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의 강화와 활동 범위 확대로 한국은 강대국 간 갈등에 더 깊숙이 얽히게 될 것이다.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한 바이든과 윤석열 ⓒ출처 백악관

이번 바이든 방한 일정은 경제(평택 삼성반도체 공장)로 시작해 안보(오산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로 끝났다.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과 “한반도를 넘어선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 나란히 과제로 제시됐다.

이번 방한은 미·중 갈등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갈등도 첨예해진 상황을 배경으로 이뤄졌다.

이 점에서 바이든과 윤석열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여타 지역에서 더욱 확대된 역할을 하는 … 글로벌 포괄적 전략[군사] 동맹”(강조는 인용자)으로 “진화·확대”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이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러시아는 6번이나 언급됐다(지난해 공동성명에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양국은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대표되는 규범 기반 국제 질서에 대한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공급망 재편, 핵 공동 개발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양국이 취한 조처들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겠다고 했다.

국가안보실장 김성한은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며, 회담에서 무기 지원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경제 지원, 군수물자 지원에서 수위를 높여 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간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이 러시아(와 중국)를 지나치게 자극할까 우려해 왔지만, 미국이 국제 질서의 “규범”을 자기 뜻대로 편성하는 데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발을 디뎌 왔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더 강화했다.

바이든이 한국 순방 와중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400억 달러어치 무기·재정 지원법에 서명한 것은 한국의 무기 지원 동참을 촉구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이 전에 약속한 1억 달러에 이르는 “비전투 군수물자 지원”도 살상 무기 지원과 완전히 무관한 것도 아니다. 한국의 지원금 상당 부분을 위탁 집행하는 나토 신탁 기금은 “지휘·통제·통신에 필요한 컴퓨터 장비, 사이버 방어, 수송, 군사 훈련” 등을 마련하는 데 쓰인다. 결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돕는 지원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원 수위를 살상 무기로까지 격상시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 갈등에 한국을 더 깊숙히 밀어넣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군사 동맹 강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관해서도 바이든과 윤석열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한미 군사 동맹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시켜 줬다. 그리고 바이든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 등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들이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이런 대응을 위해 양국은 군사적 연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연합방위태세 제고”). 바이든과 윤석열은 핵 협력 확대를 약속하며 소형모듈형핵반응로(SMR) 개발·배치 협력을 약속했다. SMR은 핵추진 잠수함 등에 쓰이는 소형 핵 엔진이다.

이로써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항공모함 개발에 속도를 더하게 되면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 너머로 투사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핵무장으로 가는 우회로가 열릴 수도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을 가속시키고,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미·중 갈등에 더 많이 연루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 바이든은 미국의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겠다는 “확장억제” 공약도 재확인시켜 줬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을 최초로 공동성명에 명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7년 트럼프-문재인 정상회담 당시 언론 발표문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를 공동성명에 명시해서 격을 높였다.

이는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한미 양국 정상은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언급했지만 이는 기껏해야 명분일 뿐이다. 바이든은 김정은에게 할 말을 묻는 질문에 “‘여보세요?’ 이게 전부입니다” 하고 답해, 기존의 고의적 무시(“전략적 인내”) 방침을 재확인시켜 줬다.

불확실성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불편한 기색을 강하게 드러냈다. 외교부장 왕이는 이번에 거론된 구상이 “이 지역에 혼돈을 부를 것이며, 분열과 충돌을 낳고 평화를 해칠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왕이는 “대만해협 카드와 남중국해 카드를 꺼내든 것이 특히 위험하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공공연히 제기돼 왔던 것을 떠올리면 이는 서늘한 경고다.

이에 응답하듯 바이든은 방일 중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런 갈등 고조는 한국 지배자들에게 사실 상당한 고민거리이다. 중국의 보복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사드(THAAD) 문제 등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의제들만으로도 한국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막대한 대미 투자와 군사 지원으로 미국 주도 질서 속에서 “국격 상승”을 꾀하는 쪽에 베팅했다.

그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것은 노동계급 등 평범한 대중이다. 미·중 갈등 심화는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관련 기사),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엄청나게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살벌한 물리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방선거 후 점점 가속될 윤석열 정부의 질주를 막기 위해 선거보다는 기층에서 정치적 대중 운동을 구축하려 더욱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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