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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동성 군인 간 합의한 성행위 처벌 불가 판결:
너무 당연한 판결이 이제야 내려졌다

4월 21일 대법원이 사적 공간에서 합의로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군대 내 동성 간 성행위는 합의에 의한 것일지라도 ‘추행’으로 처벌됐다. 사실상 군대 내 동성애를 범죄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008년과 2012년에 합의한 성관계를 추행으로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10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일보 전진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유죄를 받은 남성 군인 2명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인 남성 군인 2명은 2016년 군부대 밖 독신자 숙소에서 일과 시간 이후에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 이후 이들은 2017년 3월 육군의 성소수자 색출로 인해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육군은 피고인들을 포함해 성소수자 군인 23명을 군형법92조의6 추행죄로 입건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본지 206호 동성애자 군인 색출·처벌 중단하라)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 다수는 동성 군인 간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 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군형법92조의6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추행’]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동성 군인 간 성행위 처벌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 온 것이 뒤늦었지만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재판이 시작된 지 5년, 상고심이 시작된 지 3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그 사이에 피고인들은 아무 죄 없이 범죄자로 몰리고, 사생활이 까발려져 낙인 찍히고 무수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명백히 국가에 의한 인권 유린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매우 뒤늦었다.

이제 더는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군형법92조의6(추행) 자체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추행죄와 관련해 위헌법률심판이 2건, 헌법소원이 10건 계류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수년째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큰 사건이므로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며 판단을 미루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하루빨리 군형법92조의6(추행)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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