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이 중 교육 정책은 교육재정 축소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합리적 재원 배분’을 해야 한다며, 유초중등 교육 예산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퍼센트와 교육세 세수 일부로 구성된다. 내국세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학령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꿔 지급을 줄이거나, 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도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지방 대학 지원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1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 나라 공교육비 중 정부 투자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공교육비 중 정부 투자 비율은 73.6퍼센트로, OECD 평균인 82.4퍼센트에 못 미친다. 유초중등 공교육기관만 보더라도, 정부 투자 비율이 88.6퍼센트로 OECD 평균인 89.7퍼센트보다 낮다. 그런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하려고 드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드러났듯이 특히 대도시 과밀 학급 문제가 여전한데, 정부는 기간제교사만 늘리며 땜질만 해 왔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필요한 교사 수도 부족해, 교사 한 명이 여러 교과를 가르치게 하고 있다. 이런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교육 재정이 필요하다.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복지는 계속 늘어났지만 늘어난 교육 복지의 상당 부분은 비정규직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돌봄전담사의 상당수가 시간제로 고용돼 있어,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무급 연장 근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 예산을 늘려 학교에서 다양한 구실을 맡고 있는 교육공무직을 완전히 정규직화 해야 한다. 학교의 교육 복지 구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발상은 평범한 노동계급 자녀에게 쓰이는 교육재정 투입을 가능한 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 지원에 사용하면 고등교육 예산이 늘어날 수는 있다. 한국은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 지원금을 늘리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체 교육 예산은 늘리지 않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전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한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 지원에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 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대학 교육의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한다고 하는데, 이는 지방 사립대학 퇴출 등 골치 아픈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기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볼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 수 있다. 대학 자율성 보장과 규제 개혁을 빌미로 기업과 더욱 연계된 대학을 만들려는 것도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특권학교 강화

윤석열 정부 교육 정책의 또 다른 핵심은 특권학교 유지 강화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는 학교 교육의 다양화, 수요자의 선택 자유를 명분으로 학생 선발, 교과과정 개편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교육자유특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봐 왔듯이, 교육자유특구는 특권학교를 확대시키는 정책으로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배경이 좋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다. 이렇게 특권학교를 늘리는 정책은 입시 경쟁을 더욱 강화해 학생들을 고통에 빠뜨릴 것이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이전 정부의 자사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 폐지 방향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왔다.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김은혜도 자사고, 특목고, 영재고 등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2021년 한국의 사교육비 총액은 23조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녁 6시 이후에야 집으로 가는 초등학생이 60퍼센트를 넘는다. 입시 경쟁 격화는 이런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편, 윤석열 인수위는 생산인구 급감에 대응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며, 4차산업혁명 시기에 필요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공교육의 목표를 맞추려고 한다. 초중등 교육에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교육을 필수화하고, 대학에서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나 첨단분야의 학과를 늘리면서 기업이 직접 설계한 교육과정으로 기업 입맛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주들의 이윤을 위한 기술을 공교육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은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고 학생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다.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한 교육과도 거리가 멀다.

윤석열 정부는 말로는 교육 격차 해소를 강조하면서도,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로 교육 예산을 삭감하고, 특권학교를 늘려 학생 사이의 입시 경쟁을 강화하며, 기업의 노동력 수요에 맞춰 공교육을 재편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교육을 강화시키려 한다.

진정으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려면 더 많은 교육 재정 지원으로 교사 수를 늘리는 등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자를 늘리고, 대학 입시 경쟁을 완화할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말이다.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신자유주의적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서 교사와 교직원, 학생들이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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