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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확진자 급증:
일시 석방했다가 다시 구금하겠다는 정부

화성외국인보호소 당국이 일부 구금자를 한 달 기한으로 석방하고 있다. 구금된 이주민의 코로나 감염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뒤늦은 조처다. 감염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주민들을 감염시킨 셈이다.

2월 4일 화성보호소에서 이주민 1명과 직원 2명이 확진됐다. 그 후 확진자가 급증해 감염된 사람은 2월 11일 이주민만 20명을 넘었고, 2월 22일 이주민 49명과 직원 19명에 이르렀다. 150~200명으로 추정되는 구금 인원에 비춰 보면, 이주민 3~4명 중 1명이 확진된 것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이 접촉하고 있는 구금 이주민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보호소 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보호소 당국은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했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5일이 지난 2월 9일부터 밀접 접촉자 일부는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으로 이송·격리하고, 또 다른 일부는 일시 석방하기 시작한 듯 하다.

그러나 확산은 지속됐다. 급기야 2월 15일에 확진된 한 이주민은 증세가 심각했는지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른 시설로 이송된 밀접 접촉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곳에 함께 이송됐던 한 이주민은 열흘간 단식을 벌여 석방됐다고 한다.

보호소 당국은 그제서야 밀접 접촉자가 아닌 이주민들까지 일부 석방한 것으로 보인다. 2월 24일 〈한겨레〉 단독 보도를 보면, 2월 18일까지 38명을 석방했고 추가 석방 계획도 있다고 한다.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모든 인원을 석방했다면 감염이 이토록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보다 통제를 우선하는 보호소 당국의 태도와 정부의 방역 완화가 결합돼 큰 피해를 낳았다.

전시 행정 말고 완전 석방을 지난해 12월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시찰하는 법무부 장관 박범계 ⓒ출처 법무부

석방하면서도 통제 유지

보호소 당국은 이주민들을 일시 석방하면서도 통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보호일시해제’ 형식이라 석방된 이주민은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 유지된다. 그래서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도 없고 자기 이름으로 휴대폰도 개통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석방 기한이 한 달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현재의 보호소 내 감염이 가라앉더라도,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면 집단감염이 반복될 것이 뻔한데 말이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특히 난민 신청자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신체를 구금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구치소·교도소와 기본 구조가 본질적으로 같다. 밀폐된 곳에서 단체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확진자들을 지하실에 모아 놓고 방역복을 입은 직원이 식사를 전달해 주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확진자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입원 치료하고 나머지는 “재택치료”하고 있는데, 그것을 외국인보호소의 실정에 적용한 셈이다. 이들 중 누군가가 중증으로 악화됐을 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지 우려된다.

한 달 후 이런 위험한 곳에 제 발로 돌아가야 하는 이주민의 심정은 끔찍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화성보호소 당국은 생활치료센터나 다른 시설로 이송됐던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중 치료와 격리 기간이 끝난 일부를 이미 화성보호소로 돌려보내고 있다.

구금의 부당함 자인한 꼴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구금된 이주민을 석방하라는 요구가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단칼에 거부해 왔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수용된 인원이 정원의 60퍼센트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확진자 급증 사태는 설령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감염을 전혀 막을 수 없었음을 보여 준다. 게다가 보호소 당국은 이제 극구 꺼리던 일시 석방으로 밀집도를 낮추고 있다.

그동안 보호소 당국은 구금된 이주민이 기저 질환, 난민 심사·소송 준비, 체불 임금 문제 처리 등을 위해 일시 석방을 요구해도 거부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화성보호소는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피해자를 사건이 폭로된 뒤에도 무려 5개월이나 더 구금했다.

그런데 보호소 당국은 이번에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는 대거 석방하고 있다. 석방의 조건으로 요구하던 보증인과 보증금조차 없이 말이다.

“고문과 구금은 보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대위’가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봉투가면을 쓰고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구금된 이주민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또는 전쟁과 박해를 피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체류기간을 넘겼을 뿐이다. 정부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거나 혹은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는다며 내국인 노동자와 이간질하는 데 이용했다. 또 이런 논리를 이용해 야만적 단속추방과 이를 위한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정당화해 왔다.

그런데 ‘마중’ 활동가에 따르면, 보호소 당국은 단순히 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구금하던 사람들을 우선 석방하고 있다고 한다. 체류기간만 넘겨도 중범죄 취급하던 조처가 부당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일시 석방된 이주민들을 완전히 석방하고 합법적인 체류와 취업을 허용해야 한다. 또한 남아 있는 구금 이주민도 무조건 즉각 석방해야 한다. 장기 구금으로 거처가 마땅치 않은 경우 적절한 거주지도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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