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에너지 생산국으로서 갖는 중요성 때문에 러시아를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축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 바시키리야 소재의 가스 저장 시설 ⓒ출처 bashinform.ru(Wikimedia)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러시아를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시키는 일련의 제재를 가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적·금융적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으스댔다. 러시아가 미사일을 꺼내들고 위협하자 재빨리 말을 주워 담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외환 시장에서 러시아 화폐 루블화의 가치는 석 달 새 치솟았다. 루블화 가치는 3월 초에 달러당 150루블까지 떨어졌지만 지난주에는 달러당 51루블로까지 올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루블화가 “올해 세계에서 달러 대비 가장 강세인 화폐”가 됐다고 보도했다. “총력전”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왜일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제재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대응이다. 러시아 정부는 자금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엄격한 자본 통제를 단행하고 금리를 20퍼센트로 인상했다. 한편, 러시아의 수입은 격감했다. 어느 정도는 제재 때문이고, 어느 정도는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수입품이 매우 비싸졌기 때문이다.

수입 감소와 에너지 가격 상승 덕에 러시아는 2022년 1사분기에 580억 달러에 이르는 기록적인 국제수지 흑자를 냈다. 루블화 강세 때문에 (수입 물가 부담이 완화돼) 러시아는 물가 상승이 둔화하기 시작한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가 됐다.

블루베이자산운용회사의 신흥시장 총괄자 폴리나 쿠르댭코는 이것이 꼭 경제적 성공의 징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루블화 강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러시아 경제가 건강하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성장률은 음수의 영역 깊숙한 곳에 머물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두 자릿수대다. 타격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아무것도 수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강세의 효과를 완화하려고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에너지

그러나 쿠르댭코는 루블화 강세의 둘째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러시아가 미국·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위를 다투는 에너지 생산국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은 푸틴 정권에 득이 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전쟁 전에도 이미 오르고 있었는데, 천연가스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심화된 탓이 크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계속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러시아는 개전 후 두 달 동안 선박·수송관을 통해 화석연료 63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한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후 수출한 화석연료의 71퍼센트를 유럽연합이 수입했다. 약 4분의 1이 유럽연합 회원국 소재 항구 여섯 곳으로 갔는데,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로테르담항의 마스블락테 지구,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항이 그런 곳들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4월 첫 3주간 유럽연합으로 간 일일 석유 물량은 1월 23일부터 한 달 동안[즉 침공 직전 한 달 동안]에 비해 20퍼센트 줄었고, 일일 석탄 물량은 40퍼센트 줄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은 20퍼센트 늘었고, 유럽연합 바깥으로 간 물량은 80퍼센트 늘었다.”

러시아산 화석연료의 3대 수입국은 독일·이탈리아·중국이다. 독일은 전쟁 발발 후 첫 두 달 동안 90억 달러[약 11조 원]어치를, 이탈리아와 중국은 70억 달러[약 8조 6600억 원]어치에 약간 못 미치게 수입했다.

에너지 거래는 최초의 제재에서 제외됐다. 물론,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유럽 정치인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경제에 끼칠 차질이 덜한 석유 수입 금지 조처도 아직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데에는 기술적 장애물도 있다. 유럽의 에너지 체계는 수송관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데 맞춰져 있다. 미국과 중동에서 LNG를 수입하는 시설을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전체 공급량도 문제다. 캠브리지대학교의 헬렌 톰슨은 이렇게 지적한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그토록 제한적인 것은 중국의 부상이 에너지 시장을 항구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러시아의 공급 없이는 오늘날 세계의 석유·가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러시아가 에너지 생산국으로서 갖는 위상 때문에 러시아를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쟁투가 어떻게 되든 이런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8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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