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공개한 3월 24일 ICBM 발사 장면 ⓒ출처 조선중앙통신

3월 2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1000킬로미터 넘게 날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다음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 발사가 단행되었다”고 발표했다.

한·미 당국들은 이번 미사일이 신형이 아니라 2017년에 발사한 화성-15형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때보다 이번이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간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파기했다며 즉각 규탄 입장을 냈다. 윤석열 인수위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했다.

정의당·사회진보연대 등 일부 좌파도 북한을 규탄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이번 발사로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은 채 선제적으로 북미 합의를 파기하는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도발”했다는 설명은 상황을 일면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현 상황은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후 긴장이 다시 쌓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이 커다란 불안정을 자아내고 있다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북한의 일방적 도발인가?

앞서 2018년 북한 당국은 북·미/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북·미 대화를 지속하면서 한미연합훈련 등 군사적 압박과 제재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며 내린 조처였다.

그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 선언에는 한국 같은 돈 많은 동맹국들이 안보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평소 소신이 많이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지금까지 제재를 완화하지도, 한미연합훈련 등의 군사 압박 강도를 낮추지도 않았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미국은 대북 제재를 꾸준히 강화했다.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면서 북한은 일부 제재라도 완화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면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문 한 장 없이 끝났다.

트럼프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디어 앞에서 김정은과의 우정을 과시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실제 행동은 매우 달랐던 것이다.

한미 기동훈련은 꾸준히 진행됐고 중국까지 염두에 둔 국외 연합 훈련도 증가했다. 미국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책 《격노》에서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지 않은 것에 항의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바이든 집권 후 북·미 관계는 어땠는가? 지난 1년 동안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향해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고 했다. 사회진보연대도 대화의 문을 닫은 쪽은 바이든 정부가 아니라 북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그런 말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7월 미국 국무부 부장관 웬디 셔먼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인내할 것이다. 하지만 많이는 아니고 약간.” 오바마 정부 때처럼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전략적 인내”는 아니지만 “약간의 인내”는 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일본 국제기독교대 서재정 교수가 비판하듯이, 이는 결국 “웬만하면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지배 관료에게 “현상 유지”는 북한 경제를 옥죄는 대북 제재와 자신들을 위협하는 군사 압박의 지속을 의미한다.

2021년 11월 미군과 한국군은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등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한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주한미군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미 해군 특수전부대(네이비실)의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일명 ‘참수 작전’) 훈련 모습도 보란 듯이 공개했다. 올해 4월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예고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얽히는 아시아 불안정

이번 미사일 발사는 제국주의 강대국 간 갈등이 악화돼 아시아에서 긴장이 높아져 온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미·중 갈등이 점증해 온 결과, 이제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양국이 대만해협에서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자주 벌이며 상대방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갈등과 긴장은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에서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군비 증가율이 높은 국가가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0년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배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쓰고 있다.

한편, 일본은 ‘평화헌법’을 무시하고 항공모함 도입을 준비하는 등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공공연히 추진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으로 불안정이 커지는 상황은 북한에도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만해협 등지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무력시위를 벌이고 중국을 견제하려고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을 우려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만 주변의 “미국과 동맹국들의 방대한 무력”이 북한을 겨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북한 외무성 부상 박명호는 이렇게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무분별한 간섭은 조선반도의 위태로운 정세 긴장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시아의 불안정을 더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러시아 제재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게 러시아를 계속 지원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을러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 이 전쟁은 미·중 갈등과 더한층 얽힐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며칠 후에 대만에 비공식 대표단을 보내어 군사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대만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에 대비해 유명무실화된 징병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총리 아베를 비롯한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은 미국의 핵무기를 나토처럼 일본이 “공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 ‘비핵 3원칙’(핵무기를 제조·보유·반입하지 않는다)를 버리고,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 대놓고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핵 공유’ 논의는 중국·러시아만이 아니라 북한도 엄청 자극하는 일이다. 한국 지배자들도 미·일 간 핵공유에서 배제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이 자아낸 불안정이 향후 엄중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최근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을 쏘아 올린 배경이다.


북한은 왜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냉전 해체 이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을 ‘악마화’하고 압박해 온 것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했다.

북한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에 늘 얽혀 있었다. 미국은 북한을 악마화하고 이를 명분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 배치를 정당화했다. 그만큼 한반도 불안정은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이 얽히고설켜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북한 지배 관료들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고립된 북한 국가의 생존을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선택했다. 미국 제국주의의 압박 속에서 그들은 이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겼을 것이다. 또, 북한 지배 관료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카드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보면서, 지금 김정은은 핵무기를 더 강력하게 개발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와 미국 등의 강대국에게서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다. 그런데 지금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간 경쟁의 장기짝 신세다.

일부 좌파는 북한의 핵무기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실현할 (불가피한) 수단으로 여긴다.

물론 핵무기가 전쟁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제국주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의 ‘위협’을 부풀려 자신들의 전략을 관철시켜 왔다. 그리고 그것이 불안정을 키워 온 것이다. 또, 북한 핵무기는 노동계급의 반제국주의 국제 연대를 건설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3월 25일 한국 공군의 엘리펀트 워크 훈련 ⓒ출처 국방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 원인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문재인 정부는 즉각 ‘현무-II’ 지대지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원점과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25일에는 F-35A 28대를 동원해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했다. 이 훈련은 유사시를 상정해 최대 무장을 한 전투기들이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훈련이다.

F-35A는 윤석열이 대선 때 부르짖은 “유사시 대북 선제 타격”에 동원될 중요한 전략 무기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첨단 무기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윤석열 인수위도 정부가 정치·외교적으로만이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북한에 단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의 대응도 이미 상당히 호전적인데 말이다.

윤석열이 취임 직후 곧장 긴장을 극대화시키는 것에는 신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경 우파가 정권 핵심부로 돌아온다는 것에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현 정부보다 더한층 대결적인 자세로 상황에 임할 것이라는 것은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 등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강경해질 미국의 태도도 새 정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로 가져갔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안보리 논의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미국의 제재 강화 시도에 순순히 협력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한 4개국의 하나다. 중국도 2017년 한반도 위기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더한층 악화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단독으로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했고, 유엔 안보리 이후 동의하는 국가들을 별도로 모아 대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조만간 한반도에 전략 폭격기를 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일 공산이 크다. 거기에는 한국과 일본의 전투기도 투입될 수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무력시위와 제재 강화는, 지금껏 그래 왔듯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북한도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 앞서 북한은 (ICBM 발사 기술과 직결된)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제국주의와 그 동맹인 한국의 대북 압박에 반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든, 윤석열 정부든 한국 정부가 북핵 위협에 대응한다며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등 군비를 증강하는 데도 반대해야 한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북한은 왜 미사일을 쐈을까?
— 격화되는 국제 갈등과 한반도

– 일시: 4월 7일(목) 오후 8시
– 발제: 김영익 (〈노동자 연대〉 기자, 《제국주의론으로 본 동아시아와 한반도》 공저자)

○ 참가 신청 https://bit.ly/0407-meeting
토론회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유튜브 접속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이 글은 3월 26일에 쓴 기사를 개정·증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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