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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비전투 군수물자” 지원하기로:
전쟁터에 보내는 군수물자가 비전투용이라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미국이 동맹국들을 규합하면서, 한국도 전쟁 지원을 늘리고 있다.

4월 26일(현지 시각) 미국은 독일에 있는 유럽 최대 미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를 열었다. 여기에는 나토 동맹국들과 한국·일본·이스라엘 등이 참가했다.

회의를 주재한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이렇게 밝혔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50억 달러(약 6조 3140억 원) 넘는 무기를 지원했으며, 이 중 미국의 지원분만 37억 달러가 넘는다.” 오스틴은 전쟁 목표가 러시아의 약화임을 거듭 확인시키며 회의 참가국들에게 무기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한 호응이 이어졌다. 폴란드가 소련제 T-52 탱크 200대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독일 국방장관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가 우크라이나에 자주대공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독일이 분쟁 지역에 공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이다.

전쟁 발발 전에만 해도 독일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해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수출을 거부했지만,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스라엘도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기를 그간 꺼려 왔지만, 지난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

한국은 회의 후인 4월 29일 나토 신탁기금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5000만 달러(약 633억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지원을 결정한 군수물자 등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의 총 지원 규모는 1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이 돈이 ‘비전투 군수물자’에 주로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지원과 러시아 제재 동참도 전쟁 지원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외교장관 리즈 트러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모두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 너머에서 부상하는 위협”에 맞선 각국의 경제적·군사적 “강경 대응” 동참을 반겼다.

미국의 전쟁 지원에 동참하는 것은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정세도 긴장케 할 일 ⓒ출처 미 국방부

트러스가 말한 “위협”은 러시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트러스는 “나토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강화”하자고도 했는데, 그 “파트너십” 네트워크에는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의 일부인 한국·일본·호주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국가들은 모두 6월 말 예정인 나토 정상회담에 초청받았다. 이런 맥락에서 트러스가 말한 “나토 파트너십 네트워크 강화” 발언은 인도-태평양 지역도 긴장케 할 수 있는 것이다.

취임 전부터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한 윤석열이 나토 정상회담까지 참가하면, 취임 직후 세 차례나 미국과 보조를 맞추게 되는 셈이다. 윤석열은 5월 12일 ‘코로나 정상회담’에 이어,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과 만난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충돌을 놓고 미국을 지원하는 것은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정세도 긴장케 할 일이다. 여기서 평범한 한국인들이 얻을 이득은 없다.

국제적 반전 연대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 제안한 국제공동행동이 한국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5월 21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집회는 제국주의간 충돌을 키우는 서방·러시아와 이를 거드는 한국 정부 모두를 규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날의 행동에 최대한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선을 넓히는 러시아

서방의 확전 행위는 러시아의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에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도시들에 대규모 포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겨냥한 포격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경제적 공격도 가했다.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 다음 날인 4월 27일 러시아는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폴란드 가스 소비의 약 45퍼센트, 불가리아 가스 소비의 90퍼센트 이상이 러시아산이라, 특히 두 나라 서민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자, 5월 9일 전승기념일을 기해 대대적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공세뿐 아니라, 지난 3월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한 옛 소련 소속 공화국 몰도바로의 확전 시도가 거론되고 있다.

푸틴은 “수용 불가능한 전략적 위협을 받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할 것”이라고 을러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가 낳는 참상을 명분으로 서방 측이 스멀스멀 확전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중단돼야 한다. 자국의 친서방 정부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의 행동이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