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와 모스크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위 ‘특별 군사행동’을 지시했다. 수 만발의 러시아군 화포가 불을 뿜고, 한때 러시아의 요람이었던 도시 키예프(우크라이나명 “키이우”)는 불바다가 되었다. 어쩌다 러시아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나라였던 우크라이나에 이토록 잔혹한 결정을 내린 것일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독립 이후 서방과 모스크바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부터 친서방 세력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는 평화 공약으로 당선했지만 친서방 반러 세력의 지지를 받고자 평화와 무관한 친서방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젤렌스키 정부가 강경한 친서방 정책을 펴자 모스크바는 이에 불만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자신의 앞마당이라 생각했던 키예프에 나토군이 주둔하고, 나아가 모스크바를 겨누는 비수가 되는 꼴을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모스크바가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외교노선 때문에 키예프를 침공한 것은 아니다. 현대 푸틴 정부의 제국주의적 행보는 구 소련권 국가들을 확실하게 러시아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욕망을 반영한 것이다. 그루지아(조지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에 이어 이번엔 우크라이나가 그 희생양인 것이다.

서방의 대러 제재는 정의로운가

푸틴 정부의 폭력적인 행보와 제국주의적인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푸틴은 즉각 권좌에서 물러나야 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노동계급을 마구 죽이는 이 끔찍한 전쟁을 당장 멈춰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러시아 정부의 전쟁 의지를 꺾어버리고자 서방은 대러 제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방도 알다시피 제재의 고통은 온전히 러시아 내의 노동자 계급에게 전가된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외화가 부족해지고, 생필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생필품 부족을 이유로 전쟁을 끝낼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부족한 자원을 전쟁수행에 더욱 집중해 자국민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 것이다.

저가 곡물류 위주로 동나버린 식료품 매대 사진 ⓒK씨

모스크바에 거주 중인 우즈벡 출신 이민자 K씨는 필자에게 현지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느 때부터 루블의 가치가 떨어지더니 전쟁 이후에는 돈의 가치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마트와 시장에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최근에는 일부 상품에 구입 제한이 걸렸는데, 이마저도 가격이 비싸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존에 350루블 정도의 가격이면 살 수 있었던 상품이 현재는 600루블정도로 판매된다 ⓒK씨

대러 제재는 러시아만의 문제일까

대러 제재는 비단 러시아 노동계급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생활 중인 교민에게도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러시아에서 R대학교에 3년째 재학 중인 신 모 씨는 필자와의 전화에서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미리 세달 전에 환전을 해 두었다. 하지만 화폐가치가 너무 떨어져 지금은 반토막이 되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있는 것이 너무 적고 이젠 기본적인 생활마저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잘 쓰던 애플페이가 안 돼서 곤혹을 느낀 적도 있다. 애플페이가 안 되니 지하철 매표기 앞에는 표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은행은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 미리 환전해 두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나도 곧 귀국해야 될 것 같은데 비행기편도 제재 때문에 검색이 안된다. 전쟁은 정부가 했는데 왜 고통은 우리가 받아야 하나.”

필자와 인터뷰한 모스크바 시민 A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출신이 많다. 우리 기숙사 사감도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다. 나의 어머니 가족 중에도 우크라이나인이 있다. 그들은 러시아에서 나갈 수도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들의 삶의 터전은 여기다. 하지만 그들은 왜 고통받고 있는가?” 라고 밝히며, 대러 제재로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인들도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검색조차 되지 않는 러시아행 항공편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행보와 우크라이나의 부적절한 통치 전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미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전쟁을 억지한다면서 제재를 가하는 서방은 그 누구보다도 대러 제재의 고통이 러시아 내 노동자계급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푸틴의 폭주는 노동자계급의 생계를 위협하는 제재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고통받는 러시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전 세계의 노동자계급이 단결해 전쟁을 멈추라고 각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야만 멈출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노동자들의 단결이 중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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