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채용, 임금, 승진 관행 폐지" 2월 19일 비정규직 대행진 ⓒ이미진

오늘날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집 밖에서 일을 한다. 지난 40여 년 동안 여성 노동자는 꾸준히 늘어, 현재 한국 여성(15세 이상) 2명 중 1명이 일하고 있다. 여성들의 학력도 높아졌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도 늘었다. 평등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제 여성의 임금 노동은 한국 경제가 굴러가는 데에서도, 개별 가계의 소득에서도 핵심적 일부가 됐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 대다수의 처지는 여전히 고달프다.

여성 노동은 흔히 싼값에 이용되고, 공로도 잘 인정받지 못한다. 채용과 승진에서도 차별을 겪는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출산을 앞두고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갈등하고, 워킹맘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임금이다. 학력이 같아도, 나이가 같아도, 직업이 같아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이 유독 심하다. 지난해 한국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8퍼센트에 불과했다. 26년째 OECD에서 꼴찌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이 “구조적 여성 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한 것이 완전 헛소리인 이유다.

성별 임금 격차는 기업주들이 이윤을 위해 여성 차별을 적극 이용한 결과다. 그래서 여성이 집중된 직종 다수가 저임금이고(예컨대 돌봄 서비스), 같은 직종 내에서도 여성은 주로 하위직에서 일한다.

무엇보다 지배자들은 건강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길러 내는 일을 개별 가족에 전가하며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오늘날 아이 하나 낳아 대학까지 보내려면 직장인 10년치 연봉(동아일보 추산 3억 8198만 원)을 써야 하는데, 국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출산·양육기인 30대 여성들은 흔히 경력 단절을 겪는다. 경력 단절 여성은 지난해 150만 명이나 됐다(비취업 여성의 44퍼센트). 이후 여성이 재취업하는 일자리는 대개 저임금·비정규직이다. 나이가 들수록(20~50대), 경력이 쌓일수록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도 유리천장과 더불어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결과로 여성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다. 특히, 노인 여성 가구주는 3명 중 2명이 빈곤 상태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노동계급 등 서민층에 큰 타격을 줬고, 그중 여성이 받은 타격이 더 컸다. 해고, 무급휴가, 연차 강요, 임금 삭감 등.

많은 중장년 여성들이 질이 낮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강요받는다 ⓒ이미진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팍팍한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에 문재인 정부도 큰 책임이 있다.

문재인은 성별 임금 격차를 OECD 평균으로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대선 때 ‘성별 임금 공시제’ 같이 대단히 미흡한 공약을 내놓는 데 그쳤고, 이마저 기업주들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되지도 못했다. 집권 4년 차에야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 격차 현황 보고를 의무화한 정도다.

보육에 대한 투자도 인색했다. 공공사회지출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휴일이 10일로 확대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여성 노동자를 효과적으로 착취하는 데에는 열심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늘렸다. 지난 4년 동안 풀타임 일자리가 185만 개 사라졌고, 시간제 일자리는 229만 3000개 늘었다. 최저임금도 약간 인상했다가 도로 빼앗아 뒤통수를 세게 쳤다. 임금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직무급제는 ‘공정 임금’으로 호도하며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냉담했다. 톨게이트, 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들은 정부의 냉담, 무시, 때로 탄압 속에서 수개월 동안 거리에 있어야 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

주류 정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의 ‘여성 노동’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잇는 수준이다. “심혈을 기울”인다(정춘숙 선대위 여성위원장)는 것이 다시 한 번 ‘성평등 임금 공시제’이다. 그러나 임금 공시제는 차별의 현실을 드러내는 데 이점이 있겠지만, 이를 시정할 대안은 되기 어렵다. 육아휴직 확대(급여 현실화)도 내놨지만 그 수준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윤석열은 ‘여성 노동’ 정책이 거의 비어 있다. 출산·양육에 관한 대책을 내놓은 수준인데, 이는 지배계급 입장에서 ‘저출산 대응’과 여성 노동자의 효과적 착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조차 부족하고, 무엇보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걸 보면 내놓은 공약조차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둘 다 성 차별 기업을 좀더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심상정 후보가 ‘정의로운 임금 정책’이라며 직무급제를 제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금 인상 억제를 위해 공공기관들에 직무급제 도입을 압박해 왔는데, 이를 돕는 꼴이다. 직무급제는 성평등을 추진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공정한 직무 평가’는 불가능할뿐더러, 직무급제는 오히려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고 노동자를 이간질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관련 기사: 직무급제는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공정한 임금체계인가?, 〈노동자 연대〉 260호)

착취와 차별 강화에 맞서 계급투쟁이 진전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체제가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음도 보여 줬다. 교육, 보건, 돌봄 등 이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업종에 많은 여성들이 일한다.

이는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집단적 투쟁을 통해 사용자나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과 차별 완화는 전반적 계급투쟁 상황에 달려 있다.

예컨대 198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노동자 투쟁 물결 속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축소됐다.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들과 함께 대거 노조에 가입하고 투쟁에 활발히 나섰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성별 임금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노동자 연대〉 233호)

이처럼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계급투쟁이 크게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남녀 대립적 시각이 아니라, 여성 차별을 자본주의 이윤 체제의 동학 속에서 보며, 전체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하고 단결과 연대를 전진시킬 정치가 중요하다.


[편집자 주] 개정판에서는 “2020년에 꺾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부분을 삭제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9년 53.5퍼센트에서 2021년 53.3퍼센트로 거의 회복했다. 또한 여성 임금노동자 수는 2019년 908만 5000명에서 2021년 931만 2000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여성 고용이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장기적인 여성 노동자 증가 추세 자체가 꺾이지는 않았음을 보여 준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한국 여성의 삶과 지위, 얼마나 달라졌을까?

– 일시: 3월 17일(목) 오후 8시
– 발제: 최미진 (〈노동자 연대〉 기자, 《낙태, 여성이 선택할 권리》 공저자)

○ 참가 신청 https://bit.ly/0317-meeting
토론회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유튜브 접속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오늘날 여성의 처지는 양극단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한편에선 여성 차별을 단지 옛일로 치부하고, 다른 한편에선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수십 년간 여성의 삶과 지위는 얼마나 어떻게 변화했고, 여성 차별의 현주소는 어디일까요? 여성의 처지는 계급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런 변화가 여성 해방 운동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 문의: 02-2271-2395, 010-4909-2026(문자 가능), mail@workerssolidarity.org

– 카카오톡 1:1 오픈채팅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 노동자연대TV 채널에서 지난 온라인 토론회 영상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om/c/노동자연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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