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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고교서열화 유지로 사교육비 역대 최고 증가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1.5퍼센트로 사상 최고다.

3월 11일 공개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 4000억 원으로, 그 전해보다 4조 1000억여 원이 늘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5퍼센트나 증가한 36만 7000원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이 대폭 증가했다. 또한, 영어·수학뿐 아니라 국어·사회·과학 등 교과 전반의 사교육비가 증가했다.

ⓒ출처 교육부 통계청

사교육의 주요 목적은 ‘학교 수업 보충’(50.5퍼센트)이 꼽혔는데, 정부는 이를 “코로나로 인해 등교일수가 적었던 것”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물론 코로나19 상황은 사교육을 늘리는 배경이 됐겠지만, 그것만으로 현 추세를 설명할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확산돼 학습 결손이 늘어나는 중에도 정부가 대입 경쟁을 유지하니 학부모들은 가계 소득이 어려워져도 출혈 소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교육의 증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7년 18조 7000억 원에서 지난해 23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학생은 줄고 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사교육비 억제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수능 절대평가 시행 공약을 이행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입 정시 비중을 40퍼센트 수준으로 높여 사교육을 부채질했다.

교육불평등

이번 통계를 보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다. 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59만 3000원)는 200만 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11만 6000원)의 5.1배나 된다. 사교육 참여율도 고소득층이 갑절로 높았다.

무엇보다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희망할수록 사교육을 받는 비율과 관련 지출이 높다. 초등학생·중학생의 진학 희망 고교 유형별 1인당 사교육비는 자율형 사립고(53만 5000원), 과학고·영재학교(51만 6000원), 외고·국제고(49만 4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미적거리며 자신의 임기 후인 2025년으로 미룬 탓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미적거리자, 법원은 ‘자사고 지정 취소’가 위법이라고 판결을 냈고, 교육청들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가 자사고 취소 소송을 포기하는 등 자사고와 우파의 힘을 키워 줬다. 차기 정부가 얼마든지 시행령을 되돌릴 수 있어, 실제 2025년에 외고·자사고가 폐지될지조차 미지수다.

윤석열은 이러한 경쟁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겠다면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큰 정시를 확대한다면 교육 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 윤석열은 자사고 폐지에 역행하는 ‘고교 다양화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술고, 예술고, 과학고로 공교육이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큰 차원에서 공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교다양화 300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정책은 말로는 학생 선택권을 앞세웠지만 고교서열화에 따른 일반고 슬럼화, 대입 맞춤형 교육, 입시 몰입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시 비율을 확대하고 자사고 폐지를 자신의 임기 뒤로 미룸으로써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증가는 사상 최고의 증가를 보였다. 윤석열은 ‘공정’이라는 미명하에 고교서열화와 경쟁교육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이는 더 많은 사교육비의 증가를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