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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최신 보고서:
사회주의냐 멸종이냐 하는 선택 앞에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는 기후변화 과학,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적응·취약성, 기후변화 완화를 다루는 3개의 실무그룹이 있는데, 각 그룹은 5~7년에 한 번씩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발간한다. 지난해 발간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 이어 2월 28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적응·취약성을 다룬 제2실무그룹 보고서가 나왔다. 이번 보고서는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들보다 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신 보고서는 기후 위기의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 준다.

이번 IPCC 보고서는 지난해 발표된 주요 보고서에 이어 나온 “영향·적응·취약성”에 관한 보고서이다. 기후변화가 인간 사회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 이번 보고서는 환경 위기의 “범위와 규모”가 이전에 추정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한다. 생물다양성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광범한 생태계의 악화”가 이미 일어났다.

지금도 취약계층은 홍수 등으로 죽을 확률이 15배 더 높은데, 기후변화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사진은 2011년 태국 ⓒ출처 Panidchapon22/shutterstock

기후 재앙을 막을 기회가 아직 남아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영구적 피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역설한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기후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근본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급속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IPCC 보고서는 일부 지역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생물종 멸종률이 2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온도가 3도까지 올라간다면 10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역대 IPCC 보고서들의 경고가 계속해서 강력해져 왔다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에게도 이번 보고서의 몇몇 결론은 충격을 준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안전한 식량과 물 공급은 후퇴하고 있다.” 그 탓에 사람과 동물 모두 새 질병이 늘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도 늘고 있다. 폭염은 특히 도시에서 더 흔하고 더 심각하며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고 “핵심 기반시설의 기능을 제약”하고 있다.

33억~36억 명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IPCC는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높은 신뢰도”를 갖고 주장한다. 또한 추가적으로 해안 지역에 사는 10억 명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상에 기후변화로 타격을 받지 않는 지역은 없다. 그러나 IPCC는 지역별로 그 타격을 세분화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불평등하다. “빈곤이 심하고, 정부의 한계가 크고, 기본 서비스와 물자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곳일수록”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 2010~2020년에 이들 지역은 다른 지역에 견줘 사망률이 15배 이상 증가했다. “성별, 인종, 저소득 또는 그 결합으로 인한” 부정의는 기후변화 취약성을 가중시켰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것들(깨끗한 물 공급, 건강한 토양생태계, 식량 안전, 질병 위험, 기반시설 보존)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고, 이주민과 난민이 될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해결책이 있음에도 충분히 신속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기술적 해결책을 잘못 사용해서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킨 경우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부적합한 지역에 숲을 조성하거나 바이오 에너지를 “기준 미달 수준으로 구현”해서 기후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늦어질수록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취해 온 조처들이 별다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문제를 더 먼 미래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보고서는 불평등과 기후 부정의에 도전하고 토착 공동체의 권한을 키우는 조처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절망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분노로 답해야 한다. IPCC 보고서가 명시적으로 “정치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보고서는 자본주의가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그 영향을 더 악화시킨다는 점을 보여 준다. 자본주의는 그로 인한 고통을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떠넘긴다.

이번 IPCC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며칠 뒤에 발간됐다. 환경 재앙을 일으키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이 이번에는 경쟁국들이 이해관계를 놓고 전쟁을 벌이도록 만듦으로써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한다.

IPCC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적인 도전이 없이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로 불타든지 아니면 핵전쟁의 화염 속에서 불탈 것이라는 점이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우리가 앞둔 선택은 사회주의냐 멸종이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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