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에 이어 경기도 양주 채석장에서 노동자 세 명이 매몰돼 숨지고, 최근 현대제철에서 노동자가 끓는 쇳물에 빠져 사망하는 등 끔찍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법 시행 한 달 만에 노동자 42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중대재해가 왜 반복되는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내용이고 애초 노동계 요구와 달리 왜 누더기가 됐는지, 중대재해를 줄이려면 어떤 대안과 관점이 필요한지 살펴봤습니다.


사회자: 요즘 끔찍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는데요. 광주 아파트 붕괴에 이어 경기도 양주 채석장에서 노동자 세 명이 매몰돼 숨지는 일이 있었고, 최근에는 현대제철 노동자가 끓는 쇳물에 빠져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중대재해가 왜 반복되고,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자 연대〉 신문의 양효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자: 최근에 벌어진 중대재해들을 보면 너무나 참혹한데요. 중대재해와 산업재해는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나요? 이 사고들에 어떤 공통된 배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효영: 사회자가 언급하신 세 건의 사고 말고도 얼마 전에 여수의 화학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서 4명이 사망하는 참사도 벌어졌습니다. 이 사고들의 공통점 하나는 굉장히 위험한 작업인데도 안전 조처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사고로 사망한 현대제철 노동자는 고온의 쇳물 가까이에서 일했는데, 미끄러지기 쉬운 공간인데다 2인 1조도 아니었죠.

또 하나의 공통점은 현대산업개발, 여천 NCC, 현대제철 등 해당 기업들이 이미 비슷한 사고로 인명 피해를 낸 전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작업장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죠.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 몇 년간 오히려 늘었습니다. 2020년 한 해에만 206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이 중 작업장에서 사고로 죽는 노동자가 연 800명 정도 되는데요, 하루에 2~3명꼴입니다. 출근했다가 살아서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죠. 현장에서 은폐되는 산업재해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현실은 더 심각할 것입니다.

사회자: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왜 안전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되지 않는 걸까요?

양효영: 기업들이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시한다는 게 근본 문제입니다.

올해 초 벌어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는 비용 때문에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안전 수칙을 어기며 무리하게 층을 올리다가 벌어졌습니다. 2020년 4월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 창고 화재도 공사 기간 단축과 값싼 가연성 자재 사용 때문에 발생했죠.

‘돈보다 생명’이라는 사람들의 상식적 기대는 기업들의 탐욕스런 이윤 추구 앞에서 번번히 좌절되곤 하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탐욕이 자본주의에서 경쟁적으로 부추겨진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안전에 대폭 투자한다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이윤을 벌어들일 기회를 놓치고 경쟁에서 밀려 결국 파산하게 될 수도 있죠.

그러다 보니 중대재해가 한두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운송, 에너지, 반도체, 건설 등 모든 산업에서 이윤을 향한 경쟁 논리가 부추겨지고, 그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게 되는 것이죠.

사회자: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은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나요?

양효영: 이런 끔찍한 산업재해가 반복돼도 처벌은 거의 솜방망이 수준에 가깝습니다. [자료화면] 2009년에서 2019년까지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중 실형 선고 비율은 0.57%에 불과합니다. 실형을 받아도 대부분 실권이 없는 현장소장 같은 사람이 받지, 기업 핵심부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벌금의 평균 액수도 421만 원(2013~2017년)으로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사회적 공분을 산 사건들조차 책임자들이 무죄를 받곤 하죠. 고(故) 김용균 노동자를 산업재해 사망으로 내몬 책임자들이 최근 1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발주처 관계자도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요.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작업장 환경이 개선되는 일은 극히 드물죠.

사회자: 그래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는데요.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첫 해죠. 이 법은 어떤 내용이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요?

양효영: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일으킨 기업주를 최대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과 노동단체들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더 강력한 법이 만들어져 산업재해가 줄어들기를 바라왔습니다. 그런 염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운동에 반영됐죠.

그런데 노동부 자료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2022년 1월 27일부터 2월 26일까지만 해도 무려 4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죠.

이건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통과된 후에도 기업들이 별 신경을 안 쓰고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뜻인데요.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노동계가 요구한 원안에서 차 떼고 포 떼면서 핵심 조항을 후퇴시켜 누더기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후퇴가 있었는지 짚어 보면요,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3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습니다. 그런데 산업재해의 80퍼센트가량이 이런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수차례 중대재해 전력이 있는 기업에서 또 산업재해가 나면 사용자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도 빼버렸죠. 처벌 대상과 수준도 노동계의 요구보다 협소화되거나 완화됐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시행령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한 번 더 후퇴시켰는데요. 직업성 질병 범위를 매우 협소화시키고, 2인 1조 등을 경영자가 지켜야 할 안전 의무에서 제외했죠.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환기된 면이 있고, 노동자들이 일부 조항을 활용해 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 자체에 허점이 많다 보니 경영자들이 빠져나가거나 안전이 여전히 뒷전일 거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사회자: 법안의 후퇴에 노동자들이 많이 실망했을 거 같은데요. 노동운동 측에서는 어떤 대응을 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효영: 당시 민주노총이나 정의당 등은 이런 후퇴 시도를 비판했죠.

그러나 동시에 정의당은 일부 조항에서 후퇴가 있더라도 타협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어쨌든 법안이 통과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죠.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민주노총과 일부 좌파들이 주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도 ‘후퇴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어쨌든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합네 생색내면서 알맹이를 제거하는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폭로하면서 투쟁하기보다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것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층 투쟁에 강조점을 두기보다는 입법과 제도화에 방점을 두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입법에 강조를 두다 보면, 주류 정당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압력을 받기 쉬운 것이죠.

하지만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비판을 누적하면서 장차 제대로 된 법 제·개정을 위한 운동의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노골적인 친기업 성향인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검토를 공언한 상황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차기 정부가 개선해야 할 1순위 법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꼽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소야대 국회이지만, 그간 법 제정 과정을 보면 민주당이 개악을 막아 주리라고 믿을 수 없죠. 노동운동이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악을 막고 더 나아가 개정을 이루려면 우파와 기업주들에 맞서면서 민주당에도 독립적으로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 중대재해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양효영: 제가 중대재해처벌법 누더기 제정에 관해 비판을 했는데요, 좋은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산업재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 제정도 그렇지만 그것의 적용이야말로 계급 세력이 어떤가가 반영됩니다. 거꾸로 비록 법이 누더기여도 투쟁 여부에 따라서는 실질적 안전 조처를 쟁취하고 더 나은 법 제·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줄이고 작업장 안전을 증진시키려면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작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발휘하는 등 실질적인 조처를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요즘에는 현장에서 아무리 싸워도 법과 제도 개선이 없으면 소용 없다는 주장을 많이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제도 변화의 진정한 동력은 기층의 투쟁에 있습니다. 제도 개선을 바라며 위만 쳐다보기보다 기층에서 투쟁을 일구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합니다. 그런 투쟁들이 광범한 연대를 이룰 때 제도 개선도 이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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