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김은혜가 SNS에서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에 상호주의를 적용해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혜는 국민의힘 내부 경선 과정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경기도는 한국에서 이주민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런 곳의 단체장을 하겠다는 자가 인종차별과 특정 국가 출신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주민 투표권 축소를 주장한 김은혜의 SNS 글 ⓒ출처 김은혜 페이스북

한국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에서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오랫동안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주요 이주노동자 간부들을 강제 출국시키는 등 탄압하기도 했다.

다만, 외국인이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난 경우에 한해서 지방선거에만 투표권을 준다. 선거에 입후보할 수는 없다.

김은혜는 이마저 더 축소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영주권자는 물론이고, 단기간 머물다 귀국하는 이주민도 한국의 경제와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한다. 따라서 그들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대부분의 이주민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고마운 존재다. 예컨대 현재 농·어업 노동자의 약 40퍼센트가 이주노동자이다. 코로나로 이주노동자 유입이 줄자 농촌에서 일손이 부족해 난리다.

그런데 이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2020년 12월에는 경기도 포천의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속 가건물 숙소에서 동사하기도 했다.

고마운 존재 지난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자가 제공한 형편없는 기숙사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고 있다 ⓒ이미진

이주민은 이렇게 힘겹게 일하며 한국에 적지 않은 세금도 낸다. 이주노동자가 2018년에 낸 소득세만 1조 원이 넘었다. 2018년에 이주노동자에게 지급된 임금은 총 26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40퍼센트가 국내 소비에 쓰였다. 간접세도 상당히 낸 것이다.

또 이주민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법과 제도, 선출된 정치인들이 내리는 결정을 준수하도록 요구받고 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상당수 이주민들은 세금을 내고도 코로나 초기에 공적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그런데 왜 이주민은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 표현도 하면 안 되는가? 선거권을 비롯해 이주민의 정치적 권리는 더 확대돼야 한다.

중국인이라서 문제?

김은혜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전국에서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 약 12만 명 중 80퍼센트 정도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특정 국적 유권자의 몰표는 당락을 좌우할 수 있고, 이는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

제국주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동맹 강화로 기우는 윤석열 정부가 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억제하는 데 중국인에 대한 편견과 반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김은혜의 주장은 엄청난 과장이다. 전체 유권자 중 중국계 이주민 유권자 수는 약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다 투표하는 것도 아니다. 잘 모르기도 하고 자신들을 위한 선거라고 여기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 외국인 영주권자 투표율은 13.5퍼센트였다.

뒤집어 말하면, 김은혜는 이 문제가 득표에서 전혀 손해 보지 않으면서도 친미 노선에 비판적인 여론을 견제하고 우파층도 결집시킬 수 있는 어젠다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김은혜가 몸담고 있는 국민의힘은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에 맞서 지배계급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 온 정당이다. 이런 자가 말하는 민심이란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뜻하는 것일 뿐,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과 민주적 의사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민심을 군홧발로 짓밟았던 독재 정권의 후신인 정당이다. 김은혜와 국민의힘이 한국의 민주적 권리 신장에 기여한 바가 뭐가 있는가?

민주적 권리 지키려면 인종차별 이간질에 맞서야

지배계급은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민주적 권리들을 어쩔 수 없이 허용할 때조차 뭐라도 이유를 만들어 내서 자유에 제한을 두길 원해 왔다. 그래서 민주적 권리는 노동자·대중이 투쟁한 결과로 확대돼 왔다.

예컨대 보통선거권을 요구한 영국 노동자 대중의 차티스트 운동은 국적과 피부색을 뛰어넘어 조직하려 노력했고 주요 지도자 2명이 이주민이었다. 한 명은 당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 출신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이주민이자 흑인이었다.

당시 우파 언론 〈타임스〉는 이를 문제 삼아 “[차티스트 운동에] 영국인 참가자가 다 합쳐 10명은 될지 미심쩍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인종차별에 바탕을 둔 이주민 차별이 민주적 권리 억압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일이 있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민주적 권리들을 제약하는 테러방지법 제정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이주민과 난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았다. 인도네시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테러 혐의로 체포했다고 언론에 공개하고서 결국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미등록 체류에 따른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했었다.

민주적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려면 인종차별과 민족주의를 이용한 이간질에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