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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노동 ‘개혁’은 임금 삭감, 규제 완화 등 노동조건 후퇴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다. 이를 위해 “기업 활동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고 한다. 윤석열 인수위가 최근 발표한 국정목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와 문재인 정부도 혁신 성장과 규제 완화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저조한 경제 성장이 지속됐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저질 일자리만 늘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4중의 위기, 즉 경제의 장기 침체, 팬데믹, 국제 질서의 불안정,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은 경제 회복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또 하향 조정했다. “물가, 유가, 금리 3고(高)에 곡소리 나는 민생”(〈시사저널〉)에 대한 서민층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수익성을 만회해 주려고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짜는 ‘노동개혁’을 내세운다.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로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임금을 삭감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처음부터 한방에 공격을 쏟아붓기 어려운 처지다. 각개격파에 맞선 단결이 중요하다 ⓒ이미진

노동 규제 허물기

인수위가 밝힌 세부 내용들은 이렇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주되게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을 보고했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면, 사용자들은 총량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일이 몰릴 때 초과수당 없이 장시간 근무(심지어 이틀 연속근무도)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연공급제(호봉제)를 허물고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면, 노동자들의 임금이 개별화하고 내부 경쟁이 강화되기 쉽다. 반면, 직무와 성과 측정의 권한을 가진 사용자들의 지위는 더 강화된다.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 전반을 하락시키고 단결을 약화시킬 것이다.

인수위는 중대재해처벌법도 대표적인 ‘족쇄 규제’로 규정했다. 법 위반 기업의 처벌을 완화하기 위해 징역형을 제하고 벌금형 위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시행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을 억제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하겠다는 방안도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출을 대폭 줄이고 공공기관 정원관리(충원 제한)를 추진하겠다거나, 노동 쟁의에 대한 법 적용을 엄격히 하겠다는 정책 방안들도 논의되고 있다.

야금야금

물론, 윤석열은 임기 초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만큼 자신만만한 상황이 결코 못 된다. 〈조선일보〉 주필은 “역대 최악의 새 정부 출범”이라는 말로 윤석열의 처지를 묘사했다.

가까스로 당선한 대통령, 절반도 안 되는 새 정부 초기 지지율, 당선 직후부터 이어진 신구 권력의 진흙탕 싸움 등등. 이렇게 가다가는 집권 초기 촛불시위로 지지율이 7퍼센트 바닥까지 떨어졌던 이명박, 집권 말기 심각한 내분을 겪다 퇴진 운동에 직면해 임기도 못 채우고 탄핵 당한 박근혜의 전철을 밟을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취임하기도 전부터 레임덕 걱정에, ‘제발 꼴통스럽게 하지는 말라’는 주문이 우파 내부에서 나온다.

게다가 노동계급의 의식은 후퇴하지 않았고 개혁 염원도 여전하다. 여러 정치적 위기와 부진을 겪었지만, 노동조합 조직도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이후 더 성장해 여전히 건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이 서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이간질하고 부문별로 각개격파 함으로써, 노동계급의 몫을 줄이고 조건을 끌어내리려 한다. 선택근로제 확대를 한 사업장 안에서도 부서별로 합의 시행할 수 있게 하겠다거나,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겠다는 방안들이 뜻하는 바다.

윤석열 인수위는 사무직·고임금 노동자들을 초과근무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는데, 이는 “대기업 철밥통” 이간질로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부터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각개격파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설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연대를 구축할 정치

아쉽게도 그동안 노동운동 전반에 연대 정신보다 부문주의가 커져 왔다. 일부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거나, 심지어 비정규직 투쟁을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두드러진 사례였을 뿐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이런 문제를 악화시켰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노조 지도자들 사이에 노(사)정 협조주의 노선이 강화됐는데, 이는 투쟁을 보편화하고 연대를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됐다. 노동자들은 개별 작업장 수준에서, 부문별로 크고 작은 투쟁에 나섰지만, 적잖은 경우 상급단체의 방치와 연대 회피로 고립되곤 했다.

정의당 등은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기금 등을 나누는 사회연대전략을 부문주의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다. 비정규직을 위하고 계급 내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회연대전략은 연대 투쟁을 통한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정규직이 사측에 임금이나 조건을 양보하자는 것이다. 사측에 양보한다고 한들 비정규직 처우가 좋아질 리 없을 뿐 아니라, 이런 양보는 노동자들 사이에 단결을 고취하기보다 도리어 반목을 조장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노조 지도자들은 “현장 정서”를 핑계로, 때로는 “내 코가 석 자”라는 이유로 부문주의를 정당화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우파 정부의 이간질과 각개격파에 무기력하기 쉽다. 협소한 노동조합주의가 아니라 작업장과 부문을 넘어 계급 전체의 관점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