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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 파업:
민주당의 중재는 노동조합에 양보 압력을 넣는 것이다

전국택배노조가 2월 28일에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당일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합의 정신 준수와 불신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데 따른 조처다.

2월 28일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소속 진성준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이 CJ대한통운 본사 앞 파업 농성장을 방문했다.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63일 만이다.

이에 맞춰 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택배 노동자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에 참가했던 주체들이 상호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요청했다.

민주당의 중재는 주로 노동조합에 양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제안문 첫 문장에서 “택배노조 파업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택배 사회적 합의 정신의 준수를 요청”했다.

또한 민주당은 CJ대한통운 사측에게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주길” 바란다는 말만 한 반면, 택배노조에게는 “파업 사태를 끝내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마치 노조 파업이 합의를 위태롭게 만든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진성준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대놓고 “파업을 풀어 주시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등이 소속된 CJ택배 공대위는 노동자들을 응원하면서도, 부적절하게도 양보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신정환

CJ대한통운 사용자의 약속 파기는 못 본 척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제안문을 보면, 파업이 장기화된 이유가 노사 간 상호 불신과 양보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완전 헛소리다.

노동자들이 생활비 대출까지 받으며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이는 것은 CJ대한통운 사측이 일방적으로 사회적 합의(분류 작업 인력 충원과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등)를 이행하지 않아서다.

더구나 사측은 대놓고 합의 파기도 추진 중이다. 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내모는 내용(당일 배송, 주 6일제 근무,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의 부속합의서 채택을 강행하려 한다.

정부도 무책임하게 합의 이행의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보여 주기 식 현장 조사를 하고는, 사측의 사회적 합의 이행이 “양호”하다는 결과를 발표해 사측을 편들었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의 제안문에는 사회적 합의의 주요 주체인 민주당 자신은 물론이고 사측과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집권당 정치인들로서의 자기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매우 뒤늦게 민주당이 사회적 대화를 소집하고 나선 것은 대선이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 택배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일 것이다.

대선에서 이재명이 열세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택배 파업을 원만히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줘, 사용자들에게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려 하는 것이다.

한편, 택배노조와 CJ택배공대위(이하 공대위)가 이런 민주당의 제안에 환영 입장을 낸 것은 아쉽다.

노조는 민주당의 대화 제안과 “전향적인 노력 촉구”에 대한 화답으로 본사 1층 점거 농성을 풀었다(파업은 지속한다).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며 2월 21일 본사 3층 점거 농성을 해제한 지 1주일 만이다. 공대위는 이번에도 노조에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제적 행보”를 요청했다.

지난 1주일간 택배노조가 선제 양보를 거듭하며 대리점연합회와 대화를 했지만, 사측은 오히려 더한층의 양보를 요구했다.

노조가 ‘부속합의서 즉각 철회’ 입장에서 ‘파업 복귀 후 논의’로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쟁의행위 일체 중단’과 ‘대체 배송 허용’을 조건으로 달았다.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고, 쟁의 효과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노조는 거부했다). 떡 하나를 내주니 아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꼴이다.

또한 사측은 파업 기간에 해고한 노동자 80명에 대한 해고 통보 철회도 하지 않고 있다. 민·형사상 고발 철회 요구도 거절했다.

경찰도 점거 농성과 관련해 25명에게 2월 28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기사를 작성 중인 3월 1일 현재, CJ대한통운 원청은 민주당의 대화 제안에 답이 없다. 원청은 윤석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대선 때까지 계속 버티려 할 수 있다. 대리점연합회는 파업부터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제안한 대화가 언제 열릴지, 무엇보다 그 결과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나올지 보장은 없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심각한 생계 부담 속에서도 두 달 넘게 파업을 지속(19일간의 본사 점거 농성 포함)하며 상당한 전투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에 비해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등의 투쟁 연대는 매우 미흡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등이 공대위 소속 단체인데, 공대위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면서도 부적절하게도 양보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이를 수용한 택배노조 지도부의 결정도 아쉽다.

대화 재개를 위한 거듭된 양보는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사기 유지에 좋지 않다.

대화의 성패는 대화장 밖 노동자들의 투쟁과 투지에 달려 있다. 민주노총 등 주요 노동운동 조직의 연대가 중요하다.

2월 21일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