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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신자유주의자 마크롱과 파시스트 르펜의 대결로 압축되다

4월 10일 저녁[현지 시각]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마감됐다. 이후 신자유주의자와 파시스트가 프랑스 대통령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개표 결과 현직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27.8퍼센트로 가장 앞섰고,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이 23.2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좌파 후보인 장뤽 멜랑숑은 22퍼센트를 득표해, 지난 2017년 대선에서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 출구조사 직후에 멜랑숑은 선거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능했던 일이 이제는 불가능해져서 매우 실망했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환경적, 정치적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이 비상사태를 만든 것은 우리가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이 체제다. 여러분은 각자 끔찍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르펜은 단 한 표도 얻지 않아야 한다.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언덕 위로 밀어올린 이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가게 둘 수 없다. 투쟁은 계속된다.”

르펜의 득표는 2017년보다 2.7퍼센트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사악한 이슬람 혐오자인 에릭 제무르가 7퍼센트를 가져갔음에도 말이다.

인종차별

프랑스에서 파시스트들은 지난 20년 동안 성장해 왔다. 그러나 르펜의 이번 선전은 마크롱 정부가 부자들 편에서 정치를 한 것의 직접적 결과다.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소셜리스트 워커〉는 이렇게 경고했다. “마크롱은 전임자들과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다. 마크롱의 전략이 전임자들과 다르리라 예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마크롱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계속해서 두려움, 절망, 분노의 씨를 뿌리며 르펜의 청중을 늘릴 것이다.”

마크롱은 연금을 개악하고, 시위의 자유를 공격하고, 노란 조끼 운동을 탄압하고, 살인 경찰을 두둔하고,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 이 모든 것이 르펜에게 도움이 됐다. 마크롱이 평범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자본가들과 친하게 지낸 탓에, 오히려 르펜이 평범한 사람들의 편인 척할 수 있었다. 지난주 르펜은 심각한 물가 인상 문제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마크롱을 비난했다.

마크롱의 인종차별과 권위주의가 르펜이 결선까지 오르는 길을 닦았다 ⓒ출처 Photothèque Rouge

그러나 르펜의 핵심 메시지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이었다. 르펜은 무슬림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머리 가리개를 착용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이민자들에게 지급되는 의료 서비스와 주택 보조금을 거의 다 끊기를 원한다. 또, 프랑스의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개헌을 하고자 한다.

르펜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가 자동으로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하는 제도를 없애려 한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의 백인 주민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고약한 “대(大)교체” 이론을 퍼뜨리는 에릭 제무르는 [결선 투표에서] 르펜 지지를 선언했다.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경찰에 대한 면책을 강화할 것이며, 노동조합의 세력을 분쇄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파시스트 강령을 공식 국가 기구 밖에서 “아래로부터” 구현하려는 거리 깡패들이 고무받을 것이다.

학교 노동조합 대의원인 마리 라살은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말했다. “제 직장 노동자들은 마크롱을 찍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수년 동안 마크롱과 싸워 왔어요. 마크롱은 적입니다. 2주 후 결선 투표 결과가 무엇이든 사회적 폭발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4월 24일에 열릴 결선 투표에 대한 한 여론 조사에서는 마크롱이 54퍼센트, 르펜이 46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다른 조사에서는 52퍼센트 대 48퍼센트로 나왔다.

아래로부터의 운동

르펜은 실질적 위협이지만 저지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의 기층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르펜에 맞서고 르펜이 지지받는 조건을 없앨 방법이다. 수백여 개의 연대체, 노동조합, 정치단체의 지지를 받는 주요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 하나가 4월 16일과 17일에 극우와 자유주의자들과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이들의 정책들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소명했다. 좋은 시작이다.

이제 마크롱은 르펜에 맞서 단결하자고 ‘민주주의자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그러나 연금 수령 연령을 3년 더 늦추고 노동자의 권리를 유린한 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말은 완전히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공산당(약 2.3퍼센트)과 녹색당(4.6퍼센트)은 언론이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을 찍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여기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주류 보수 우파와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은 참패했다. 1958년부터 2017년까지는 이 두 세력 중 하나가 항상 대권을 잡았다. 그리고 결선에서 대결하는 것도 대개 이 둘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둘 다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고, 지지율이 도합 27퍼센트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는 4.8퍼센트, 사회당의 안느 이달고는 고작 1.8퍼센트를 득표했다. 두 세력 모두 심각한 위기인 것이다. 영국으로 치면 보수당과 노동당이 총선에서 합쳐서 6.5퍼센트를 득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권율이 26퍼센트가 넘어 2017년보다 4퍼센트포인트 늘었다. 절대적 수치로는 역대 최고다. 1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후보자 12명 중 어느 누구에게도 투표하지 않았다.

반자본주의신당(NPA)과 노동자투쟁당(LO)의 혁명적 후보들은 각각 1퍼센트 미만을 득표했다. 이것이 거의 50만 표에 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반자본주의신당의 후보인 필리프 푸투는 이렇게 말했다. “마크롱은 극우에 맞선 방어벽이 될 수 없다. 심지어 마크롱의 정책은 극우를 강화시킨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격에 맞서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착취 받고 억압 받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정치적 도구, 즉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지난 5년 동안 강력한 파업을 벌였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으로 대규모 행진이 열리고, 경찰 폭력에 맞선 운동도 되풀이해서 일어났다. 아래로부터의 운동과 투쟁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진정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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