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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논쟁:
성별 이간질과 성평등 정책 후퇴를 멈춰라

대통령 당선 직후 윤석열은 대선 과정에서 주요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열은 과거와 달리 “집합적 성별 차별”이 해소됐으므로 여성가족부가 “역사의 소명을 다했다”라고 주장했다. “집합적 성별 차별”은 윤석열이 그전에 말한 “구조적 성차별”을 달리 표현한 말인 듯하다.

또, 윤석열은 인사 문제에서도 여성 할당을 두지 않고 “실력” 중심으로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이 더는 “구조적”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발언은,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보통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윤석열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데는 여가부에 친민주당 세력이 상당한 것과 관련있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라 해도 그간 여가부가 해 온 업무들(예컨대 한부모 가족 지원 등)을 모두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린다. 그래서 그간 여가부가 해 온 업무 자체를 없앤다기보다는 다른 부서들로 분산·이관시킬 공산이 크다.

“집합적” 성차별이 더는 없다고 한 윤석열의 말은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들의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출처 윤석열 SNS

“집합적” 성차별은 없다?

그런데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며 “구조적” 또는 “집합적” 성차별이 더는 없다고 한 윤석열의 말은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들의 큰 반감을 사고 있다. 평범한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현실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들의 삶과 조건은 수십 년 동안 크게 변했다. 오늘날, 전에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노동시장에 진출한다. 심지어 대학진학률과 수능 평균 성적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다.

또, 극소수 여성은 CEO나 판사나 고위 공직자가 되는 등 크게 성공했고, 그들의 삶은 다수 노동계급 남성들보다도 훨씬 낫다. 중간계급 전문직이나 관리직에도 여성의 진출이 늘었다.

이것은 분명 변화한 현실을 보여 준다. 하지만 그림의 한쪽 측면일 뿐이다. 대다수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밑바닥이거나 더 악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윤석열은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제정됐으므로 성차별은 옛일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법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남녀 차별 금지와 동일임금이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여성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68퍼센트에 불과하다. 여성은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더 높고, 채용과 승진 상의 차별도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성희롱이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받는다.

여성 차별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여전히 큰 문제이고,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에서 비롯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육과 가사라는 노동력 재생산은 개별 가정에서 주로 여성의 책임이 돼 있다. 지배자들은 이를 정당화하고자 보수적 가족 관념을 옹호한다. 또,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고자 성차별을 부추긴다.

현실이 이런데도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다. ‘너네 삶이 고달픈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네 능력 탓이다!’ 전형적인 시장과 개인주의 논리다.

많은 여성들이, 특히 젊은 노동계급 여성들이 윤석열에게 반발하는 이유다.

다시 한 번 민주당?

윤석열에 반발하는 여성들의 일부는 그 불만을 민주당을 지지·지원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훨씬 소수인 또 다른 일부는 정의당을 향한다).

대선 직후 2030 여성의 민주당 입당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런 흐름을 의식해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박지현 씨를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혔다.

양당 정치 구조 속에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고자 하는 여성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최근 젊은 여성 상당수의 민주당 지지에는 박지현이 민주당을 “쇄신”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간 여성 차별 개선에 전혀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지만 말뿐인 ‘성평등’에 집권 1년 만에 수많은 여성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낙태죄도 유지하려 했다가 반발에 부딪히고서야 중단했다. 차별금지법도 수년째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그나마 일부 개혁(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확대 등)이 이뤄진 것은 아래로부터 대중 운동(‘불편한 용기’ 집회)이 분출한 덕분이었다.

민주당(과 그 정부)은 우파 정당과 달리 여성단체 지도자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 왔지만, 노골적인 친자본주의 정당이기에 결코 여성 차별을 끝낼 수 없었다. 자본주의 정당과 정부로서 민주당은 이윤을 우선시하기에 개별 가족에 양육과 간병 등 돌봄 부담을 떠넘기고, 착취율을 높이고자 사용자들의 여성 차별을 용인한다.

민주당의 친여성적인 근본적 쇄신은 불가능하다. 여성과 노동계급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격에 맞서려면 민주당에 기대를 걸 게 아니라, 기층에서 대중적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윤석열이 성별 이간질로 특히 노동계급을 각개격파하려 드는 만큼,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단결을 도모하며 기층에서 개방적이고 대규모적인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