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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윤석열 회동:
두 세력이 갈등하면서도 타협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월 28일 저녁 문재인과 윤석열이 회동을 했다. 대선 후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가 만나는 데 19일이나 걸린 것은 역대 최장 기록이다.

애초 16일로 예정됐던 두 사람의 회동은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 주요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무산됐다. 문재인은 한국은행 총재를 일방 선임해 버렸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로 갈등이 더 커졌다.

인사권이 중요한 것은 정권 초 논공행상을 위해 자기들 사람으로 진용을 짜려 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 내에서 민주당 지지 세력이 늘어서 더 그렇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경제를 회복해 성장시켜야 하는데, 경제 상황과 안보 문제가 갈수록 밀접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주들과 군과 더 밀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또,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재결집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야 하고,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3월 26일 토요일에 벌써 윤석열 지지·반대 집회가 도심에서 경쟁적으로 열렸다.

정치 불안정

윤석열은 인수위 사무실에서 대통령 취임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문재인의 인사권 고집에 대해서는 ‘집 나가기로 한 세입자가 집수리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인수위는 윤석열의 검찰 공약을 법무부장관 박범계가 비판한 것을 꼬투리 삼아 법무부 업무보고를 취소해 버렸다. 공수처 업무보고도 미뤄 버렸다. 이 신경전들은 검찰 장악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파도 결집해 윤석열을 지원했다. 결정적으로, 국방부와 합참의 고위 간부를 지낸 육군 고위 장성 출신자들이 대거 집무실 이전 문제에서 윤석열을 지지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감사원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를 문재인 정부가 임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에게 압박이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기 신·구 권력 갈등”이 불필요한 정치 불안정을 낳고 있다는 지배계급 내 우려가 강하게 전달된 듯하다. 특히, 방역 대실패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악화시킨 경제 불안과 유가·식품 등 생필품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북한의 ICBM 발사 등이 동시다발로 터지는 상황에 대한 지배계급의 우려가 크다.

윤석열이 후보였을 때 분명한 친미와 강경 반북 기조를 표방했다가 당선 이후에 현실적으로 경제와 안보 문제에서 당장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거나 대북 적대를 부추기는 식으로는 할 수가 없는 것도 이런 불안정한 상황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샅바 싸움이 벌어졌지만, 지배계급은 권력 교체기 갈등을 우려한다. 3월 28일 회동 모습 ⓒ출처 청와대

난관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당선자 집무실이 있는) 경복궁 옆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연일 새 정부에 요구안을 내놓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권 교체 여론이 압도적이었음에도 막상 아주 근소한 차로 윤석열이 이겼기 때문에 변화 염원층의 실의가 크지 않은 점, 조직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이 (매우 사기가 높지는 않아도)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도 윤석열 앞에 놓인 난관이다. 특히, 청년층의 높은 사회적 불만과 정치적 유동성이 대선 투표에서도 확인된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대외 불안정과 공식 정치 분열에 따른 정치 불안정, 생활고 위기의 교차는 대중적 저항을 자극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이 난데없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난한 배경이다. 윤석열 인수위는 3월 24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불법 시위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난관을 의식해서 윤석열은 27일 인수위 회의에서 “실용”을 강조했다. 이윤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 안정이 필수적이니 각종 개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후 인수위 안에선 장애인 단체와의 만남, 한국노총과의 만남 필요성 얘기가 흘러나왔다. 물론 이는 우파적 본색을 희석시키려는 술책이기도 하다.

또한 윤석열은 25일 시진핑과 전화 통화를 하고 협력을 다짐하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북한 ICBM 발사 후에도 강력한 대응 촉구 논평만 냈다. 문재인 청와대의 대응 수준도 충분히 호전적이었던 데다 당장은 미국도 한반도에서 군사 긴장을 증폭시킬 의지는 없기 때문이다.

중재

이런 상황에서 국무총리 김부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취임 전에 마무리하는 데 행정부가 협조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면서 문-윤 회동이 성사됐다.

이날 회동에서 문재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갈등 조율이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민감한 인사권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문재인 측의 입장에는 윤석열 판 적폐 청산이 불안 요인이라면, 윤석열 측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국회에서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명박·박근혜 모두 정권 초기 내각 임명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취임 후 한 달 동안 (국무총리 후보를 포함해) 내각의 장 자리를 절반 정도밖에 임명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비리들이 드러나 낙마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면 다중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의 이익을 선명하게 수호하려고 등장한 우파 정부에게 난관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챙기려고 개혁 염원을 눈곱만큼만 대변하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