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내놓은 새 정부 경제·노동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규제 혁파,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이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다.

윤석열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해 온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 기조를 이렇게 설명했다. “재정을 때려 붓고 엄청난 세금을 거[두는 것은] 70년대에나 통할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선 다를 것이다. 민간과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재정 퍼 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돈 안 들이는 기조가 훨씬 더 강했다. 그 탓에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도 누더기가 됐다.

또한 오락가락하면서도 탄력근로제 확대,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노동 개악을 추진했다.

윤석열은 이보다 더 과감하게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겠다고 장담한다.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경제 위기와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가 부활”하고 있다는 일부 좌파의 진단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사용자가 원할 땐 늘려라 고무줄 노동시간, 최저임금도 차등 지급? 지난해 말 윤석열 막말 규탄 기자회견 ⓒ출처 청년유니온
말로만 정규직화 문재인. 말만이어도 “퍼 주기”라는 윤석열 3월 14일 발전비정규직 기자회견 ⓒ신정환

규제혁파, 노동유연화, 연금 개악

윤석열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구체적 정책을 살펴보면 그 핵심은 이렇다.

우선, 규제 완화와 기업 주도의 혁신 성장을 강조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규제 완화 → 투자 확대 → 경제 성장 → 일자리 증대’라는 발상은 이미 실패로 드러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경제는 저성장을 면치 못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양극화가 더 확대됐다. 규제를 완화해도 수익성이 높지 않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기조가 성공하려면 노동자 쥐어짜기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그래서 둘째, 노동시간 유연화를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현행 1~3개월인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연간 단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노동시간 규제의 적용 예외(특례업종)도 늘리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 무력화 공격에 이어 언 발에 찬물을 더 퍼붓겠다는 것이다. 이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셋째, 연공급제(호봉제) 대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임금체계만 제대로 바꿔도 노동개혁의 절반은 완성”이라는 사용자들의 오랜 바람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는 임금 억제 효과와 집단적 단결의 약화를 노린다. 문재인이 추진하다 지연된 직무급제에 생산성·성과 요소를 더해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연금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을 보겠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의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전반을 개혁하겠다고 한다. 연금을 더 내거나 덜 받으라는 얘기다.

다섯째, 윤석열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최저임금제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발언을 해 왔다. 유세 과정에서 ‘강성 노조’를 비난하는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사업장 무단 점거”, “폭력 행위” 등 노동쟁의에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사용자들은 노동쟁의 법 개악도 요구한다.

각개격파에 맞설 연대의 정치

윤석열의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노동개악 추진은 노동계급에게 더한층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의 새 정부는 임기 초부터 전면적으로 공격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처지다. 지금 지배계급이 사기충천해 하나로 굳게 뭉쳐 있는 것도 아니고, 노동계급 대중의 의식이 후퇴한 것도 아니다. 노동조합 조직은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이후 오히려 더 성장했고 여전히 건재하다.

악명 높은 영국의 대처 정부도 초기에는 노동계급과의 전면전을 피하려고 야금야금 공격해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도 노동자 계급 내부를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 했다. 정규직은 “과보호”로, 공공부문은 “철밥통”으로 비난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관건은 이런 이간질과 각개격파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설 연대의 정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노조 지도자들 사이에 노(사)정 협조주의 노선이 강화됐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와 노사정 합의 체결은 불발됐지만,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업종·지역별 노사정(노정) 교섭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민주노총의 이런 행보는 투쟁을 보편화하고 연대를 넓히는 데 장애가 됐다. 노동자들은 개별 작업장이나 노조별로 크고 작은 투쟁에 나서왔지만, 적잖은 경우 상급단체의 방치와 연대 회피 속에 고립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운동 전반에 연대 정신보다 부문주의가 커질 수 있었다.

노동운동 내에서 연대 의식을 갉아먹는 주장이 확산돼 온 문제도 있다. 가령, 정의당은 얼마 전 연대임금, 연대기금 등을 담은 사회연대전략 보고서를 채택했다. 대선 공약으로 연금 개악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방안들은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취지일지라도, 연대 투쟁이 아니라 정규직이 정부와 사측에 양보하자는 자기패배적 전략이다. 노동자들 사이에 단결을 고취하기보다 반목을 조장할 수 있다.

일부 좌파는 양보론을 비판하지만, 오늘날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졌다고 보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을 회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간질 공격에 맞서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고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하는 건 아니지만, 지지가 있을 때 우리 편의 힘과 자신감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연대를 촉진할 정치를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혁명가들이 이를 위해 분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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