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윤석열 인수위가 ‘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빈 깡통’이라고 비판받아 온 윤석열의 대선 공약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며 요구해 온 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장애인 운동 단체는 “예산 없이 권리 없다”고 외치며 지난해 말부터 시위를 벌여 왔다. 정부가 그럴싸한 정책을 내놨어도, 결국 예산을 충분히 배정하지 않아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경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국가의 지원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이미진

역대 정부들은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는 요구를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개선에 필요한 돈을 쓰는 데는 인색했다. 이윤 경쟁과 착취에 기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지배계급에게 ‘매력적 노동력’이 될 수 없고 장애인 복지는 ‘비생산적 지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인수위도 예산 증액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제시한 정책들(돌봄체계 강화, 이동권 보장,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업 모델 개발, 문화·체육시설 확대 등)이 얼마나 실행될지 회의적이다.

그나마 개선하겠다는 정책도 꾀죄죄하다. 예컨대 이동권 정책에서 ‘시내버스 저상버스 의무 교체’는 이미 지난해 통과된 법에서 규정된 바다.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는 이미 오래 전에 서울시가 약속한 것이다. 장애인 콜택시 확대(법정대수 100퍼센트 달성)는 임기를 마치는 해에나 하겠다는 것이다.

고용 분야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고용 대책이나,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에 대한 개선이 담기지 않았다.

문제적

그 가운데는 문제적인 것도 있다. 윤석열의 장애 정책 중 핵심이라 꼽히는 ‘장애인 개인예산제’다. 그간 정부가 장애인에게 지급하던 여러 복지 서비스들의 총액을 산출하고 이를 심사·평가해서 현금으로 주는 제도다.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유럽 국가들에서 도입됐지만, 정부 지출 삭감과 민간 시장 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조처였다.

한국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장애인이 지급받는 총액이 삭감되거나 수익성 논리가 강화돼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나라 ‘장애인 지원 정부 예산’은 OECD 평균의 1/3 수준으로, 정말 형편없다. 그래서 대다수 장애인들이 빈곤하게 살아간다. 장애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71퍼센트에 불과하고,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훨씬 열악하다.

진정 필요한 조처는 대부분 민간 시설에 떠넘겨져 있는 돌봄 시스템에 공공성을 강화하고, 복지 예산 자체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특별히 인수위는 장애인 운동의 요구 중 ‘탈시설 예산’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시설에서 살기를 원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탈시설’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요구이다. 시설은 오랫동안 장애인들의 증오의 대상이었고, 여러 문제 제기와 투쟁 속에서 환경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시설 수용은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고립·배제하는 정책이다. 또, 시설 수용은 장애인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충분한 지원(주거 지원, 활동지원 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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