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러시아 사회주의자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내 반전 운동에 대해 말하다

이 기사는 ‘러시아 좌파 활동가 초청 토론회: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전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3월 31일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와 정리발언을 기사화한 것이다.

러시아의 사회주의자 로잘리 ⓒ노동자연대TV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러시아 지배계급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해 동유럽에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면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돼 있으니, 이 문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방과 러시아 간의 제국주의적 충돌

크게 봤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은 서방과 러시아가 자본주의 시장을 둘러싸고 벌이는 제국주의적 충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1년에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래로, 제국주의적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지배를 놓고 서로 경쟁해 왔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정부가 친서방 정부로, 친서방 정부가 다시 친러 정부로 교체되길 거듭했습니다.

러시아는 “접경국들,” 즉 옛 소련 소속 국가들에 대한 지배 회복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나토는 러시아에 했던 약속을 어기고 끈질기게 동진(東進)해 자신의 적수인 러시아를 압박해 왔습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의 당시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에 반대해 대중 시위 물결이 일었습니다. [야누코비치가 퇴진하고] 서방은 친서방 정부를 세웠습니다. 먼저 페트로 포로셴코가, 그 뒤를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현 우크라이나 대통령 — 역자]가 집권했습니다.

이 정부들은 서방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개방, 노동 규제 완화, 노동자 권리와 임금에 대한 공격, 공공요금 인상 등.

이렇게 지난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 경제는 점차 악화됐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같은 중요한 반(半)식민지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점령했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지방에 “인민공화국”이라는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습니다. 이 역시 사실상 군사 점령이었습니다. 이로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나토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이는 그 후 몇 년 동안 러시아 내에서 애국주의 열풍을 일으키고 노동계급의 눈을 가리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노동자들은 푸틴이 대외 정책에서 거둔 ‘성공’을 지지하면서, 국내에서의 심각한 노동개악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보아넘겼습니다. 그런 개악의 사례로 2018년 연금 개혁이 있었는데, 이 ‘개혁’으로 남녀 노동자들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5년 늦춰졌습니다.

올해 2월에 시작된 전쟁은 2014년 사건들의 직접적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러시아 지배계급은 꼭 필요한 정치·경제 개혁을 수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정부 지지율을 높이고 임박한 사회적 위기를 해소할 “전쟁에서의 작은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서방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패권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비극이다. 3월 우크라이나 하리코프(하르키우)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나토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부추기는 데에 우크라이나를 장기짝으로 이용했습니다. 나토는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벌였고,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에 외교적 압박을 가했습니다. 또, 나토는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도 공포를 부추겼는데,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정부도 항의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전쟁에 얽힌 노림수는 이밖에도 또 있습니다. 러시아 지배계급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제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지지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반전 운동

러시아군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진격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으로 판단해 보건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국토방위군 전투원으로 꾸준히 자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를 갓 졸업한 청소년들, 은퇴한 연금 수령자들도 무기를 들고 있습니다.

최근 협상 이후 러시아는 일부 병력을 키예프(키이우)·체르니고프(체르니히우)에서 철수시켜 돈바스 지방으로 옮기고 있는 듯합니다. 이는 돈바스 지방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수순일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키예프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방한 것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정규군 — 역자]과 국토방위군 부대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전선을 사수하려 애쓰고 있으며 반격에 나서기도 합니다. 매우 유명한 항전이 벌어진 마리우폴시(市)에는 멀쩡한 건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반전 운동

현재 러시아가 대외 정책에서 맞닥뜨린 난관은 러시아 사회에 역풍을 낳고 [정부의] 국내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침략국인 러시아 내의 반전 운동을 살펴보겠습니다.

반전 운동은 푸틴의 억압 기구에 의해 개전 후 약 한 달 만에 분쇄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무거운 징역형과 벌금형, 경찰의 구타와 고문은 러시아에서 일상이 됐습니다.

자유주의 야당 세력의 기층 활동가들이 반전 운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자유주의 지도자들은 기층 활동가들이 산발적이고 고립된 행진을 벌이는 데에 에너지를 허비하도록 만들었고, 시위를 조직적으로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기층 활동가들이 경찰 방패와 싸우는 데에만 모든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쏟도록 이끌었습니다. 여러분이 뉴스에서 보셨을 모든 시위들은 광장에 모인 개인들이나 소규모 조직들이 지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로 벌어진 것입니다.

그 시위들의 요구는 단 하나, 전쟁 중단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 전쟁이 푸틴 한 명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여깁니다. 푸틴이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단순한 설명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레닌 동지는 혁명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평화를!’이라는 슬로건은 틀렸다. 우리의 슬로건은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여야 한다.

“이 전환이 매우 지난하고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할 수 있지만, 우리의 모든 활동은 그 전환을 목적으로,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전쟁을 사보타주 하거나 개별적으로 그런 활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간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시키는 대중적 선동을 ─ 그 대상을 ‘민간인들’로 제한하지 않고 ─ 벌여야 한다.”

제2인터내셔널의 길, 즉 제국주의적 ‘자국’ 정부를 지지하는 ‘좌파적’ 국수주의의 길을 거부하는 사회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반전 운동에 나서는 것은 이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시위에서 사회주의적 의제를 제기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왼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시위에 참가합니다. 오늘 듣기로는, 러시아 군인들이 전선(戰線) 투입 명령을 거부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국주의에 맞서려면 제국주의 간 충돌에 개입하는 자국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2월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반전 시위 ⓒ출처 David Frenkel/ Mediazone

정권의 반전 운동 탄압은 대중 시위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 준다

러시아의 반전 운동을 살펴봤으니, 이제 반동적 푸틴 정권이 반전 운동과 시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탄압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1만 8000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들이 구금되고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또, 많은 좌파 활동가들, 사회학자들, 정치학자들, 문화인들이 지금도 구금돼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온갖 억압적 법률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언론 매체들은 러시아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이는 언론 매체들이 대중에게 현재 상황을 공정하게 보도할 수 없게 됐다는 뜻입니다. 공식 입장은 대개 거짓말이기 때문이죠.

정부는 “러시아군을 폄훼”하거나 전쟁을 규탄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새 수단을 도입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충돌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는데, 이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벌금을 물거나 체포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른바 “외국 및 해외·국제 조직을 도운” 사람들에게 “조국 반역죄”를 적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적용되면 12~20년 형을 살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극단주의 조직의 매체로 지목돼 러시아에서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미디어와 인터넷이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반전 시위 참가자들을 색출·처벌하려고 안면 인식 기술이 장착된 감시카메라 등 온갖 첨단 기술도 동원합니다. 시위에 참가한 지 몇 주 뒤에 지하철에서 갑자기 체포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대중적 반전 시위가 더 벌어지는 것을 정권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시위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선의 러시아군의 사기가 더 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제재는 러시아 노동 대중을 겨냥한 서방의 전쟁 행위입니다”

지금까지 반전 운동의 상황과 정권의 대응을 살펴봤는데, 이제 서방의 러시아 제재 문제를 다뤄 보겠습니다.

서방의 공식적 주장과 달리,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는 무엇보다 보통의 러시아인들을 겨냥한 제재입니다.

이미 노동자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일부 IT 노동자들과 컨텐츠 제작 노동자들은, 제재 때문에 몇몇 소프트웨어의 사용권이 중지돼 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완성차 제조 공장 및 자동차 부품 공장 노동자들은 해고됐습니다.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부동산 가격이 최대 두 배로 뛰었습니다. 식품 가격, 주거비, 핵심 서비스 비용이 20~40퍼센트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곡물과 설탕을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수완 좋은” 몇몇 사업가들은 여러 식품의 품귀 현상을 고의로 조장하기도 합니다.

제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제국주의적 전쟁의 한 형태입니다. 이는 러시아 노동계급을 갈수록 고통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푸틴은 신자유주의 전통에 충실하게 시장에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마치 러시아판 피노체트라도 되는 양 말입니다.[피노체트는 1973년 칠레의 혁명적 대중 운동을 군부 쿠데타로 분쇄하고, 1990년까지 군사 독재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을 실시한 칠레 군장성 출신 독재자였다. — 역자]

이는 정치적 자유는 전무하지만 사유재산의 자유는 무한대로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인들을 극도로 빈곤하게 만들고 러시아 경제가 붕괴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냉장고가 TV를 이길 수 있다”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냉장고가 TV를 이길 수 있다.” 이는 현 상황[빈 냉장고로 표상되는 곤궁함]에 대한 대중의 극도의 분노가 TV를 통해 흘러 나오는 정권의 프로파간다를 거슬러 거리와 작업장에서 표출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아닙니다.

오히려, 제재 때문에 보통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 정부·지배계급 지지로 단결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선전 기구가 맹렬히 가동돼, 제재의 피해를 서방 탓으로 돌리는 주장을 방방곡곡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제 침략자 나토와 우크라이나 파시스트들에 맞서 우리를 승리로 인도할 러시아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극빈층의 많은 수가 이런 선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러시아가 반드시 지금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 결과적으로 득을 볼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생각이 대중을 지배자들에게 묶어 두는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여전히 희망도 있습니다. 이미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일부 사람들은, 더는 전쟁 초기만큼 푸틴 정권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대중의 정서에 이미 내적 긴장이 불거지고 있는 것입니다.

절망할 때가 아닙니다. 반전 활동가들의 최초 물결은 주로 학생·지식인으로 이뤄져 있었지만, 더 큰 물결이 뒤따를 것입니다. 그 물결은 사회적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노동자들일 수도 있고, 전쟁에 신물이 난 병사와 보안 부대원들일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회적 위기가 깊어지면서, 더 좌파적인 시위가 벌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파업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전쟁의 타이밍과 위기의 심각성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제재로 인한 위기가 러시아 지배계급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두드러지는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몇 가지 작은 징후는 실제로 있습니다. 예컨대, [1990년대] 러시아에서 사적 소유 자본주의와 “충격 요법”[대규모 시장화 정책]의 “설계자”였[고 최근까지도 푸틴을 보좌하]던 아나톨리 추바이스가 공직에서 사임하고 러시아를 탈출했습니다. 또, [러시아 2위의] 석유 기업 루크오일의 CEO와 이사진들, 많은 대주주들이 전쟁 반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재산을 모두 더하면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런 일들은 입장 표명 수준을 넘지 않지만, 위기가 극심해질수록 그 파장은 예측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제재가 결과적으로 어떤 효과를 낳든, 또 러시아 대중이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든 간에, 우리는 서방 강대국들이 러시아 노동계급에게 가하는 이런 끔찍한 공격에 반대해야 합니다. 제재는 러시아 노동 대중을 겨냥한 일종의 전쟁 행위입니다.

이것으로 발제를 마치고,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제자의 정리

바이든이 푸틴 정권 교체 운운한 데 대한 러시아인들의 반응을 질문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별 반응이 없습니다. 푸틴은 미국을 “우리의 적”으로 규정했고, 아직 많은 러시아인들이 푸틴의 말을 믿습니다. 그러니 서방이 제재를 더 강화할수록 러시아인들은 서방에 대한 증오심만 더 커질 것입니다.

러시아 자유주의 세력의 규모와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지도자들이 러시아 반전 활동가들의 에너지를 어떻게 허비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자유주의 세력은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규모 있는 반정부 세력입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는 알렉세이 나발니입니다.

그런데 나발니는, 사람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아래로부터 조직화하고 대규모 시위를 도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활동가들에게 [준비가 엉성하더라도] 매일 또는 매 주말마다 경찰과 싸우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나발니 측이 사람들에게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시위에 참가하라고 촉구한 탓에 보안 당국이 익히 대비를 마치고 더 수월하게 탄압할 수도 있었죠.

그런 일련의 일들 끝에 활동가들은 보안 당국에게 미끼로 던져지는 데에, 구금·고문·폭행에 넌덜머리가 난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주의자 활동가들은 ─ 영향력은 나발니 지지자들보다 훨씬 작지만 ─ 나발니 측에 단결해 대중 시위를 벌이자고 거듭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나발니 측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 결과, 반전 시위는 도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산발적·소규모 시위라는 형태로 벌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대규모 시위가 아니라 말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운동 “건설”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들은 러시아판 ‘마이단’ 시위*가 기적처럼 탄생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정서

소수민족들 사이에서 항의 정서가 커지고 있는지를 어떤 분이 질문하셨습니다.

소수민족들이 소규모 반전 운동을 벌이긴 하지만, 아직 괄목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예컨대 무슬림이 다수인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에서는 반전 정서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운동들은 소수민족 운동이라기보다는 지역 운동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합니다. 예컨대 시베리아와 하바로프스크 지역에서는 시위가 꽤 여럿 벌어졌고, 반정부 정서도 꽤 큽니다. 우리는 대중의 일반적 반정부 정서를 반전 운동과 결합시키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프로파간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있는지, 그리고 주요 야당들과 반정부 세력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질문하셨습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지 독립 국가가 아니라는 말로 전쟁을 정당화합니다. 또,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러시아인들 모두가 서방을 싫어하지 않느냐면서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파시스트와 나치가 들끓고 있고, 러시아는 파시스트에게서 세계를 구한 역사[제2차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동부 전선을 무너뜨린 일을 가리킴 — 역자]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러시아 정부의 선전 당국은, 파시스트와 나치를 박멸하는 것이 러시아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주장합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러시아인의 60~70퍼센트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주류 의회 정당들은 모두 침공을 지지합니다. 기회주의적인 러시아 공산당도 침공을 지지합니다. 이 이름만 공산당인 당의 대표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같은 나라들도 러시아로 병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메스껍기 짝이 없습니다.

침공에 반대하는 세력은 소수 좌파 활동가들과 좌파[사회주의자 포함 — 역자] 지식인들, 그리고 일부 자유주의자들 정도입니다.

결론

질문에 모두 답변한 듯하니, 결론을 짓겠습니다.

현재 우리는 무시무시한 세계적 전쟁의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곳이, 모든 나라가 전선입니다. 모든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핵심 임무는 새롭게 대두하고 심화하는 제국주의 충돌에 개입하는 제국주의적 자국 정부에 맞서는 것입니다. 사회주의적인 전쟁 반대 전선을 넓히고 강화해야 합니다.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좌파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 정부가 서방·러시아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게끔 하는 것이고, 나토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나토 소속 국가들도 군사화하고 있다. 3월 25일 노르웨이의 나토군을 방문한 나토 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출처 NATO

한국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가하고, 나토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하는 대중 선동을 하는 것도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또, 우리의 “주적은 항상 국내에 있다[100여 년 전, 독일 혁명가 카를 립크네히트의 말]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단결해, 노동계급에 대한 일체의 전쟁 행위를 규탄해야 합니다. 그것이 경제 제재든 미사일 폭격이든 말입니다.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러시아에서 거리 시위를 벌이는 반전 운동가들에게 연대를 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난민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적 탄압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야만 하는 러시아인 반전 활동가들과 사회주의자들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이들이 정치적 망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구호로 정리하겠습니다.

민족 억압 반대한다!

우크라이나 해방 만세!

민중에게 자유를!

제국들에게 죽음을!

인터내셔널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