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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친미 행보와 그 모순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바이든 아시아 순방 이후: 아시아에서 긴장이 커지다”를 읽으시오.

한국은 미국 측의 행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신임 대통령 윤석열은 취임 후 2주도 안 돼 한미 정상회담을 해, 경제·안보 영역 모두에서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나경원을 특사로 파견해 미국의 “ABCDE 협력 구상”에서 한국이 “세계적 축” 구실을 하겠다고 자임했다. “ABCDE”란 첨단 기술(A), 바이오(B), 기후(C), 디지털 경제(D), 에너지(E) 5개 분야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미국이 미·중 갈등 와중에 공급망 재편에 주력하는 5개 부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재확립 과정에 적극 동참해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쪽에 베팅 했음을 보여 준다.

취임 후 2주도 안 돼 바이든을 만난 윤석열 ⓒ출처 대통령실

하지만 이런 베팅은 한국 지배자들에게도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한편으로, 한국의 대자본가들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우선하고, 향후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 동조해 세계 시장을 두고 중국계 첨단기술 자본들과 벌이는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 한·중 간 경제적 연계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자본가들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행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왕원빈은 블링컨의 연설을 두고 “협박 외교의 발명자이자 대명사인 미국이 … 자신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계를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반발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 직후인 5월 26일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남태평양 11개국 순방에 나서, IPEF에 ‘구멍’을 뚫는 경제 협상을 도모하는 한편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를 겨냥하는 군사 기지 마련을 추진했다.

더 직접적인 무력 시위도 있었다. 쿼드 정상회담 중이던 5월 24일 중국군과 러시아군은 한반도 동해 상공에서 합동 훈련을 했다.

특히 대만해협이 미국과 중국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으로 거론된다. 블링컨은 연설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만이 충분한 방위 능력을 유지하는 데 미국이 지원을 유지·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은 이를 비판하며 대만 문제에서 “어떠한 타협과 양보의 여지도 없다”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공공연히 제기돼 왔던 것을 떠올리면 이는 서늘한 경고다.(관련 기사 보기)

그런 충돌은 결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는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간 전쟁 상황을 상정하고 미국 공군이 진행한 ‘워게임’(모의 전쟁) 결과를 보도했는데, 그에 따르면 미군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군사 작전을 벌인다는 조건 하에서 미국이 중국에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대만해협을 두고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고 불이 붙으면 그 참화가 아시아 곳곳으로 번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 내 온건파들이 미국의 제국주의 질서를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질서’라며 차악 취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런 견해로는, 한국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아시아 지역 전체의 불안정에 일조하고 있는 것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아시아에서 위험이 점차 커지는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과 우파 본색에 저항할 정치적 대중 운동들을 구축하는 것이 더한층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