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5월 20일)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자 모임’ 명의로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사과 또는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렸다.

100여 명의 2030 민주당 여성 당원들은 박지현의 “내부 총질” 때문에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게 생겼다고 성토하며 사과 또는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지현이 “2030 당원의 대표가 아니다” 하고 외쳤다.

5월 20일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사과 또는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사 앞 집회 ⓒ정진희

이 집회는 많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주최 측이 ‘개딸’(개혁을 지지하는 딸)을 자처하며 박지현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개딸’은 이재명 지지자 중 2030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대선 뒤 청년 여성 수만 명이 민주당에 입당해 이재명과 박지현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날 집회의 성격은 ‘개혁’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개혁 염원 대중의 정서와 충돌하는 것이었다.

박지현이 지난 두 달간 민주당에 가한 비판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과 환멸을 느낀 개혁 염원층의 정서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본지 417호, ‘박지현 사퇴 압력은 민주당의 본질에서 비롯한 것이다’)

박지현 사퇴 압력의 본질

박지현에 대한 당내 비토를 박지현의 ‘민주당 내 성폭력’ 대처 방침에 대한 반발로만 보는 견해가 있지만(〈한겨레〉 5월 22일자 보도) 이런 시각은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

박지현 사퇴 압력은 그저 성비위 처리 방침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핵심도 아니다.

이미 4월 중순에 박지현에 대한 당내 반발이 가시화됐다. 박지현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처리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자, 박지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나왔다. 민주당 청년 당원들 명의로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부정적인 박지현 비대위원장과 권지웅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5월 20일 집회에서도 성비위 문제는 부차적이었다. 발언자들은 모두 박지현이 ‘검찰 개혁’ 관련 법안 통과에 부정적이었음을 비판했다.

박지현 사퇴 압력이 그저 평범한 이재명 지지자들 간 의견 차이를 나타낸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그간 박지현은 비대위원장이 된 후 민주당 쇄신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와 그 시절 민주당 지도부)의 주요 인사들(전 국토부 장관 김현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영민, 박주민 의원, 조국 등)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문제로 친문 실세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도 겨눴다.

바로 이런 급진성이 당 주요 인사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특히, 박지현의 조국·정경심 사과 요구에 조국이 SNS에서 불쾌감을 드러내자, 그 지지자들의 박지현 공격이 강화됐다.

이후 박지현은 문자 폭탄을 1만 개 넘게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런 공세는 문재인 정부 내내 민주당 친문 핵심 인자들이 사용한 당내 단속 방법이었다. 문재인은 이를 “양념”이라고 불렀었다.

박지현 사퇴 압력은 청년 당원 내부 또는 페미-안티페미 간 갈등이 아니라 당의 보수적인 핵심 인사들이 관여한 마녀사냥이다. 친문 실세 윤호중은 박지현과 공동으로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박지현을 얼굴마담 수준에서 컨트롤하려고 했던 듯하다.

민주당은 최근 지지율이 20퍼센트대로 급락해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혁도 아닌 검찰 수사권 관련 입법은 강행하면서도 진정한 개혁에는 열의가 없는 민주당의 모습에 다시 대선 전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위선에 진저리치던 정서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부는 당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박지현에 전가하며 그를 속죄양 삼고 있다.

‘개딸’의 모호한 성격

박지현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민주당 청년 여성을 보고, 대선 뒤 민주당에 가입한 청년 여성들이 모두 같은 태도라고 여길 수는 없다.

‘개딸’(이재명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민주당원)이 동질적이지 않으므로 박지현에 대한 태도도 단일하지 않다. 5월 20일 집회 참가자들이 신입 당원들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날 집회 규모로 보건대, 적어도 박지현 사퇴 요구가 개딸 다수의 지지를 받는 건 아닌 듯하다.

많은 청년 여성들은 여전히 박지현을 지지하고 있다. 5월 22일자 〈한겨레〉 기사는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 박 위원장을 향한 청년 여성들의 지지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2030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개딸이 많다고 알려진) 온라인 카페에는 이날 집회에 대해 비판적인 글이 많이 올라왔다.

대선 뒤 ‘개딸 현상’이 처음 주목받았을 때 ‘개딸들’은 민주당 쇄신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개딸들이 말한 민주당 쇄신 또는 개혁의 의미는 애초에 모호했다. 기층 대중의 삶을 개선한다는 의미에서 개혁을 요구하기보다, 민주당 개혁파의 당내 입지 강화에 더 열중하는 일부도 있었다. 그들은 대개 ‘검찰 개혁’에 몰두했다.

이런 태도는 민주당의 집권을 통해서만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 준다. 이런 관점 속에서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최우선시되기 쉽고, 그러면 민주당에 대한 어떤 비판도 당을 분열시키는 ‘해당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개량주의는 당 지도부와 당내 보수파에게 이용되기 쉽다.

대선 뒤 민주당의 행보가 딱 그렇다. 민주당 핵심들은 반성도, 이선 후퇴도 없이 ‘개딸’의 지지에 기반해 대선 패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이 달라진 건 없다. ‘검수완박’ 입법 강행과 대조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낙태권 관련 입법 등은 계속 외면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박지현이 당의 주요 인사들을 비판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핵심 정치인들은 ‘개딸의 반대’를 앞세워 박지현을 공격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을 성취하려면, 민주당이 세 차례 집권기 때마다 개혁 염원을 배신해(이것이 민주당식 내로남불의 실체다) 대중의 환멸을 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