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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vs 우크라이나·서방, 전쟁으로 가나?’ 토론회:
시청자 전화 발언

이 글은 2월 17일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러시아 vs 우크라이나·서방, 전쟁으로 가나?’에서 시청자의 전화 발언을 축약한 것이다. 전체 발언은 노동자연대TV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온라인 토론회 발제문] 러시아 vs 우크라이나·서방, 전쟁으로 가나?”를 읽으시오.

“핵무기 있었어도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

김영익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게 된 핵탄두 ⓒ출처 우크라이나의 전략 미사일 부대 박물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랬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갈등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을 것이다.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우크라이나에 있던 소련의 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정부가 인수하면서 졸지에 우크라이나가 세계 3위의 핵 보유국이 됐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각서에 서명했는데, 2000년에야 비핵화 과정을 대략 마무리한다. 1991년 이후 각서에 서명하기까지 몇 년이 흘렀던 것은, 우크라이나 지배자들이 핵무기 포기를 주저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에는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의 압력도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지배자들이 보기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서방한테 경제 협력과 지원을 얻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잠시 핵무기를 갖고 있는 기간에도 강대국들 간 제국주의적 경쟁이라는 장기판 위의 졸 신세를 면치 못했음을 보여 준다.

설령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해도 위험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더 위험했을 수도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계속 보유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이나 공격 시도를 한동안 주저했을 수는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를 더 경계했을 것이다.

만약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시도한다면, 러시아가 과연 지금처럼 재래식 병력 13만 명을 국경에 배치하는 정도로만 위협했을까?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과 공격(협박)을 했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는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사고로 엄청난 사람들이 희생됐고, 아직도 우크라이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소련 붕괴 당시 우크라이나 국민 다수가 핵무기 포기를 원했다.


“국제 협약으로 갈등 해결 기대하기 어려워”

차승일

이번 긴장을 해소할 방법으로 민스크 협정의 부활, 새 안보 협정 체결, 우크라이나 중립화 등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전쟁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금 상황에서 이 방안들은 시간을 잠시 벌어 줄 수도 있고, 그래서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이런 조처에 기대를 걸 수 있음도 인정한다.

그러나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전쟁을 벌인 우크라이나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 집단들이 2014년에 맺은 휴전 협정이다. 지금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등이 민스크 협정의 부활을 말하지만, 사실 이 협정은 지난 6년 동안 유명무실했다.

이 협정이 있는데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계속 교전이 벌어진 것이다. 오늘[2월 17일] 오후에도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 집단들을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폭격 사실을 부인했다.

새 안보 협정도 맺어지기가 힘들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게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도 금세 깨졌다. 러시아는 자신이 이미 수십 년 동안 약속을 위반당한 입장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고(故) 리영희 교수는 국제 협약은 휴지 조각이 되기가 매우 쉽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한국에 관련해서는 미국과 서방이 약속을 많이 어겨 왔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설사 새 안보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그 효과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중립화 방안 역시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현 대통령부터가 나토의 확실한 안보 보장을 바라고 있는 현실이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제국주의가 국가들 간 경쟁 체제이고 그래서 자본주의에서는 항구적 평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도 이것을 보여 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인들은 서로 원수 아냐”

장승준

나는 러시아인 하우스메이트와 같이 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는 국적이 러시아인데 그의 친동생은 국적이 우크라이나라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 한 나라(소련)였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두 나라는 (남북한과 달리) 사람들의 왕래도 활발하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두 나라가 전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번 위기가 순전히 제국주의 지배자들이 부추긴 것이지, 두 나라 민족이 불구대천의 원수라서 벌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면 [두 민족 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내 생각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좌파들이 우크라이나의 핵심적 문제들에 충분히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그간 우크라이나에서 빈부 격차 등 사회경제적 문제 혹은 제국주의 갈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노동자들이] 친러시아파와 친유럽파로 분열했다. 그런데 이때까지는 혁명적 좌파가 거기서 올바른 주장을 하며 성장할 기회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는 못했던 듯하다.

[우크라이나 사회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의 노름판에서 놀아나지 않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혁명적 좌파가 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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