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범죄가 늘어나 ‘흉포화’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빈약하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 출처 넷플릭스

최근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은 대선 때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즉, 초등학생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우파만의 의제가 아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도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했고, 이재명도 대선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 방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촉법소년을 처벌하지 않으면 청소년 범죄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한다.

소년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가?

최근 몇 년간 청소년 범죄가 늘었다는 근거는 없다. 18세 이하 청소년의 범죄율(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은 2014~2019년에 등락이 있을 뿐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2014년 786건, 2015년 737.4건, 2016년 810.6건, 2017년 799.5건, 2018년 750.3건, 2019년 780.5건(대검찰청 《2020 범죄분석》).

지난 10년을 보면, 18세 이하 범죄자는 계속 감소했다. 2011년 10만 32명에서 2020년에는 6만 4480명으로 줄었다(대검찰청). 2010년대가 경제와 사회가 불안하고 자주 위기였던 10년이었는데도 말이다.

이 기간 전체 범죄 중 18세 이하 청소년이 행한 범죄의 비율(소년비)도 3~4퍼센트였다.

소년 범죄의 “흉포화,” “저연령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소년 범죄가 “흉포화”, 저연령화”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촉법소년 범죄 현황에 대한 말들이 많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는 점을 먼저 짚을 필요가 있다. 법무부 산하 소년보호혁신위원회도 “촉법·우범소년의 규모·특성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언론들에서 5년 동안 촉법소년 범죄가 크게 늘었다며 인용하는 경찰청 제공 통계를 보면, 촉법소년은 2017년 6286명에서 2018년 6014명, 2019년 7081명, 2020년 7535명, 2021년 8474명으로 최근 증가했다.

그러나 더 긴 시기를 놓고 봤을 때 촉법소년 범죄가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다른 통계도 있다. 사법연감에서 촉법소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경찰서장 송치 현황’을 보면, 그 수는 2009년 1만 1609명이었고 2020년 1만 1063명을 기록했다.

또한 경찰청 제공 통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범죄의 대부분은 살인·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아니라 절도처럼 경미한 것들이다.

절도가 64~67퍼센트를 차지했다. 반면, 강력범죄는 폭력이 20퍼센트를 넘는 것을 빼면 살인 0~4건, 강도 7~14건 등으로 매우 낮다. 살인·강도·강간·추행이 전체 촉법소년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2018년 7퍼센트에서 2019~2021년 5퍼센트로 오히려 줄었다.

촉법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는가?

촉법소년이라고 해서 죄를 지어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게 아니다. 형사 처벌 대신 받는 보호 처분도 엄연히 처벌이고, 그 나이에 저지를 수 있는 범죄 수준에 견주면 결코 가벼운 처벌이라고 볼 수도 없다.

최대 2년간 수용할 수 있는 소년원은 교도소와 본질적으로 같은 구금 시설이다. 전문가들은 교정 여건의 개선이 범죄자 교화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교화와 재사회화’를 목표로 내건 소년원의 시설은 열악하고 만성 포화 상태다.

2020년 기준 한 끼 급식비는 1893원으로 서울 소재 중학교(3783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교육이나 의료 처우도 받기 어렵다. 2018년 한 소년원생은 수차례 외부 진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뒤늦게 대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머지 보호 처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아직 어린 나이라 인생 전체에 낙인이 찍히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실 이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처럼 열악한(게다가 내부적으로 매우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적잖은 소년원생들이 교화보다는 범죄를 배워서 사회로 나오게 된다.

어린 나이에 인생에 낙인이 찍이는 것이 낳는 효과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출처 참여연대(플리커)

처벌이 약해서 소년 범죄가 생기는가?

형사 처벌 가능 연령 기준을 낮춰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이 소년 범죄의 해법이라는 주장은 해외 사례를 봐도 설득력이 없다.

일본의 경우 1997년 중학생의 초등학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형사 처벌 연령이 16세에서 14세로 낮아졌다. 형량도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엄벌화로 소년 범죄가 줄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일본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청소년 범죄 ‘엄벌화 정책’ 실패한 일본’, 〈아시아경제〉).

미국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했다. 형사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청소년의 최소 연령을 낮췄다. 그래서 일부 소년범은 성인교도소에 함께 수감돼 성인과 같은 처우를 받게 됐다. 그러나 오히려 “형사 이송된 소년 범죄자들은 재범률도 높고 심지어 차후 재범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짧게 단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수진, ‘소년범 형사처벌연령 하향 움직임의 부당성’에서 재인용).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처벌이 약해서 범죄가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소년 범죄도 다른 연령대 범죄와 마찬가지로 빈곤, 소외, 차별과 연관성이 크다.

2011~2020년 미성년 범죄자 중 절반가량이 하류층이다(검찰청, 〈범죄분석통계〉).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중 상당수가 어릴 때부터 빈곤에 짓눌리거나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가정 환경에서 적절히 보호를 받지 못하며 방임되거나, 부모에 의한 학대를 겪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경우도 흔하다. 피해자였던 청소년들은 종종 가해자로 바뀌기도 하며 악순환이 벌어진다.

물론 성장기 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다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우한 환경과 범죄율의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는 왜 엄벌주의로 범죄를 근절하기 어려운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청소년 피고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 온 천종호 판사(그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비판적이다)는 2015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아로 태어난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이들보다는 낙인찍고, 외면하고, 격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사회가 더 큰 문제다.”

불평등

더욱이 엄벌주의는 사법제도의 불평등을 강화한다.

가난한 집안의 청소년들이 더 엄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에서도 엄벌주의를 강화한 후, 성인과 똑같은 형사 절차를 받게 된 청소년들은 “10대 후반의 흑인 청소년에 편중”됐고, “가난하거나 가정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소년범들은 더욱 불공정한 처우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이창무·박미랑,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112쪽)

가난, 학대, 천대를 겪다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재기의 기회조차 앗아간다면 이들이 범죄의 수렁에 빠져들 위험이 더 커질 것이다. 냉혹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소년범 중에는 살기 막막해 다시 범죄에 손을 대는 경우가 적잖다. 소년범이었던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보호 처분 끝나고 시설 밖으로 나갔을 때가 문제죠. 청소년기에 제대로 돈을 번 적도, 공부한 적도 없으니까 사회로 나가면 할 게 없어요. 그러면 성인범이 되기가 너무 쉬워요.”(《우리가 만난 아이들》, 이근아·김정화·진선민, 위즈덤하우스)

소년 분류 심사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출소했다가 다시 소년원으로 온] 그 애 말이 소년원 나오고 나서 너무 힘들었대요. 닷새 동안 굶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차 털이를 하게 됐대요. 그래서 다시 잡혀 온 거예요.”(같은 책)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시도는 범죄를 낳는 원인을 호도하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반성하고 교화될 기회를 앗아가며 낙인과 배척을 강화한다.

따라서 엄벌주의로 치달을 게 아니라 범죄로 내몰리는 청소년들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채 청소년들을 더욱 억압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 희생자를 탓하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