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법원은 트랜스젠더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육군은 여론의 압력을 받아 항소를 포기했다. 변 하사의 승리였다.

하지만 매우 뒤늦은 정의였다. 변 하사는 소송이 시작되기 한 달 전인 2021년 3월 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2월 27일로 추정된다. 다음 날인 2월 28일은 그가 예정대로 복무했다면 맞이했을 전역일이었다. 곧 사망 1주기다.

변 하사가 2020년 1월 처음 언론에 나와서 트랜스여성임을 커밍아웃하고, 원치 않는 강제 전역에 맞서 싸우다가 숨진 채 발견된 1년여 과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대중에게 각인됐고, 많은 사람들이 차별의 현실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더욱 그랬다.

사망 직후에 열린 추모 행동에 공지된 지 하루 만에 수백 명이 참가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여론 속에서 성소수자들의 요구에 냉담하던 민주당의 의원 일부도 차별금지법(평등법) 발의에 나섰다.

지난해 3월 국방부 앞 변희수 하사 추모 촛불 ⓒ이미진

변하지 않은 현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구조적 차별의 현실에는 별로 변화가 없다.

육군(과 국방부)은 어쩔 수 없이 항소를 포기했지만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군은 변 하사의 사망 시점을 시신이 발견된 3월 3일이라고 강변한다. 순직을 인정할 경우 져야 할 책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2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11판에 따라 ‘성 주체성 장애’를 (장애가 아니라는 취지의 용어인) ‘성별불일치’로 변경해 놓고도, 이를 여전히 심신장애 정신과 항목 안에 두고 있다.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위한 제도·조건 마련도 진척된 게 거의 없다. 변 하사 죽음 이후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장관 서욱(변 하사 강제 전역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군대 내 성소수자에 대한 실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센 비판 속에서 지난 12월에서야 겨우겨우 ‘트랜스젠더 군 복무’ 연구에 착수했을 뿐이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2020)’를 보면, 지정성별(태어날 때 법적으로 등록된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 239명 중 42.1퍼센트(109명)가 군 복무를 마쳤거나 현재 복무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보아도 적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군대에 있는 것이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에 따르면, 변 하사 강제 전역 사건 이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군에서 비정상인 취급을 받으며 강제로 쫓겨나거나(간부의 경우), 동료들에게 폭행·따돌림을 당할까 걱정된다는 불안감을 호소(병사의 경우)하는 상담이 많았다고 한다.

하루빨리 관련 법·제도가 마련되고, 트랜스젠더 군인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돼야 한다.

성소수자에게 상처 주는 주류 대선 후보들

한편, 온갖 공약이 난무하는 대선 상황 속에서도 주류 양당 대선 후보들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에게 상처만 주고 있다.

윤석열은 차별금지법이 “역차별”이라고 호도하며 공공연히 반대를 내세웠다. 이재명은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 요구를 외면했다.

군대 내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와 성소수자 권리 공개 지지 표명 의사를 묻는 국제앰네스티의 질의에 이재명은 “추진 불가”라고 답했다. 윤석열은 같은 질문에 “일부 추진”이라고 답했지만, 자신이 공공연히 반대해 온 차별금지법 제정에 “일부 추진”이라고 답한 걸 봐도 질문조차 보지 않고 성의없이 답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변 하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민주당 박주민과 권인숙 의원은 그런 이재명을 두둔했다.

이런 속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선 토론회에서 “변희수 하사 1주기에 차별금지법 제정하자”고 나선 것은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단비와 같았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도 성소수자들의 주요 요구를 모두 공약화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변희수 등장 이전과 달라야 한다. 트랜스젠더 차별에 분노하는 무시 못 할 여론이 존재하고,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운동도 폭이 넓어졌다.

변 하사의 사망 1주기를 기리며,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또 다른 변희수들이 차별받지 않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싸워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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