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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인가?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흔하다. 특히,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겨레〉는 전두환의 신군부에 빗대 ‘신검부’라는 신조어까지 소개했다.

윤석열은 특수부 수사 검사 출신 측근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 간첩 조작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공안검사 이시원, 검찰 재직 시 성추행 혐의 징계 전력이 있는 윤재순 등을 대통령비서실 요직에 앉혔다.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법무장관 한동훈은 검찰 수사 축소에 반대하지만, 그것이 검찰 공화국을 뜻하는 건 아니다 ⓒ출처 법무부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부패하고 억압적인 기관이라는 비판과 증오는 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이 정치 권력을 온통 좌지우지하는 권력으로 올라섰다는 주장이 된 것은 특히, 노무현이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이후였다.

마침 당시 거대 여당 한나라당 지도부엔 박희태·홍준표 등 검찰 출신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검찰공화국론자들은 이를 검찰이 여당을 장악한 것으로 묘사했다.

이런 주장들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친민주당 지식인들에 의해 반복됐다.

국힘과 민주당 모두 검찰을 이용해 왔다

한동훈은 장관 임명 직후,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항의해 사퇴한 검찰 지휘부의 일부 빈 자리를 문재인 정부를 수사하다가 좌천됐던 인사들로 채웠다. 추미애가 해체시킨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부활시켰다.

벌써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핵발전소 관련 서류 조작, 옵티머스·신라젠 등 권력형 펀드 사기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9월까지 가능하다.(물론 한동훈이 검찰 수사를 활용해 친민주당 세력을 약화시키려 할 테지만, 윤석열 측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압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이 사건들 수사가 주류 양당 간 권력 투쟁에서 중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수사는 유죄를 받아 내야 ‘정치 탄압’이라는 비난을 그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검찰도 필사적이다. 주류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비판하는 것은 대개 이런 경우다. 서민들이 검찰 위세에 짓눌려 고통받는 것은 관심 밖이다.

적폐 청산 수사 때와 문재인 측근들에 대한 수사 때, 양당 정치인들은 모두 각각 ‘정치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비판했다.

그래서 2019년 ‘조국 논란’ 이후 민주당의 “검찰 개혁” 구호를 지지한 것은 지배계급 양당 간 권력 다툼에서 민주당을 편들고 그 부패를 덮어 주는 것에 불과했다.

막강한 검찰 수사권을 정말 해롭게 여긴다면, 그 수사의 대상인 피의자의 권리(방어권)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반민주적 악법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 찬성파도, 반대파도 이러한 피의자 권리에는 무관심하다.

‘검찰공화국’론의 가장 큰 문제점

검찰공화국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삼성공화국’, ‘기재부공화국’ 담론 따위와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의 특정 분파만을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별 자본들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정치적 편파성 논란은 상시적이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한 분파만을 위해 운영되지 않는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초기 인사에서 검찰 출신자들보다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관료들을 더 중용했다. 이들이 국무총리·경제부총리·대통령비서실장·대통령경제수석 등을 모두 차지했다. 차관급 41명 인사에서 관료 출신이 32명이고, 그중 기재부 출신이 12명이다.

지배계급 내 특정 분파만을 문제 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과 구조를 문제 삼지 않고, 또 문제 삼지 않는 지배자 부분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지배계급 내 일부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다. 일종의 개혁주의적 포퓰리즘이다.

조국 논란 이후 민주당의 ‘검찰 개혁’ 소동에서 노동계 주요 지도자들과 좌파 일각이 취했던 태도가 이것이었다.

검찰공화국론의 둘째 약점은 지정학적 불안정과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자본주의 국가기구 전반이 반동화할 위험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겼고, 검찰뿐 아니라 국가정보원·경찰도 윤석열 정부와 더 유착하고 있다. 간첩 사건 조작자이자 국정원 유착 공안검사 이시원이 중용됐고, 국정원은 최근 경제안보국을 신설했다. 윤석열의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춘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 기능이 폐지된다지만, 국정원의 조직·인력은 경찰에 그대로 인계될 것이다. 수사권 이전 자체가 철회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강력한 대통령 직속 안보수사청 신설 안도 나온다.

특히 경찰을 주목해야 한다. 검찰은 법률 위반 혐의를 사후 기소하는 수사 기관이지만, 경찰은 법률 위반 자체를 단속하는 ‘치안’ 기관이다. 광범하게 대중의 삶 전반을 옥죄고 일상적으로 감시·훈육하는 것은 경찰 몫이다. 그래서 ‘검찰국가’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려워도 ‘경찰국가’라는 말은 예로부터,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다.

운동의 전략

1987년 노동운동 대확산 이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 온 도중에도 여러 차례 투쟁적 노동운동과 급진 좌파에 대한 탄압 공세가 벌어져 주요 개악 추진에 이용됐다.

이에 맞선 노동계급의 저항들과 조직들 덕분에 민주적 권리들이 유지·신장돼 왔다.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적용돼야 할 교훈이다.

그런데 지금 운동 내에선 민주당과의 ‘전략적 야권연대’에 시동을 다시 걸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검찰공화국론이 기여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우파적 공세에 더 힘이 실릴 테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한 노동운동의 비자주성은 더 커질 듯하다.

돌아보건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유신 회귀’니 ‘파시즘화’니 하는 것은 순전한 과장이었고,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대를 정당화하는 것에만 이용됐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의 우파적 본성을 보지 못하는 경향도 해롭긴 마찬가지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광주 학살의 후예라는 이재명의 지적을 ‘상대를 악마화하는 증오 정치’라며 정치가 통합의 구실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주장은 피억압 대중의 정치의식을 흐릴 뿐이다. 지금은 운동 측이 윤석열 정부의 우파적 공세에 대한 경계심을 (독자적으로) 강화해야 할 때다.

민주당과의 제휴든 민주당에 대한 추상적 차별화든 모두 선거와 의회 중시 전략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 건설로 맞서는 전략과 정치가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진보 단일 후보에 투표하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좌파 4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이 전국 345곳에서 진보 단일 후보를 냈다. 안타깝게도, ‘검수완박’ 입법에 찬성하는 등 민주당과의 거리두기가 일관되지도, 좌파적이지도 못해서 존재감과 기대감은 낮다.

그럼에도 좌파 후보들을 지지해 독자적 좌파 정치의 성장 염원을 표현하려는 선진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나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