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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개입과 확전 위험

안녕하세요? [시사/이슈 톡톡] 시청자 여러분. 저는 〈노동자 연대〉 신문의 이원웅 기자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이미 수많은 죽음과 파괴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외교적 노력도 진전이 없는데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의 대표단이 마지막 공식 회담을 한 지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오히려 전쟁은 확전의 양상마저 띠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전쟁은 왜 계속되는 것일까요? 전쟁을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대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죽음과 파괴를 몰고 온 러시아군

러시아군은 군과 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포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민간인 학살을 벌였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상자는 유엔 추산으로만 7000여 명인데 실제 사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폴에서만 2만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엄청나게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5월 초까지 약 600만 명이 난민이 됐다고 합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을 뿐이라며 러시아 제국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족 억압의 역사를 부인하고, 안보 위협을 들먹이며 이런 파괴와 살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방이 개입해 전쟁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온갖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서방은 전쟁을 빨리 끝내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를 약화시킬 기회로 여기며 러시아와의 대리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상대로 대리전 벌이는 서방

미국은 이런 의도를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이미 3월에 “푸틴 정권 교체”가 이 전쟁의 목표라고 시사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푸틴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죠.

얼마 전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도 “러시아 약화”를 전쟁의 목표로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람슈타인 공군 기지에서 40여 개국 국방장관들과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장관들은 앞으로 매달 모여서 전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합니다. 장기전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죠.

미국은 전쟁 초부터 우크라이나에 온갖 무기와 자금, 정보 등을 제공하며 전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3월 초 바이든은 무려 136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국회에서 통과시켰죠. 최근에는 4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52조 원이죠. 이 제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 국방 예산의 네 배에 이르는 군사 지원을 받게 됩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함을 격침했는데요, 미국 언론들은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 군함과 장성들의 좌표를 찍어 줘서 공격하게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얼마나 주도적인 구실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 준 사건이죠.

높아지는 확전 위험

서방의 무기 지원과 지도를 받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교전은 교착 상태에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전쟁의 수렁에 빠뜨려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동맹국들을 결집시키려 합니다.

그러는 동안 우크라이나는 계속 전쟁터가 되고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한 전직 미국 외교관은 “미국이 최후의 우크라이나인까지 동원해” “러시아와 싸우려 한다”고 관측했는데요, 실로 섬뜩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게 우크라이나인들은 그저 장기판의 졸일 뿐인 것입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확전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푸틴은 제3국이 관여하면 전격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서방은 이미 상당한 관여를 하고 있고 주변국에는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수나 계산 착오로도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습니다. 서방의 정찰기가 러시아에 의해 격추되거나 무기 공급로가 공격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그 여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현실이 된 핵전쟁 공포

러시아는 저강도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방도 그 위험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모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핵무기 보유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인류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가, 아닌가’ 하는 도덕적 딜레마가 아닙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당연히 그 첫 표적은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방 국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와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동참에 반대해야

이처럼 서방의 무기 지원과 개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일 수 없습니다. 무기 지원과 개입에 반대해야 합니다.

경제 제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제재는 분쟁을 해결하는 평화적인 수단이 결코 아니고,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공격하는 또 다른 전쟁 행위일 뿐입니다.

한국 정부가 여기에 협조하는 것에도 반대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보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장차 무기 지원에 나설 수도 있는데요, 지금 미국은 한국이 무기를 주면 우크라이나에 대신 넘겨 주겠다고 제안하며 무기 지원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미 동맹을 더 공고히 하려는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얼마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도 가입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공격 좌표를 찍어 주는 대(對)러시아 첩보 활동에 한국도 동참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첩보전은 단지 러시아만 겨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표했죠.

이처럼 한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는 아시아의 불안정을 더욱 부채질할 것입니다.

서방의 개입은 답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기 지원과 제재가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끌어낼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정책들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패권 경쟁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양측은 이미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 내겠다는 생각으로 섬멸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 사악한 푸틴이 자기 뜻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전 세계 반전 운동은 교전 중단과 러시아군의 철군을 요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반전운동과 우크라이나인들 자신의 저항입니다. 서방의 승리는 결코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기대어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적 모험에 종속된 억압적이고 군사화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젤렌스키 자신도 전쟁 후 우크라이나가 거대한 이스라엘과 같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런 사회상을 예고했죠.

전쟁 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어 사용자가 다수인 동부의 친러 반군 점령지의 민간인들을 “반역자”나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했는데요, 이런 배타적 민족주의가 강화될 것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제국주의 둘 다 반대해야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 즉 제국주의가 이 전쟁의 근본적 원인입니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서방 진영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둘 사이 패권 쟁탈전의 무대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배계급이 친서방으로 기울자,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습니다. 그러자 나토는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고 훈련시켜 그 정부들과 계속 전쟁을 벌이게 했습니다. 이것은 나토가 러시아를 압박하며 확장한 나토 동진의 일환이었죠. 이것이 이번 전쟁의 배경입니다.

평화를 위한 진정한 대안은 미국과 러시아 제국주의 둘 다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러시아 철군을 요구하고 서방의 확전 시도와 한국 정부의 개입에 반대해야 합니다.

“전쟁을 멈춰라” 국제 공동 행동에 함께합시다

일각에서는 이 전쟁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국주의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국 정부의 제국주의, 또는 제국주의에 대한 협력에 반대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확전 위험이 실질적인 지금 이런 투쟁은 매우 중요합니다. 서방과 한국 정부의 전쟁 개입에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위험을 키울 뿐 아니라 이 전쟁에 맞설 진정한 힘도 질식시킵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푸틴이 러시아 내 반전 운동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을 줬을 뿐입니다.

러시아 노동자들의 목에 칼을 들이밀면서 그들에게 연대를 호소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서방 제국주의와 한국 정부의 협력에 반대하면서 상대국 노동자들에게도 같은 일을 하자고 호소할 때 진정한 국제 연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자국의 전쟁 개입에 맞서는 목소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이런 운동을 건설하려는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도 그 일환으로 5월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고 서방의 확전과 한국 정부의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립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분들이 이 국제 공동 행동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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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책

《우크라이나 전쟁 —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전》 알렉스 캘리니코스, 로잘리, 김준효, 이원웅 외 지음, 책갈피, 352쪽,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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