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이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청와대는 안보 우려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초기에 우려를 표명했던 기업인들과 그들의 언론들은 논란이 심해지자 윤석열에게 힘을 실어 주는 걸로 태도가 바뀌고 있다.

“고심 끝에 내린 선택으로 믿는다”(〈매일경제〉), “신속한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데 동의한다”(〈문화일보〉), “이제부터라도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중앙일보〉). 가장 단호한 것은 전경련 기관지 격인 〈한국경제〉였다. “[더는]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도 마지못한 듯한 말투이지만 “공감”을 표했다.

민주당과 일부 중도좌파(“진보”)는 대통령실 이전을 세금 낭비나 안보 공백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안보 공백을 내세우면 우파에게 유리해질 뿐이다. 이들은 군부와 더 가까워진다는 점을 대통령실 이전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출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의 측근인 국민의힘 정진석은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한 데에 이명박 정부 국방부 장관과 박근혜 청와대 안보실장을 지낸 김관진의 조언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김관진은 “안보 태세”와 “군 지휘체계 확립”을 강조했다.

김관진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 재임 중 대북 원점 타격을 주장한 강경 우파이다. 그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시작된 10월 초,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계엄령 검토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계엄 검토가 자연스럽게 촛불운동 무력진압 검토로 이어졌고, 박근혜와 황교안 등도 이를 알았을 거라는 의혹이다.

이 의혹은 규명되지 못했다. 당시 군과 검찰의 합동수사가 촛불 당시 기무사령관 조현천의 잠적을 핑계로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 측 수사 파트너는 윤석열이 지검장이던 서울중앙지검이었다.

지난 수년간 미·중 갈등이 자아내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정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불안정, 세계적 공급망 혼란 등이 더해져 안보와 경제 위기가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

이번 호 김문성 기자 기사가 지적하듯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 강남이나 여의도와 가까워져 기업인들이 찾기에도 더 편리해질 것이다.

이처럼 국방부와 한남동(관저)로의 이전은 지배계급의 핵심 세력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협치”)뿐이 아니다. 군부와도 더 가깝게 지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그 기반에 군 실세 출신자들이 있는 덕분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같은 군부에 두 달 만에 방을 빼라고 더 쉽게 말할 수 있다.

윤석열 인수위는 대내외를 향해 더 확고한 안보 태세를 강조함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대중 운동으로 퇴진당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정치 상황은 심각한 4중 위기(경제, 지정학, 감염병, 기후)와, 대중의 의심과 불신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신자유주의와 친미 외교·안보 노선을 펼치며 고난도 곡예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그들은 전쟁이나 대중 항쟁을 우려하며 벙커를 물색하고 있다. 혁명적 좌파도 엄혹한 상황까지 염두에 두며 굳건히, 단호하게 싸울 태세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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