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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서방의 대리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나토군 수송대가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어트’를 싣고 슬로바키아로 진입하고 있다 ⓒ출처 Gregory Freni

이상하게도, 나토가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대리전에서 나토 측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 전쟁이 대리전임을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던 리언 파네타(83)는 3월에 이렇게 인정했다. “우리가 인정하든 말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리전이다.” 그러나 서방 정부들과 그 옹호자들은 이를 한사코 부인한다.

러시아와 맞붙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이고 그 정부는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근거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리전으로 규정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능동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우크라이나인들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깎아내리는 처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가 “대리”라는 표현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서 행동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냉전기에 미국은 제3세계에서 일어난 이러저러한 공산당 운동들이 소련을 “대리”한다고 늘 비난했다.

거기에는 그 운동들이 소련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함의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면 나름의 목표와 이해관계를 지닌 여러 민족주의 운동들이 스탈린주의 사상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1970년대 후반에 베트남 공산당 정부는 캄보디아와 중국의 두 공산당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미국이 말한 대리전이 냉전기에 있었던 진정한 사례는 미국 CIA가 쿠바의 우익 망명자들을 조직하고 무장시켜서 벌인, 그러나 처참하게 실패한 1961년 4월 피그스만 침공일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민족주의가 사람들을 동원하는 힘으로서 나름대로 생명력이 여전히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여전히 민족적 투쟁들은 서로 경쟁하는 소수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체제라는 맥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 안에서 강대국들은 더 작은 나라들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한다.

냉전은 그렇게 해서 어떻게 대리전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1950년 6월에 일어난 한국전쟁은 공산당이 지도하는 북한이 서방이 좌지우지하는 남한을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북한 지도자 김일성은 한반도 재통일을 열망했다. 그러나 그러려면 그를 애초에 권좌에 앉힌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지원이 필요했다.

선즈화의 매우 흥미로운 연구서 《마오, 스탈린, 한국전쟁》[국역: 《조선전쟁의 재탐구 — 중국·소련·조선의 협력과 갈등》, 선인, 2014]에 따르면 스탈린은 결국 [김일성의] 침공에 손을 들어 줬다. 스탈린은 부산과 인천의 항구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스탈린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이 개입하더라도 전쟁에서 타격을 입는 것은 중국의 신생 공산당 지배 체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탈린은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을 불신했고 한반도에서 미국과 대결을 벌이면 마오쩌둥을 제어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봤다.

막상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자 미국은 전쟁에 개입했다. 중국도 개입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싸우다 교착 상태에 이르렀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분단을 확정했다.

소련은 미국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였는데, 북한과 중국 군대가 전쟁을 수행하게 해서 제3차세계대전을 피했다. 스탈린은 김일성과 마오쩌둥을 이용했던 것이다. 물론 김일성과 마오쩌둥 둘 다 나름의 이데올로기적 동기와 경제적·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지닌 자주적인 행위자였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그의 정부는 특정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프로젝트를 대변하며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매일 8~10편의 화물 비행 편이 있다. 대부분은 미국이 운항하는 것이다. ⋯ 이를 통해 수억 달러어치의 무기가 수송되며 중화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그들[미국과 그 동맹국들] 나름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다.

지난주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미국 정부의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러시아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민족적 투쟁이 아니다. 그것은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의 충돌이기도 하다. 이를 보지 못하면 위험을 얕보게 된다.

현 CIA 국장 윌리엄 번스는 최근 이렇게 경고했다. “푸틴과 러시아 지도부가 느낄 절박함과 그들이 현재까지 겪은 군사적 차질을 고려하면, 그들이 전술 핵무기나 저위력 핵무기에 의지하게 될 위험성을 결코 아무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대리전은 나쁜 일이다. 그러나 전면적인 제국주의 전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나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