가 연간 2100만 원에서 2750만 원으로 600만 원 넘게 오르는 것이다.

한편, 집값은 최근 하락세로 바뀌고 있다. 서울 집값도 최근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IMF는 지난해 10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선진국은 14퍼센트, 신흥국은 22퍼센트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영끌”해서 주택을 마련한 사람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10퍼센트가 이자를 내지 못했고, 4.5퍼센트가 주택이 압류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집값 급등기에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한 사람들 중에는 20~30대 청년 비율이 높다. 지난해 서울아파트 매입자 중 40퍼센트가 20~30대였다.

당분간 금리가 계속 오르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반면 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두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인 케이비(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14조 5429억 원을 기록했다. 그 전년보다 무려 35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이들의 순 이자 이익은 34조 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5퍼센트 늘었다.

서민 이자 지원, 부채 탕감 정책이 확대돼야

금리 인상으로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서민에게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이자를 감면하고, 취약층의 부채는 탕감해야 한다.

우파들은 이런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며 반대하지만, 생계를 위해 빚을 내 버티던 사람들에게 이런 딱지를 붙이는 것은 얼토당토않다. 커져 가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기본대출 정책을 공약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낮은 이자율로 손쉽게 돈을 빌려 주는 정책을 낸 바 있다.(그런데 기본대출 한도가 1000만 원이라 전혀 충분치 않고, 금리도 3퍼센트 수준이라 서민 지원 효과가 부족하다.)

심상정 후보는 청년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코로나 부채 경감 정책을 내놨다.

이런 정책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또 청년과 자영업자뿐 아니라 노동자들 중에서도 해고와 소득 감소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자·서민의 생계형 대출에 대한 부채 탕감 정책도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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