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법무부가 외국인보호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박 장비를 대폭 늘리는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심각한 기본권 제약 사안을 국회 논의조차 없이 규칙 개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개악안은 7월 4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무부 장관의 결재로 언제든 시행될 수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모로코 난민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실이 폭로되자, 정부는 “사용 가능한 보호장비의 종류를 한정적으로 명시”하겠다는 등 대책을 내놨었다. 그런데 이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현재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수갑, 밧줄형 포승, 머리보호장비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개악안은 여기에 전신 결박용 의자, 족쇄, 보호대 등 5종을 추가한다.

애초 법무부는 전신 결박 침대와 상체 결박 보호복 등 더 많은 장비를 추가하려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에 앞서 국가인권위도 내부적으로 우려를 표명하자 일부를 제외했다.

공포심·굴욕감 주고 안전까지 위협

추가되는 결박 장비는 교도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외국인보호소가 그 이름과 달리 교도소와 다름없는 구금 시설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신 결박용 의자는 미국 등에서 사형 집행 시 사용되는 의자와 겉모습이 비슷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구금 이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족쇄의 사용은 노예제를 떠올리게 하는 굴욕적인 처우다. 그래서 ‘유엔 피구금자 처우 최저기준준칙’(만델라 규칙)은 족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머리보호장비는 머리에 압박을 가해 고통을 주고 호흡을 방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개악안은 이런 결박 장비들을 최대 6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또 사용 후 3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용 시간에 대한 조항이 아예 없었지만, 새우꺾기 고문이 한 번에 20분에서 최대 3시간가량 지속됐던 것에 비춰 보면 개선이 아니라 가혹 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결박 장비를 사용한 후 담당 의사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주말과 야간에는 당직 의사가 없는데다, 의사들이 외국인보호소 근무를 기피해 담당 의사가 공석인 경우도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지난해 4월 기존 의사가 퇴직한 후 7월 말까지 6차례나 의사 모집 공고를 다시 냈다. 이때 결박 장비를 사용하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조처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5월 부산구치소에서 결박 장비에 묶여 있던 한 수용자가 입소 32시간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구치소 측은 공황장애와 수면장애가 있던 그에게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14시간 20분 동안 보호대와 족쇄를 채웠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들은 장기간 구금과 열악한 환경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억압적으로 결박 장비를 사용하면 부산구치소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심지어 개악안은 현재 90일인 보호소 내 CCTV 영상 보관 기간을 30일로 축소한다. 구금된 이주민이 그 안에 소송 등을 거쳐 영상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새우꺾기 고문 피해자도 피해 영상을 다 확보하지 못했다. 인권 침해 방지가 아니라 인권 침해 폭로 방지가 개악안의 목적인 것이다.

인권 침해 방지 대책도 기만적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인권보호관 제도, 독방 구금(특별 계호)에 대한 절차와 기간 규정을 신설했다. 이를 개선인 것처럼 호도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허점투성이다.

인권보호관은 출입국·외국인청장이나 외국인보호소장 등이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소속 공무원 중에 지정하게 돼 있다.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독방 구금 기간은 3일 이내로 제한하고 1회에 한해 3일을 연장할 수 있다.(하루가 지나면 재개할 수 있다.) 현재 각각 5일씩인 것보다 개선이지만, 새우꺾기 고문 피해자가 대부분 6일 이내로 반복적 독방 구금을 당했던 것에 비춰 보면 큰 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독방 구금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새우꺾기 고문 사실이 폭로되고도 무려 5개월간 피해자를 석방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법무부 장관이 이의신청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들은 열악한 환경, 직원들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모욕·폭력에 때때로 항의하기도 한다. 새우꺾기 고문 피해자는 극심한 치통에 시달렸지만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게 해 달라는 요청이 거부되자 샴푸 두 병을 마시고 기물을 파손하는 방식으로 저항했다. 구금된 상황에서 다른 방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호소 측은 이런 항의와 저항을 ‘난동’과 ‘자해 시도’라고 비난하며 때로는 가혹 행위 등 폭력을 동원해 제압해 왔다. 이번 규칙 개악은 이를 뒷받침하고 합법성을 부여해 주려는 것이다.

구금된 이주민에게 더욱 강하게 출국을 압박하는 것도 개악을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결박 장비들로 모멸적인 행위를 당하거나, 혹은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면 차라리 강제 출국에 응하는 것이 낫다고 여길 수 있다. 특히 장기 구금되는 경우가 많은 난민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가난과 박해, 전쟁 등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일 뿐 범죄자가 아니다. 외국인보호소 결박 장비 확대 개악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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