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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크라이나 첩보 지원은 공격 좌표 찍는 전쟁 행위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을 통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 5월 4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정보와 첩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첩보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함을 침몰시켰고, 러시아군 장성 12명을 사살했다.

5월 6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흑해함대의 소형 상륙정을 타격한 데에도 미국의 첩보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썼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러시아군 부대·장비·지휘부의 위치 파악을 도운 덕분이었다.

[모스크바함 격침 당시] 미국의 첩보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군은 물량이 부족한 넵튠 미사일을 두 발이나 사용하기를 꺼렸을 것이다.”

미군의 첩보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함 격침은 미국이 전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전비·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맞춤형 드론까지 개발해 줬다. 드론 구입 비용도 미국 정부가 댔다.

무기를 들려 주고 그 무기를 사용할 곳도 알려 주는 것은 엄연한 전쟁 행위다. 그리고 그 전쟁 행위로 미국이 노리는 것은 전쟁 종식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손을 빌려 러시아를 최대한 약화시키는 것이다.(관련 기사: ‘미국의 전쟁 목표: “러시아 약화”로 공세적 변경’, 〈노동자 연대〉 416호)

서방 측의 압박이 키운 푸틴의 전쟁 의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5월 9일 전승기념일(제2차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행사 연설에서 “서방이 차원이 다른 위협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 행위가 그 위협에 맞선 “유일하게 정당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이날 열병식에서 서방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과시했다. 예고됐던 핵전쟁 지휘통제 항공기 ‘IL-80 둠스데이’ 에어쇼는 없었다. 하지만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와 단거리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가 등장했다.

행사를 며칠 앞둔 5월 1일 러시아 국영TV가 유럽 주요국 수도들에 핵 공격을 가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점령 야심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푸틴은 “지금 러시아군은 자신의 땅에서 싸우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가 러시아 영토라는 주장이다.

이런 언사와 무력 시위에는 푸틴의 야심뿐 아니라, 지금까지 러시아가 전쟁의 소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반영돼 있다.

전쟁 개전 전만 해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의 쏟아지는 군사적 지원 때문에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서방의 군사 동맹이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받는 압박이 더 커졌다.

그래서 푸틴은 군사력을 과시하며 서방에 맞서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삼 표명한 것이다.

러시아군은 전승기념일 행사 직전에 고정밀 미사일을 여러 발 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를 포격했다. 이 공격에는 오데사를 파괴·점령해 흑해 연안을 모두 손에 넣고 우크라이나 중심부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인이 최소한 수십 명 사망했다.

한국, 나토 첩보 동맹에 가입하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5월 5일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 중 최초로 나토의 첩보 동맹 사이버방위센터(CDCCOE)에 가입했다. 이날 신규 가입한 국가들(한국·캐나다·룩셈부르크) 중 나토 비회원국은 한국이 유일했다.

나토 사이버방위센터는 대(對)러시아 첩보전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된 기구로, 매년 각국 정보기관이 모여 합동 훈련을 벌이는 나토군 지원 기구이다.

한국의 이번 가입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한국이 사이버방위센터에 가입을 신청한 것은 2019년이었다. 하지만 가입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우크라이나가 사이버방위센터 파트너십 지위를 획득한 2022년 3월 이후이다.

서방 편들기 5월 5일 에스토니아의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서 열린 가입 행사 ⓒ출처 NATO CCDCOE

이제 한국은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대(對)러시아 첩보전 훈련을 정기적으로 벌이게 된다. 이 훈련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원 훈련이 될 것임은 명백하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함께 훈련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가입은 러시아 동쪽에서 서방의 첩보전을 강화하는 포석이 될 것이다. 또, 아시아에 서방의 군사 동맹이 힘을 투사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연안지역에서 나토 동맹의 힘이 투사될지 모른다는 의심은 이미 있었다.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의 중요한 일부인 한국·일본·호주는 모두 나토의 파트너십 국가이고 6월 말 열릴 나토 정상회담에 초청받았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나토 동맹의 주요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인도-태평양에 자국의 군함을 보내 합동훈련을 벌인 바 있다. 2021년에는 영국의 항공모함이 남중국해를 지나 일본까지 오기도 했다.

이는 중국을 매우 자극하는 일이다. 한국의 사이버방위센터 가입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토가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한 체스판에 한국을 끌어들여 …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에 간섭할 발판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는 나토 동맹을 지원하면 아시아 정세가 긴장될 것임을 알고도 전쟁 지원에 동참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조로 나토에 보탠 돈만 1억 달러(1273억 원) 가까이 된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지원을 더 확대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이버방위센터 가입은 윤석열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수위는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설치해 “국제사회의 사이버규범 수립에 적극 참여하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주도의 군사적 “협력 네트워크”에 적극 동참해 미국의 경쟁국(중국·러시아) 압박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한국 정부의 친서방 개입에 반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