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이주노동자들과 우호적으로 지내며 단결해야, 함께 사용자를 압박하고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조승진

4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가 조선업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시행한다고 한다. 조선소에 일감이 크게 늘어 부족해진 인력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조선업에 올해 말까지 80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약 4400명이 고용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러 차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주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이 아닌 하청업체로 취업해 고용이 불안정하다.

임금도 더 적을 수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기준을 전년도 1인당 GNI(국민총소득)의 80퍼센트 이상(지난해 기준 연 3219만 원)으로 정했다. 이는 월 평균 약 268만 원으로 2019년 국내 조선소 노동자 월 평균 임금 약 319만 원의 84퍼센트 수준밖에 안 된다.

사실 인력 부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건 정부와 사용자들 탓이다. 이들은 그간 조선업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 지난 8년간 노동자 10만 명이 해고됐다. 실질임금이 삭감됐고 노동강도는 강해졌다. 하청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임금체불에 시달렸고, 산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런 조선소에 누가 일하러 오겠는가?

지난해 일감이 크게 늘었지만, 장기 불황 시대에 수주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불안 요소도 있다. 최근에는 철판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사용자들의 비용 부담도 늘었다.

결국 정부는 인력은 필요한데 정규직으로 채용하지는 않고, 값싸고 쉽게 쓰다 버릴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받을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를 환영하고 우호적으로 지내야 한다. 그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차별받아야 할 정당한 이유 따윈 그 어디에도 없다.

노동계급의 단결

일각에서는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면 한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더 나빠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노동조건 악화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노동자 착취를 통해 최대한 이윤을 뽑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증감은 경제 상황에 따른 정부와 사용자들의 투자 증감과도 연동돼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지난 수년간 한국인 노동자 수만 명이 잘릴 때, 이주노동자들 역시 많이 해고됐다.

지금은 조선업 경기가 좀 나아져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 사용자들은 인건비를 최대한 아끼려 한다. 이럴 때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늘리려 한다면, 우리는 이 노동자들을 내칠 게 아니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하며 단결을 추구해야 옳다.

이런 원칙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물론, 그것을 쟁취할 수 있느냐는 만만찮은 투쟁에 달려 있을 것이다.

차별은 노동자들이 착취에 대한 분노를 지배계급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만든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서로 단결하지 못하게 해서 모두의 조건 개선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금속노조와 조선소 노조들이 모인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이주노동자 투입을 막아 내겠다”고 밝힌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주장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배척 분위기를 만들어 정부와 사용자들의 이간질을 더 쉽게 만들 뿐이다. 그러면 노동자들의 단결이 약화돼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쟁취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차별을 강화하는 마당에, 금속노조·현대중공업지부 등이 울산시와 함께 조선업 노사정 포럼에 참가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도 무망해 보인다. 오히려 대화에 기대다가 단결과 투쟁을 건설할 타이밍만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조선소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이주노동자 모두 같은 사용자에게 고용돼 있다. 노동자들은 단결해야만 사용자를 압박하고 노동조건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그런 단결을 위해 필수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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