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이 (2월 22일 현재) 57일을 넘어가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커져 가는 생계 부담 속에서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투쟁의 배경에는 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가 있다. CJ대한통운 사측은 과로사 방지 합의를 뒤엎고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부속합의서를 강요하고 있다.

노조의 대화 촉구에 사측은 뻔뻔하게도 자신들은 택배 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과 임금(수수료)을 좌지우지하면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측 편들기만 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의 한 주체였던 정부와 민주당이 지금 뭐 하고 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사용자 언론들은 일부 비조합원들의 파업 비난을 부각하며 정당성을 깎아내리려 한다. 그러나 이런 이간질은 사태의 본질을 흐려 사측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합의 이행, 부속합의서 폐기는 조합원·비조합원 가릴 것 없이 택배 노동자들 모두에게 이롭다.

다른 택배사 노동자들도 CJ대한통운 파업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2월 21일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는 우체국·롯데·한진·로젠 택배 노동자들도 참여해 1500여 명이 모였다.

필요한 것은 중재가 아닌 연대 투쟁 2월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 ⓒ이미진

하루 파업을 하고 참가한 한 롯데택배 노동자는 말했다. “CJ대한통운에서 [당일 배송, 주 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이 담긴] 부속합의서가 관철되면 롯데, 한진 등 줄줄이 부속합의서가 도입돼 일요일까지 나와서 일해야 할 겁니다.”

이날 집회 직후 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부분(3층) 해제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단식에 돌입했다. “(사측에)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3층 점거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농성 해제 결정을 아쉬워하면서도 지도부의 방침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본사 점거는 1층(약 50명)만 유지되고 있다.

노사 양측에 양보 촉구하는 중재 시도 경계해야

점거 농성 부분 해제는 90여 개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이 모인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사회적 합의 정신을 되살려 대화의 장을 열어 내야 한다”고 노·사·정에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공대위는 사측과 정부에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조에도 “대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작은 행동”을 보여 달라고 제안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고육지책”이라며 노조에 한발 물러서기를 호소했다.

이와 맞물려 노동운동 안팎에서 노사 양측에 양보와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점거 농성을 부분 해제하자, 사측은 되레 1층 점거도 해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경찰은 점거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진경호 위원장 등 8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을 죽음과 과로로 내모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노동자들에게 투쟁 수위를 낮추고 양보하라고 제안할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그리고 연대가 더 커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투쟁을 지원해야 한다.

그 점에서, 택배 파업이 장기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의 연대 부족 문제가 크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연대를 구축하고 확대할 의지를 보여 주지 않고 있다.

대선 시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소극적 행보도 매우 아쉽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택배 투쟁에 연대해 왔지만, 기층 당원들을 동원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심정도 복잡한 듯하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투지를 꺾지 않고 있다. 2월 22일에는 파업 노동자 120여 명이 CJ대한통운의 핵심 터미널인 곤지암메가허브 앞에서 대형 화물차량의 출차를 방해하는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투쟁에 확고히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어떤 맥락과 방향 속에서 대화가 열리느냐에 따라 성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등 주요 노동운동 조직의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