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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 김인식 후보 인터뷰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 김인식 후보 인터뷰
“당의 위기를 극복할 좌파적 대안을 건설하겠습니다”

◆ 이번 김인식 동지의 당직 선거 출마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당의 위기를 극복할 좌파적 대안을 건설하기 위해서 출마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의회활동을 더 중시하는 전략을 피면서 정책을 실행시키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9명밖에 되지 않는 의원으로 당의 정책들을 부자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실현시킨다는 것은 공상적입니다.

개혁적인 자본가 정당과 동맹을 맺어서 당의 정책을 실현시킨다는 전략도 매우 위험합니다. 가장 단적인 사례로는 2004년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당 최고위원회는 이 문제에 진지하게 매달렸지만 열우당과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운동을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열우당은 동요하다 운동의 뒤통수를 쳤습니다.

따라서 당의 정책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합니다. 또, 그런 대중투쟁을 통해서만 사회 이데올로기가 좌경화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집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당원들에게 주장하기 위해서 출마했습니다.

◆ 당 위기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 위기의 근원은 대중운동의 상태입니다. 2004년 총선 직전에 거대한 규모로 탄핵반대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운동 덕분에 사회 이데올로기가 좌경화했고 민주노동당은 10명의 국회의원이 당선했습니다.

총선 이후 당은 분명히 대중투쟁을 고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두 가지 사례를 들 수 있겠죠. 바로 김선일 씨 살해국면 때 당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 때 당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운동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한 좌절감이 당원들 사이에 팽배해졌죠. 이로부터 대중투쟁으로는 안 된다는 잘못된 교훈을 이끌어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1만 명 정도 모여서 과연 파병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굉장히 순진한 생각입니다.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천 명이 모여서 농성을 한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정도로 싸우면 그래도 뭐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근거없는 낙관이 유행했던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 운동이 실패하자 좌절감 또한 커졌던 것입니다. 사실 당은 실패한 파병반대운동과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더는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중투쟁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들이 당 안에 제법 존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당의 주도적인 지도자들이 바로 대중투쟁을 고무하는 정책보다는 그 반대의 정책을 선호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의 위기를 점점 심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당의 위기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당은 노무현 정부의 위기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열우당의 지지율 하락을 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실제 당 안에는 노무현의 성공이 진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것이 실천에서 뜻하는 바는 노무현의 공격에 맞선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래 가지고는 노무현과 열우당에 실망하고 환멸을 느낀 거대한 대중을 민주노동당 쪽으로 끌어당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열우당과의 공조가 아니라 노동자와 피억압자들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위기의 또 다른 표현은 민주노총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민주노총의 위기가 당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 내에는 민주노총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그 말이 민주노동당의 노동계급적 성격을 희석시키자는 것이라면 저는 결단코 반대합니다.

사실, 민주노총 위기에는 투쟁을 회피하고 배신하는 노조 지도자들 문제가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조 투쟁을 외면하고 마침내 배신했습니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조 투쟁을 교묘하게 회피했습니다. 그러나 당은 이런 노조 지도자들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노동자들과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에 실망하는 것입니다.

저는 투쟁을 회피하고 배신하는 특정 노조지도자들에 대해서 당이 분명하게 비판하고 현장노동자들의 투쟁을 진심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책위 의장 후보로서 당의 정책과 대중운동은 어떤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지금까지 당 정책위의 정책은 의회정책으로 협소하게 국한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당의 정책은 의원단 입법 활동의 보조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빠져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정책은 또한 운동과 투쟁의 전략과 전술을 뜻하는 것이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이 투쟁의 이데올로기, 투쟁의 무기 구실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 정책에는 좋은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주되게 입법 활동에 맞춰지다보니 그 내용이 굉장히 어렵게 돼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좀더 쉽게 가공을 해서 우리 당원들이 당 밖에 있는 노동자와 주민들을 만날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이른바 자민통 그룹에서는 단일전선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쟁 후보인 이용대 씨도 이런 주장을 한 바가 있는데, 이 논의가 당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단일전선체 주장은 이런 것입니다. 대중 투쟁은 단일전선체가 담당하고 당은 원내활동을 중심에 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것은 당을 더욱더 의회주의 정당으로 경도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당 자체도 투쟁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일전선체 논의에 따르면 당의 성격이 바뀌어야 합니다. 전선체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 강령이 너무 나아갔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반대합니다. 실제 우리 나라에서도 진보적 민주주의가 강요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해방정국이 그 시기였죠. 그 시기에 노동자 투쟁은 철저하게 자제를 강요받았습니다. 이용대 후보도 당면 변혁의 성격을 민주변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노동자의 문제가 민주변혁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해방정국에서 진보적 민주주의가 전평의 노동자 자주관리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상기해 본다면 이용대 씨가 단일전선체를 주장하면서 노동자 자주관리도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모순입니다.

그리고 단일전선체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당의 사회적 기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노동계급 정당이 아니라 국민대중 정당이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당으로 남아있어야 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경쟁 후보인 이용대 후보와 윤영상 후보에 대해 지적할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용대 후보에 대해서는 단일전선체를 중심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단일전선체론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원내활동을 중심에 놔야 합니다. 그래서 이용대 후보가 내놓는 정책들은 윤영상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윤영상 후보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했는데 흥미롭게도 윤영상 후보는 거의 투쟁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정책과 투쟁이 분리돼 있습니다. 윤영상 후보도 1기 정책위의 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것입니다.

윤영상 후보는 평화군축을 강조합니다. 그 핵심 내용에 담겨있는 것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입니다. 남한 정부가 주도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반도 평화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중국은 동북동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군비를 증강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을 끌어들여서 동북아 평화를 이루자는 것은 한반도를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장으로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19세기 구한말의 비극적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과 같습니다. 물론 윤영상 후보는 군축을 말하는 반면 노무현은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점은 분명 다르지만,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한반도 평화를 이루자는 구상은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정부간 협상에 의지하다 보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동자‍·‍민중이 해야 할 과제는 완전히 빠져 있습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는 다른 우리의 대안은 국제주의적이고 아래로부터 투쟁이 핵심이 되는 반제 투쟁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서만 한반도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윤영상 후보의 평화군축에는 이라크 문제가 없습니다. 그가 제국주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반제 투쟁의 핵심 고리는 현 시점에서는 바로 이라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발목 잡혀 굴욕을 당하고 최종적으로 패배하게 만드는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라크 사막에서 미국의 패권전략을 묻어버릴 수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 당의 노동계급 중심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하셨습니다. 그것이 왜 중요한 것입니까?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회세력은 노동계급입니다. 물론 다른 피억압 대중의 운동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노동계급만이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이윤을 마비시킬 수 있는 산업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노동계급의 잠재력이 억압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특정한 억압 형태들[성, 인종, 성지향 등을 말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자들이 피억압자들을 분열‍·‍지배하고, 문제의 원인이 다른 피억압자 집단에게 있다고 시선을 돌리게 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노동계급의 투쟁은 이런 특정 억압 형태들을 종식시킬 잠재력을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노동계급 중심성’ 하면 다른 피억압 사회집단의 문제를 도외시하거나 외면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자주의이지 노동계급 중심성은 아닙니다.

◆ 후보 유세로 많은 당원들을 만나보셨을 것 같은데, 동지의 좌파적 주장에 대해 당원들의 반응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국의 당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저의 좌파적 대안에 대해 관심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경북에서 제가 유세를 끝내고 나왔을 때, 한 당원이 달려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정말 듣고 싶었던 얘기다. 기층에서 무엇을 해야 될지에 대해서 알려준 유세였다. 당신이 지향하는 사회와 내가 바라는 사회가 같다.”

저는 이런 당원들이 우리 민주노동당 안에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유세를 통해서 진지하게 좌파적 대안을 건설하고자 하는 당원들을 모아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