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한국에 온다. 바이든 취임 후 처음으로 하는 아시아 순방의 일환이다.

윤석열은 취임 2주도 안 돼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인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것이다. 윤석열은 6월 말 나토 정상 회담에도 초청받았다.

바이든의 이번 방한은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이뤄진다.

백악관 대변인 젠 샤키는 바이든 순방의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핵심 안보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긴밀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 초부터 동맹국들을 결집시켜 “장기간의 전략적 경쟁을 함께 준비”하려 줄곧 노력해 왔다. 가장 위협적인 전략적 경쟁 상대는 단연코 중국으로, 바이든은 중국을 압박하려고 영국·호주와 새로운 군사 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하고 일본·호주·인도와의 안보 협의체 쿼드(Quad)를 결성했다.

그리고 이제 “지난 1년 넘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심혈을 기울인 외교적 노력”의 “실질적 성과”를 내려고 아시아로 오는 것이다.

그 첫 기착지가 바로 중국과 인접하고, 동해를 두고 러시아와도 인접해 있는 한국이다.

포위망

바이든은 한·일 순방으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고 싶어 한다. IPEF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항하기 위한 경제 네트워크다.

IPEF가 다루는 범위는 첨단기술 개발, 공급망 재편, 인프라 투자, 무역 등에 이르러 기존 무역협정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그러나 IPEF의 구속력은 약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협정 내용의 일부에만 동의하는 국가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한다. 최대한 많은 국가를 대중(對中) 포위망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뿐 아니라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가 돈독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참가도 거론되고 있다.

안보(군사) 영역에서도 한·미 양국의 “국제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국 정부들은 잇따른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론하며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1월 주한미군은 자신의 임무를 한반도 주변지역 대응에서 “인도-태평양 역내 안정화 지원”으로 확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적극적 역할이 논의될 수 있다. 이미 배치된 사드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런 의제들은 오늘날 자본주의 국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균열인 미·중 갈등에 한반도를 더 깊숙이 휘말리게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바이든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IPEF를 출범시키려는 것을 두고 “냉전적 사고의 좁은 울타리를 배격하기를 바란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의제들을 기꺼이 논의할 태세다. 미국의 패권 추구에 적극 협력해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며 득을 보려는 것이다.

윤석열은 5월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 연설에서 한국의 IPEF 참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안보 면에서도, 윤석열은 이미 인수위 시절에 미국으로 대표단을 보내어 미군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대기업들도 바이든 방한에 맞춰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에 1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공업단지 건설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AP통신은 이를 백악관의 요청에 부응한 것으로 풀이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문제도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가 영향권 확장을 꾀하고 우크라이나 지배자들이 적극 부응하자 러시아가 이를 견제하려 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 전쟁의 여파는 이미 한반도 주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4월 동해상에서 미·일 연합 훈련이 벌어지자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항공모함을 동해상에 진출시킨 바 있다.

그런데 바이든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한국 측에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5월 초 “미국이 별도의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한국의 공격 무기 제공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보내는 게 곤란하다면 미국이 중간에 나서겠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미국은 한국에 여러 통로로 무기 지원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한국 국회 연설에서 “탱크와 배,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군사 장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을 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한국의 “알려지지 않은 무기 체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이 한국군 보유 무기 목록을 우크라이나에 넘겼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가능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국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군수 물자를 지원하는 등 나토의 확전 시도를 지지해 왔다. 나토와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 회의들에도 장관급 인사를 보냈고, 6월 말 나토 정상 회담에도 초청받았다.

위험 인물 핵전쟁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러시아·중국에 공세를 강화하는 바이든 ⓒ출처 Gage Skidmore

미국은 전쟁 목표를 “러시아 약화”로 공세적으로 재조정하고, 이제 이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관련해 이번 호 찰리 킴버의 기사를 보시오.) 그럴수록 전쟁 지원 확대 요구도 강화될 것이다.

“한미동맹 글로벌화”를 천명한 윤석열은 바이든의 무기 지원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군사적 모험에 한국을 더 단단히 맬 것이다. 미·중 갈등은 전쟁 전에도 이미 첨예했고 지난해부터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도 공공연히 제기돼 왔다.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끔찍한 대리전은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갈등이 더 날카로워질 텐데도 한국이 거기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한국 정부가 여기에 동조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 국민의 운명을 더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 바이든 방한을 절대 환영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