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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에너지·환경 정책:
핵발전 확대, 전력 민영화, 전기요금 인상

윤석열 인수위가 4월 28일 에너지, 기후·환경 정책을 발표했다.

그간 공언한 대로 핵발전 확대 정책을 분명히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공사 계획이 보류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가능한 조기에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등 필수 절차도 생략할 기세다.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되면 한울 핵발전소 여섯 기를 포함해 울진에만 무려 핵발전소 10개가 가동된다.

지난 3월 동해안 산불 당시 송전선로가 차단되고, 핵발전소 인근까지 불이 번졌다. 자칫 대형 핵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 발전소 측은 출력을 절반 가까이 낮추기도 했다. 기후 변화로 대형 산불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에 또 다른 핵발전소를 추가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고가 난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치사량의 방사선을 내뿜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나 1986년에 사고가 난 체르노빌 핵발전소를 보듯 핵발전소 사고는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다.

윤석열은 고리 2호기 등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40년이나 가동된 핵발전소를 땜질해 10년씩 더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 사고의 위험을 키울 뿐 아니라 지속적인 방사성물질 유출로 지역 주민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이 핵발전을 확대하며 드는 명분은 기후 위기 대처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료인 우라늄을 채굴·정제·농축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같은 양의 에너지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생산하면 훨씬 적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도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지금도 턱없이 낮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조차 지키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이 핑계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NDC는 지키겠다고 했는데 조만간 만나게 될 미국 바이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기후 협약을 노골적으로 무시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도 석탄·LNG 발전은 “합리적으로” 감축하겠다며 모호한 여지를 남겼다.

윤석열이 핵발전을 확대하려는 진정한 동기는 국내 기업들에 값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한편, 향후 핵무기와 핵추진 잠수함 개발 등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로부터 얻을 이익이 없다.

핵발전 확대 움직임에 국내 탈핵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부산에서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이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시도에 반대하며 결의대회를 열고 농성을 시작했다.

윤석열의 핵발전 확대 정책을 막으려면 탈핵 운동은 문재인의 탈핵 배신으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이끌어 내야 한다. 민주당과의 거버넌스를 통해 탈핵을 이루려는 시도는 그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고 기층 대중 사이에 환멸만 낳아 운동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탈핵 운동은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민주당과 독립적인 아래로부터의 운동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또, 지금 성장하고 있는 기후 운동과 탈핵 운동이 단결한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청 앞에서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활동가들 ⓒ출처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전력 민영화 계획 중단하라

윤석열은 전력 민영화 계획도 발표했다.

지금도 민간 발전소가 국내 발전 설비의 20~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기업인 한전이 그 거래를 대부분 독점함으로써 어느 정도 가격 통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민간 발전소가 직접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운동연합 출신의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의 계획을 두고 “우리가 했어야” 한다고 했는데, 전력 민영화가 대중의 삶에 끼칠 폐해보다 한전의 독점이 더 큰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한전은 발전 사업을 위해 환경과 지역 주민들의 삶을 파괴해 왔다. 또, 공기업이라고 해서 시장 논리를 완전히 무시해 온 것도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기업주들에게는 전기 요금을 대폭 할인해 주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민영화를 하면 그런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할 것이다. 전력 공급을 시장에 내맡기면 민간 발전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요금 인상에 나서는 한편 환경 파괴도 가속될 것이다. 이들은 하다못해 선거를 의식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이런 민간 발전사들의 이윤을 지켜주는 한편, 한전의 적자도 줄이려고 한다. ‘원가주의’를 내세워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한 이유다.

전기요금 인상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은 물론이고 훨씬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반면 일각의 잘못된 기대처럼 요금을 올린다고 전기 소비량이 대폭 줄어들거나 환경 파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전기 소비의 압도적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에는 앞으로도 다양한 할인 제도가 적용될 것이고 가정용 전기 소비는 대부분 냉난방 등 필수적 소비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전력 민영화를 멈추고 민간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대규모 공공 투자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그 비용은 기업주·부자들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