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이번 한국·일본 방문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특히,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경제 협의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은 이번 순방에서 바이든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물론 이 동맹이 겨냥하는 세력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충돌하고 있는 러시아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유럽과의 경제 협의체로 지난해 6월 무역기술협의회(TTC)를 발족했고, 나토를 통해 군사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띄웠고 이번에 경제 협의체로 IPEF를 출범시킨 것이다.

IPEF에는 미국, 한국, 호주, 인도, 뉴질랜드와 아세안 7개국이 참가했다. 아세안에서는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를 제외한 나라들이 참가했다.

IPEF는 자유무역 기구나 협약이 아니다. 역내 공급망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고, 이 점이 이 기구의 대중국 압박용 성격을 보여 준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해 왔다. 그 결과,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핵심 국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갈등은 위험한 화약고로 돼 있다.

왜 반도체 공급동맹인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원자재와 부품 등을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줄이려 해 왔다. 이번 IPEF 출범도 그런 목적을 위한 것이다.

물론 미중 간의 경제적 상호 침투가 상당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교류를 당장 중단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공급망을 다변화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미국 패권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성장을 제약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고 미국의 우위를 확고히 하는 것에 방점을 둬 왔다.

트럼프는 2020년에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처를 발표했고, 중국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했다. 바이든은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첨단 장비들을 수입하지 못하게 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사의 장비 수입이 가로막히면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바이든 ⓒ출처 백악관

바이든이 이번 방한에서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첫 방문 장소로 선택한 것도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반도체는 첨단 무기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 경쟁은 군사적 경쟁과도 직결된다.

또, 최근 반도체 공급 차질로 차량 생산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은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을 보여 줬다.

그래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투자 지원과 투자 유치 계획을 내고 있다.

동맹 줄 세우기

미중 갈등 심화와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줄 세우기 전략은 한국 자본가들을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수입 국가가 중국인 만큼 중국과의 경제적 연관성이 크다. 특히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퍼센트는 중국(홍콩 포함)으로 향한다.

한국 대기업들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도 미국 편으로 점차 기울어 왔다. 여전히 미국 경제력이 우위에 있는데다, 더 많은 동맹국을 거느리고 있어서 당장 세력이 역전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지난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소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전 세계 GDP의 65.8퍼센트에 이른다며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미국이 반도체 설계나 핵심 부품 등에서 우위를 갖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을 지속하려면 이런 기술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미국 정부의 요청에 화답했다. SK와 LG는 미국에 반도체 R&D센터, 배터리 공장 등 10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바이든 방한에 맞춰 미국에 13조여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조공’ 외교라며 미국에게 실익을 빼앗긴 것처럼 표현한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즉 이윤을 늘리려는 계산에서 미국에 투자한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달래는 말은 하면서도 한미동맹 강화에 분명한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한국은 미국과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을 하기로 했는데,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한국이 동조하는 것은 미중의 제국주의 갈등 심화에 일조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 속에 한국 노동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중단하자 화물 노동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았다.

미중 갈등 때문에 공급망 차질이 심해지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평범한 사람들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다. 또 미중 갈등 속에 첨단 기술 산업 육성과 투자 유치 등이 “경제 안보”로 강조되는 것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조건이 하향돼야 한다는 압박(산업평화 강요)을 늘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