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자본주의의 모든 기구들을 시험대에 올렸다. 그리고 이미 진행 중이던 변화 과정을 가속시키기도 했다. 현재 널리 논의되는 쟁점 하나는 전쟁이 미국 달러의 우위를 약화시킬 것인지이다. 이런 물음은 경제사가 애덤 투즈가 말한 “미래 지향적 금융 픽션”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달러의 지위는 약해질까? ⓒ출처 Lazy_Bear/envato

언뜻 보기에 그런 추측은 기이해 보일 수 있다. 유럽연합과 함께 미국은 러시아를 최대한 타격하려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했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신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달러가 약화될 것이라는 추측은 바로 이런 금융 제재에 대한 대응을 근거로 한다. 첫째, 미국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들을 압박하는 데서 제재를 갈수록 더 많이 활용해 왔다. 이번 전쟁 전에도 미국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미 1만 1000개 단체·개인에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이 이런 제재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자 달러의 대안을 찾기 시작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런 대안이 되고자 오랫동안 공공연히 애써 왔다.

둘째, 제재를 우회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그런 대안을 현실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중국의 시진핑에게서 경제적·군사적 도움을 구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의 대중(對中) 석유 수출이 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 늘어나는 무역은 자연히 중국 통화인 위안화로 이뤄질 것이다. 이는 국제 통화 체계에서 위안화가 더 큰 구실을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들이 말하는 “달러 우위의 조용한 감소”에 관한 보고서를 막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앙은행들의 외화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71퍼센트에서 2021년 59퍼센트로 줄었음을 보여 준다.

준비통화

그러나 달러 비중 축소의 혜택이 주로 위안화에 돌아가지는 않았다. 위안화 외에도 다른 “비전통적인 준비통화”들이 있다. 캐나다와 호주의 달러화, 한국의 원화, 스웨덴의 크로나화가 두드러지는 사례다.

투즈가 지적하듯, 이런 통화들은 모두 그가 말한 미국의 “금융 안보 체제”에 속해 있다. 그래서 이런 통화들을 발행하는 중앙은행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 역자]와 연계돼 있다. 둘을 잇는 끈은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이후 생겨난 통화 스와프망이다. 이 망을 통해 연준은 금융 패닉이 벌어지면 이 중앙은행들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투즈의 표현을 빌리면 달러 체계의 “외부 버팀벽” 구실을 한다.

통화 스와프망은 오늘날 달러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오늘날 은행과 산업·상업 기업들은 국제 시장에서의 차입에 의존해 자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이 자금 시장은 주로 달러로 돌아간다.

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 자산인 미국 재무부 채권[미국 국채 — 역자]을 공급하는 국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경제가 추락했을 때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즉 미국 국채 가격조차 하락했을 때)에 그랬던 것처럼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 연준이 개입해 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위안화로 된 국제 차입이 늘어났다. 이는 중국이 세계 무역에서 하는 커다란 구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국의 기업들이 국제 금융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규제해 왔다. 그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까 봐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위안화 시장이 달러 시장의 진정한 경쟁자가 되려면 자본이 훨씬 쉽게 중국을 드나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이 일정 정도 조각나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위안화로 이뤄지는 무역과 투자를 증진시키는 것이 득이 된다. 단지 러시아 같은 동맹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제재가 자신을 겨냥할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런 파편화가 경제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줄지에 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IMF 보고서의 공저자인 경제사가 배리 아이켄그린은 다수의 준비통화가 있었던 과거에도 세계 경제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돌아갔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그런데 달러 우위의 시대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그랬듯 미국이 유럽연합의 협조에 기댈 수 있는 한 달러 우위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우리는 제국주의적 경쟁이 벌어지지만 어떤 제국은 다른 제국보다 더 강력한 시기를 살고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7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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