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유우성 씨 무죄 이끌어 낸 장경욱 변호사 인터뷰:
“국정원은 탈북민들을 ‘간첩 조작 어장’ 취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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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씨를 변호해 무죄를 이끌어 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변호인단 중 한 명이었던 장경욱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 뿌리 박혀 있는 국가보안법과 억압 문제를 직시해야만 현재 상황에 관한 근본적 인식과 해결에 다가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인 이시원이 아무런 처벌도 안 받고 윤석열 정부에 금의환향 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 근본 문제라고 봅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은 자유가 없는 파시즘 체제에 갇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간첩 조작은 너무 쉬웠던 거예요.
독재 정권 때 몽둥이로 때리고 했던 것만큼이나, 탈북민들을 독방에 가둬서 ‘사육 수사’를 하는 것도 고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인권 단체들조차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요.
간첩을 조작해도 이의 제기할 사람도 없고 싸울 사람도 없으니, 국정원은 분단 이래 꾸준히 조작을 해 왔어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간첩 조작이 있었고요. 지금도 ‘암호명 국화’ 사건*이나
중앙합동신문센터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에 갇혀 있는데도 사람들은 ‘민주화됐다’, ‘인권 선진국이다’ 하는 착시 현상을 보고 있어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뭐라고 보시나요?
유우성 씨가 어머니 장례로 북한에 다녀왔다고 국정원에 얘기한 사람들이 탈북민이에요. 그 첩보가 입수된 건 유우성 사건이 터지기 오래전이었어요. 국정원은 그 탈북민들한테 돈을 주면서 우성이가 한 번 왔냐, 여러 번 왔냐 물어 가면서 녹음을 하는데 가짜 증언이 막 생겨요.
밀입북 건으로 국정원과 보안 경찰이 유우성 씨를 합동 수사했는데, 국정원은 수사를 보류하고 경찰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만 슬쩍 처리해서 검찰에 송치했어요. 그게 무혐의로 일단락이 되니까 유우성 씨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았다’ 하고 좋아했었죠.
국정원은 유우성 씨가 재북 화교인 줄 다 알았죠. 유우성 씨한테 찾아가서 정보도 달라고 하면서 이용했어요. 그래서 유우성 씨도 국정원 대북 정보 담당 직원과 ‘형님, 아우’ 하면서 지냈고 동생을 데려오겠다고 상담도 했고요. 그리고 나서 국정원이 유가려 씨가 한국에 들어오니까 허위 자백을 받아서 사건을 꾸몄던 거예요.
유우성 씨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지만, 톡 쳤는데 밑동이 흔들거리더라고요. 큰 난리가 났죠. 그래서
국정원이 유우성 사건 이후로 구금 기간을 180일에서 90일로 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금 자체가 인권 침해이고, 간첩 조작 같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는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가령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왔을 때 여러 차별 문제가 있었지만 그분들을 어디 가둬 놓지는 않았잖아요? 이주노동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다고 하면 이주 단체에서 찾아갈 수도 있고요.
그런데 탈북민은 어떤가요? 국정원은 합신센터를 탈북민 보호 시설이라고 해요. 북의 정찰총국의 테러로부터 보호한다는 거예요. 그런 명분으로 담벽도 높고 가시 철조망도 쳐 놓고요. 그래 놓고 그 안에서 독방에서 수사하고 가혹 행위 하고. 그 안에 아무도 못 들어가잖아요. 거기는 사법 시스템도 통하지 않아요. 행정조사 명목으로 간첩 수사하는 일이 가능한 거죠.
탈북민 문제는 방치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도 합신센터
저는 탈북 간첩 사건은 100퍼센트 조작이라고 봅니다. 유우성 사건 이전부터 그렇게 주장해 왔어요. 북의 보위부가 한국 국정원하고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국경 지대 중범죄들을 다스리는 북쪽 경찰이에요. 거기 시골에는 보위지도원이라는 분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말로 하면 이장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동네 이장이 공작원을 교육해서 파견하나요? 그건 우리나라 파출소에서 간첩 파견했다고 하는 거랑 똑같은 이야기예요.
국정원 직원들도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해를 끼칠 수 있는 게 뭘까요? 국정원 직원의 인적 사항? 이름도 안 알려 주는데 어떻게 아나요? 아니면 신변보호경찰의 핸드폰 번호나 이름? 그것도 웃기는 이야기죠. 지독하게 감시당하고 관리당하는 탈북민들을 간첩으로 모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의 제기를 안 해요. 탈북 간첩 사건을 맡은 국선 변호인들도 법정에서 허위 자백을 검증하기는커녕, ‘북의 독재 체제에 갇혀서 강요된 행위로 공작원을 한 것이기 때문에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해요.
유우성 사건으로 얻은 제일 큰 성과가 “조작”이라는 말을 일반 대중에게 마음껏 쓸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제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관점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국가보안법 체제라는 근본 문제를 운동 진영에서는 누가 다수당이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착각해요. 하지만 분단과 친미
조국 교수가 있었던 민주법학연구소가 국가보안법 폐지로 토론하는 자리에서 ‘광화문에서 북한 지도자 만세 부르면 어떡하냐’는 질문이 나오니까 ‘경범죄로 처벌하면 된다’고 했어요. ‘북쪽 지도자를 존경하면 안 됩니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이런 주장을 한다는 이유로 저는 ‘과격한 변호사’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주어진 틀 안에서만 이슈화되고, ‘안전하게 가야지’ 하면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안이한 인식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시 현상이에요.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 생각하고, 국가보안법 때문에 불편한 사람도 없다는 인식이 많죠.
총체적으로 국가보안법 아래에 놓인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는 한 계속 도돌이표 그릴 거라고 봐요. 국가보안법 문제가 해결돼야만 우리 사회의 다른 문제들까지도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