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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사퇴 압력은 민주당의 본질에서 비롯한 것이다

텔레그램 N번방을 추적·고발한 ‘추적단불꽃’ 활동을 하다 민주당에 영입된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하 존칭 생략)이 그 당 안에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박지현은 대선 이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부동산 정책 실패 등등과 관련해 전 국토부 장관 김현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영민, 박주민 의원을 비판하는 등 민주당에 쓴소리를 여러 차례 해 왔는데, 이것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가장 최근의 반발은 민주당 의원들의 성비위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일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최강욱이 당 회의 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불만 제기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도 반발을 샀다.

성추행을 자행한 민주당 의원 박완주는 당에서 제명됐고, 최강욱의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는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조사하고 있다.

성폭력 문제로 박완주 의원을 제명한다는 민주당 방침 발표 뒤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출처 더불어민주당

짐작이 가겠지만, 박지현에 대한 공격은 성비위 사건 대처 문제가 핵심이 아니다. 박지현이 그보다 훨씬 더 넓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종종 비판했기 때문이다.

박지현에 대한 당내 공격의 핵심은 박지현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문제와 조국 문제를 비판한 것인 듯하다. 지난달(4월) 12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지현은 반대 의견을 냈고, 당론 채택 뒤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 뒤 박지현은 조국과 정경심에게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선 이후 박지현은 그저 민주당의 장신구 구실에 머물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박지현의 입바른 소리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끌자 민주당 내부에서 박지현 사퇴 요구 목소리도 커져 왔다.

대중 정서

그러나 박지현의 민주당 비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한 개혁 염원 대중의 정서에 대체로 부합하는 타당한 지적이었다.

정호영·한동훈 등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박지현은 조국과 정경심에 사과를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국민 앞에 떳떳하고 국민의힘 잘못을 지적하려면 이 문제를 묵인할 수 없다.” 대법원에서도 인정된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이 합법주의 정당 안에서 반감을 살 일일까?

박지현이 최근 최강욱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건으로 비난받는 것도 본질적으로 조국 비판에 대한 반발과 관련 있다.

최강욱은 조국의 절친한 서울대 법대 후배로 조국 아들에게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고 곧 2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서류 위조 1년 뒤, 최강욱은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박지현의 태도는 이런 것이었다: 개혁 염원 대중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릴뿐더러 역풍이 불 수 있으니 졸속 처리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박지현은 민주당 보수파들의 반발이 커지자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수완박’ 입법 논의 초기에는 비판적이었지만 민주당이 강행 처리 방침을 정한 뒤에는 비판을 삼가며 묵묵히 협조했다.

민주당 내에서 박지현 사퇴 압력이 거세지는 것은 민주당 정부의 개혁 배신 탓에 대선에서 패배한 사실을 당이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상 이는 당의 핵심 기반이 대중의 개혁 염원과 충돌함을 보여 준다.

대선 전후로 민주당에 대거 들어간 ‘개딸’(개혁을 바라는 딸)은 당 보수파들의 박지현 사퇴 압력에 분열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는 박지현을 강하게 비난하며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지만, 박지현을 응원하는 쪽도 있다.

이른바 ‘개딸’은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세력이 전혀 아니다. 민주당 개혁파(이재명이 주도하는)를 통해서 개혁을 성취해 보려는 생각을 느슨하게 공유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딸은 응집된 세력이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보수파들은 박지현을 속죄양 삼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 뒤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임명된 박지현이 실망한 개혁 염원 대중의 마음을 일부 대변했기에, 민주당은 일부 변화 염원층(특히 여성 청년들)의 기대감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검수완박 입법 강행이나 박지현 흔들기를 보면, 이런 기대는 결국 환상으로 드러날 것이다. 대선 패배 뒤에도 민주당이 별로 바뀐 것 같지 않자 최근에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