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금지 위법 판결:
윤석열 정부에서 영리병원이 들어설까?

4월 12일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만장일치로 취소하기로 했다. 외국 의료기관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외국인 투자 비율이 50퍼센트 이상이어야 하는데, 녹지국제병원이 병원 건물과 토지를 국내 법인에 매각하면서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청문 절차를 거쳐 이달 중에 개설 허가 취소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리병원 논란이 끝난 건 아니다.

전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도민들의 의사에 반해 영리병원을 허가했다가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밀려 2019년 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측이 이에 불복해 두 가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대법원은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다른 하나인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에 관한 소송에서도 의료법 위반이라는 1심 판결이 난 상황이다. 모두 녹지국제병원 측이 승소한 것이다.

제주도 역시 영리병원 도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패소한 뒤에도 제주특별법의 영리병원 허용 조항 자체를 폐기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하자, 관련 법령에 진료 ‘제한’을 명시해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진료 제한 조건으로 문을 열더라도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애초 경제자유구역 등에 외국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명분도 정주 외국인을 위한다는 것이었지만 내국인 진료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점차 확대됐다.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면 국내 의료 자본들은 역차별이라며 국내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설립도 허용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다.

5월 17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려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무상의료운동본부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민간 병원 육성, 원격의료,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 완화 등 의료 영리화 추진을 분명히 하는 보건의료 정책 기조를 밝혔다. 코로나19로 공공의료 병상과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제주 영리병원 추진 당사자인 원희룡을 국토부 장관에 앉혔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줄곧 녹지국제병원 측을 대변했는데 JDC는 국토부 산하기관이다.

녹지그룹은 2019년 청문 과정에서 “제주도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계획도 없는 녹지그룹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여 추진”했다며 사업 무산의 책임이 전적으로 제주도 측에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 뒤로도 녹지국제병원 지분을 매각해 소유권을 포기하는 등 영리병원 계속 추진 의사가 없는 것처럼 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개설 허가 취소 청문 절차 과정에서 “제대로 된 허가를 주면 병원을 다시 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고 여겨 다시 눈독을 들이는 듯하다.

법원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확정하더라도 녹지국제병원은 손해배상까지 받아 내며 다시 영리병원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의 필요성 보여 준 코로나 위기

대형 병원들과 의료 자본들에게 영리병원 금지는 수익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규제일 것이다. 의료를 수익성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료 영리화는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이 모두 추진한 정책이다. 의료 자본들과 역대 정부들은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 민간 개방, 민간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허용 등과 같은 규제를 반드시 제거해야 할 걸림돌로 여겨 왔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통제를 상당 부분 무력화 할 수 있다. 그러면 수익 추구에 걸림돌이 없는 미국식 의료체계로 가는 길도 열릴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주도 성장과 규제 철폐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영리병원 추진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되는 냉혹한 현실을 봤다. 전체 의료기관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병원들은 두둑한 대가 없이는 병상조차 잘 내놓지 않았고 정부도 이를 강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영리병원 망령을 잠재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하려면 만만찮은 투쟁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변이를 더해 가며 아직 유행 중인데 원숭이두창이라는 감염병이 또 등장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상시적 재난 시대에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의료 영리화를 막고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