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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맞아 생각해 본 아동 문제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 어린이날에 생각한다 : 가정은 무정한 세상의 안식처인가?

가정

가정은 흔히 어린이를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사회화하고, 교육하고, 사랑하고, 돌보는 곳이다. 덕분에 자본가들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다음 세대의 노동력을 제공받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가정은 노인, 발달장애나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저렴하게 돌보는 곳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무기력(과 협력)에 기반해 유지된다. 우리는 사회와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중요한 결정들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는지가 점점 더 우리의 교육, 미래의 직업과 수입을 좌우한다.

극도로 불평등하고 경쟁적인 사회 체제는 실패를 자기 잘못이라 여기게 만든다. 그래서 노동계급 부모들은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할수록 자부심보다 좌절감을 느끼게 될 때가 많다. 이런 것들이 인간관계를 비틀고 가족관계에도 엄청난 압력을 가한다.

아동학대

가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돌봄과 지원의 원천이지만 폭력으로 이어지는 좌절과 분노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세계적으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어린이집, 학교, 방과 후 이용 시설, 복지 기관 등이 문을 닫거나 서비스 이용이 제한됐고, 자녀 양육과 돌봄의 책임이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는 압력이 더 커졌다.

팬데믹과 경제위기처럼 심각한 사회적 위기의 시기일수록 취약한 가정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까지 극심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떠안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개별 가정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 아주 오랫동안 인간 사회에서 양육과 돌봄은 개별 부모나 가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몫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양육과 돌봄을 주로 가정이 책임져야할 사적 영역으로 돌린다. 각 가정은 공적 영역(공공서비스)의 커다란 구멍을 메워야 한다.

한편, 자본주의의 계급차별과 지독한 불평등은 노동계급과 가난한 가정 아동의 건강, 복지, 발달을 저해한다. 이런 차별과 불평등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어떤 어린이들에게는 신선한 공기, 쾌적한 공간, 좋은 음식과 책, 사랑과 건강, 안전이 필요 없거나 덜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회 체제가 저지르는 구조적 학대는 개인이 저지르는 학대에 비할 수 없이 광범위하다. 그러나 아동복지법의 처벌 대상은 아니다. 법이 처벌할 수 있는 아동학대는 훨씬 일부분이다.

전체 그림은 수많은 가정과 아동이 겪는 고통의 바다를 자본주의가 만든다는 것이다.

학대와 불행에서 진정으로 아이들을 구하려면 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

세계적으로 연료비, 식품비 등 생활 물가가 올라서 노동계급과 서민 가정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월드 주변 모텔에 거주하는 취약한 가정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모텔 거주는 미국에서 두 달 치 임대료와 보증금이 없는 가정들이 내몰리는 불안정한 주거 형태다.

이들을 “히든 홈리스(hidden homeless)”라 부른다. 이들은 2008년 금융 공황 이후 급증했다. 휘황한 디즈니월드 주변 비좁은 모텔에 사는 어린이들만 거의 5000명이었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모텔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아동이 있는 홈리스 가정은 전체 미국 홈리스의 약 30퍼센트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주택도시개발청(HUD)은 이들을 홈리스로 분류하지 않는다. 집을 구하지 못해 자동차에 사는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영화 〈노매드랜드〉와 달리, 책 《노마드랜드》는 이들의 실생활을 잘 다뤘다. 주택 대신 자동차나 텐트에 사는 홈리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밸리 지역의 상장 기업 시가 총액은 14조 달러(17,682조 원)가 되었다. 2020년 2월에 비해 거의 2배다. 그중 거의 절반이 애플, 구글, 테슬라, 페이스 북의 것이다. 실리콘 밸리 10대 거물들의 순자산은 2.3배 증가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가장 중심지인 산타 클라라 카운티는 홈리스와 보호자 없는 청소년 비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들 중 다수가 현지인이다. 이 지역 주거와 삶을 악화시킨 애플이 지원에 나섰지만 사람들을 한시적으로 모텔이나 “안전 주차장”에 보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삶의 터전이 불안정한 난민, 이주민, (히든) 홈리스가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은 청소년 홈리스가 급증했고 한국은 홈리스 사망자가 2배로 늘었다.

주거 위기는 더 많은 가정을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권리

자본주의는 가난한 국가, 가난한 지역, 가난한 가정을 방치해왔다. 부자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들의 가난과 불행을 이용하고 조장한다.

부자들을 위한 우주여행, 전용기, 퍼스트 클래스에 쓰일 돈을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쓴다면 어떨까. 전쟁과 무기에 쏟아 붓는 지출을 적절한 공공서비스에 쓴다면 어떨까.

자본주의는 이런 만약을 싫어한다.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 싸움은 정당한 우리의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