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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노사 자율” 미명 아래 규제 풀고 혹사시키기

윤석열이 내놓은 핵심 노동 공약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노동시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신조에 따라 노동시간도 노사의 “자율”,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노동자들에게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정부가 ‘계약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게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했던 것만큼이나 궤변이다.

말이 좋아 “자율”, “선택”이지, 노동시간 유연화는 사용자들만의 자율이다. 주 52시간 제약을 벗어나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것일 뿐이다. 사용자들이 유연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경쟁과 이윤 생산의 필요에 노동자들을 종속시키려는 것이다.

윤석열은 선택근로제 단위(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1년 노동시간 평균을 주 52시간으로만 맞추면, 그 내에서는 몇 개월 동안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해도 된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선택근로제는 일간·주간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다. 하루 24시간, 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다.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윤석열의 발언은 이 속에서 나온 것이다.

장시간 과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이를 더 조장하려는 윤석열 ⓒ출처 쿠팡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중적 초과근무 가능 기간이 길어져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해치게 된다. 게다가 일이 몰릴 때 노동자들을 혹사해도 초과근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문재인 정책의 업그레이드판

윤석열 공약집에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시간제 전환 등 더 많은 유연근무 방식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노동시간 규제의 특례업종(적용 제외 업종)을 넓히겠다고도 했다.

모두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는 내용들이다.

문재인 정부도 방향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주 52시간제로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고는 곧바로 무력화 조처들을 도입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사유, 활용 기간을 모두 늘렸다.

그 결과, 유연근무를 하는 노동자 규모는 2020년 290만 명에서 지난해 353만 명으로 21.7퍼센트나 늘었다(고용노동부 집계). 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 경우는 2018년 204건에서 지난해 1~9월 4380건으로 폭증했다.

윤석열은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본다.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노동시간, 임금 규제를 풀어 유연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낱낱으로 흩어 놓고 때리기

그러나 윤석열은 전체 노동자들을 동시에 공격할 만큼 자신만만한 상황이 결코 못 된다. 가까스로 당선한 그는 너무 꼴통스럽게 막 나가서는 안 되고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윤석열은 노동자들 전체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을 피하면서, 노동계급 내부를 낱낱으로 흩어 놓고 야금야금 각개 격파하려고 할 것이다.

가령 그는 선택근로제를 사업장 내 직무나 부서별로 시행할 수 있도록 고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법상 선택근로제를 도입하려면 해당 사업장 전체의 과반수 노동조합(노동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직무·부서별 동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윤석열은 또 전문직, “고액 연봉”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수당 지급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유연근무제의 효과 중 하나가 초과근무수당을 안 주는 것인데, “노동 귀족” 이간질로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부터 임금을 깎아 보겠다는 술수다.

부문주의적 대응을 넘어서야

따라서 중요한 점은 이런 갈라치기와 각개 격파에 단결로 맞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탄력근로제 개악이 벌어졌을 때, 민주노총 등 노동자운동은 이에 효과적으로 맞서지 못했다. 잘 조직된 노조는 단체협약과 조직력을 통해 조건을 지킬 수 있다는 부문주의적 관점 속에서 진지하게 항의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들이 자기 사업장에서 탄력근로제를 막아 내더라도, 취약 노조나 미조직·비정규직 등에서는 공격을 막아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 악화되면, 다시 조직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자기 조합원의 단기적 이익만 쫓는 근시안적 부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혁명가들이 연대의 정치를 구축하려고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