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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협상 지렛대 만들려는 시도

2월 27일 한국 정부는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 올해 들어 8번째 미사일 발사이다.

다음 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발사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 중요 시험”이었다고 했다. 이게 맞다면, 머지않아 북한 당국이 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발사할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 1월 5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자강도 전천군에서 시험 발사하는 모습 ⓒ출처 〈조선중앙TV〉

그런데 위성 발사에 쓰이는 우주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몇몇 사소한 차이를 빼면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ICBM 시험으로 간주해 왔고, 제재를 가해 왔다.

북한 당국이 위성을 실은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다면, 이를 계기로 긴장이 꽤 높아질 듯하다.

북한은 올해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중에는 극초음속미사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미사일 등이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진 와중에, 지금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한 셈이다.

러시아는 미국 제국주의의 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2008년 조지아 전쟁, 시리아 내전 개입 등) 영향력을 높여 왔고, 북한은 그런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다져 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국의 핵무력을 진전시키려 하는 것 같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것이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할 지렛대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즉, 북한의 최근 행보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북한 조선로동당은 제8차 당대회를 열어 대미, 대남 관계를 재고하고 “핵무력 건설을 중단없이 강행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김정은 총비서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핵실험·ICBM 시험 발사 중단을 끝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2019년 이후 북·미 대화는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훈련 같은 대북 군사 위협은 지속됐다. 대북 제재는 조금이라도 풀리기는커녕 바이든 정부하에서도 조금씩 더 강화됐다.

최근 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배치가 완료되는 등 한국군의 군비 증강도 상당하다. 한국의 군비 증가 속도는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이 점도 북한 당국에 커다란 압박이 됐을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대북 대화가 외교 우선순위에 들어 있고, 언제든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화 재개를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한 건 거의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이 염려하는 우려 해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한 적이 없다.”(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보면, 북한이 기습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상황은 달리 보인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지에서 점증하는 미·중 갈등, 이를 배경으로 한 한·미·일 관계 강화 움직임, 여전한 대북 제재와 군사 위협 등. 최근 한반도에서 점증하는 긴장의 큰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