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TV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역대급 검찰공화국”, “검찰 독재로의 역주행”, “신군부 아닌 신검부”

최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런 비판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검찰이 정권을 장악하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좌파 일각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데요, 이런 주장의 함의는 무엇이고, 운동에 끼칠 효과는 무엇일까요? 〈노동자 연대〉 신문의 김문성 기자와 함께 이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검찰공화국론이 제기된 배경과 그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문성: 윤석열이 검찰총장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고, 초기 인사에서 검찰 출신들을 중용하자 검찰공화국론이 제기됐습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공안 검사 이시원, 윤석열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측근이었던 복두규와 윤재순 등이 대통령비서실 요직에 등용됐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윤석열 최측근 한동훈을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죠. 한동훈은 특수부 수사 검사로 재벌과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 수사해서 유명해진 인물이고, 조국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는 검찰 수뇌부에 다시 특수부 검사들을 임명하고,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까지 추가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검찰이 정치 권력을 장악해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검찰공화국론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검찰공화국론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검찰공화국론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벌인 ‘검수완박’ 소동의 전제가 되는 담론이고,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이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검찰공화국론이 등장한 배경에는 민주당과 검찰의 역사적 관계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1998년 첫 집권 이후 늘 검찰을 경계해 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검찰 고위 간부는 모두 전통적 우파 집권 세력이 임명한 자들이고, 그들과 이해관계와 인간관계, 가치 등을 공유해 온 집단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검찰 개혁은 민주당이 입에 달고 살던 구호입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이후, 검찰이 선출된 정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으로 올라섰다는 주장이 특히 강화됐습니다. 마침 노무현 사망 당시 거대 여당 한나라당 지도부엔 박희태, 홍준표 등 검찰 출신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습니다. 검찰공화국론자들은 이를 검찰이 여당과 이명박 정부를 장악한 것으로 묘사했죠.

즉, 전통적 집권 세력과 오래 유착해 온 검찰과, 새로운 통치 세력으로 올라선 민주당 사이의 관계 재조정 국면에서 민주당 측이 권력 투쟁의 정당화 논리로 내세운 것이 바로 검찰공화국론인 것입니다.

사회자: 지금 민주당이 검찰공화국론을 다시 강력하게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문성: 지금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이거든요.

여소야대 조건에서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국회에서 민주당에 발목 잡히는 걸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통한 민주당 압박은 의석의 열세를 만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최근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공석인 검찰 지휘부 일부를 문재인 정부를 수사하다가 좌천됐던 특수부 검사들로 채우고,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어요.

그래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핵발전소 관련 서류 조작, 옵티머스·신라젠 등 권력형 펀드 사기 의혹 등의 수사가 재개될 거라는 관측이 많죠.

이 때문에 민주당, 친민주당 언론과 지식인들이 검찰공화국론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일으켜 수사를 어렵게 하려는 사전 포석일 뿐 아니라, 나중에라도 검찰을 동원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밑밥을 까는 것입니다.

이처럼 검찰공화국론은 민주당 핵심이 지배계급화하고 그 자신이 권력형 부패 수사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기반의 실체를 가리고 그 정부의 실패를 은폐하는 구실을 합니다.

그래서 검찰공화국론에는 어떤 민주주의 옹호 성격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비판하지만, 이런 주장은 ‘적폐 청산’ 수사 때 국민의힘 정치인들로부터도 나왔던 얘기죠.

양당 정치인들은 이럴 때만 검찰을 비판하지, 서민들이 검찰의 위세에 짓눌려 고통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피의자 권리나 반민주적 악법 폐지에는 무관심하죠.

따라서 노동운동은 검찰공화국론에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자: 좌파 일각도 검찰공화국론을 공유하는데요. 이런 관점이 낳을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김문성: 검찰공화국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배계급의 특정 분파만을 문제 삼는다는 것입니다.

‘삼성공화국’이나 ‘기재부공화국’ 식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자본주의는 개별 자본들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국가기관들의 정치적 편파성 논란은 상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한 분파만을 위해 운영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요직을 검찰 출신자들로 채우지도 않았습니다. 초기 인사에서 검찰 출신자들보다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관료들을 더 중용했죠. 이들이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경제수석 등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차관급 41명 인사에서 관료 출신이 32명인데, 그중 기재부 출신이 12명입니다.

지배계급 내 특정 분파만을 문제 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과 구조 전체를 문제라고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배계급의 나머지 부분에게는 면죄부를 주게 되죠. 그럼으로써 지배계급 일부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입니다.

노동계 주요 지도자들과 좌파 일각이 조국 논란 이후 민주당의 ‘검찰 개혁’ 소동에 대해 취했던 태도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의 ‘검찰 개혁’은 반민주적 악법을 문제 삼은 것도 아니고,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을 비판할 때도 주로 고위층 수사를 맡는 특수부 수사를 문제 삼는 등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노동계 주요 지도자들과 좌파 일각이 민주당의 ‘검찰 개혁’ 기치를 지지한 것은 지배계급 양당 간 권력 다툼에서 민주당을 편들고 민주당의 부패를 덮으려는 노력을 거든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사회자: 검찰공화국론은 국가기구 중에서 검찰의 문제만 부각하고 있는데요, 검찰만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김문성: 네,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검찰공화국론의 둘째 약점입니다. 검찰공화국론은 지정학적 불안정과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자본주의 국가기구 전반이 반동화할 위험성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겼는데, 이것은 군부와의 관계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조처입니다. 또, 윤석열 정부는 검찰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경찰과도 유착하고 있습니다.

국정원과 유착한 공안검사 이시원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해 국정원과의 협력을 늘리려고 합니다. 정치 공작에 연루됐던 전 국정원장 남재준과 이병기를 가석방으로 풀어 준 것도 앞으로 그런 일을 더 잘하라는 신호입니다.

윤석열은 법무부 산하에 인사 검증 기구를 설치하려다 비판을 받자, 경찰과 국정원에도 유사한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시도들은 인사 검증을 가장한 무차별 정보 수집과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경찰을 주목해야 합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경찰 권한이 강화돼 왔으니 정권이 직접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의 법적 사무에 ‘치안’을 포함시키고 산하에 경찰국을 설치하려 합니다.

치안 업무는 1987년 이후 경찰이 정권의 직접적인 통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요구로 삭제된 것인데, 이를 되살리겠다는 겁니다.

경찰은 막강한 정보력과 치안 역량을 더 노골적으로 반동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사회자: 윤석열 정부의 우파적 공세가 예상되는데요, 이에 맞서 어떤 운동의 전략이 필요할까요?

김문성: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이후에도 민주적 권리는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투쟁적 노동운동과 급진 좌파에 대한 탄압 공세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에 맞선 노동계급의 저항이 있었기에 민주적 권리가 유지되고 신장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정부 하에서 적용돼야 할 교훈입니다. 민주당과의 제휴로 민주적 권리를 지키고 확대할 수 없습니다.

최근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민주당 내 논란과 내분은 민주당을 통해 개혁을 실현하려는 노선이 얼마나 무망한지를 다시금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지난 5년간 개혁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인적 쇄신을 하자는 온건한 주장조차 거부됐기 때문에 벌어진 것인데요, 민주당의 핵심들은 지방선거의 책임을 박지현 비대위원장에게 전가하려고 하죠. 이 과정에서 이른바 ‘개딸’ 현상도 활력이 크게 훼손됐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내에선 민주당과의 ‘전략적 야권연대’에 다시 시동을 걸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검찰공화국론은 이런 노선을 정당화합니다. 마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유신 회귀’니 ‘파시즘화’니 하는 것이 순전한 과장이고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대를 정당화하는 것에만 이용됐듯이 말입니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우파적 본성을 직시해야 합니다.

최근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광주 학살의 후예라는 주장을 비판했는데, 의회 안으로 갈등을 포섭해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윤석열의 우파적 공세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런 주장은 피억압 대중의 정치의식과 운동의 경계심을 흐릴 뿐입니다.

좌파 일각에서 보이는 민주당과의 제휴든 민주당에 대한 추상적 차별화든 둘 다 선거와 의회 중시 전략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둘 모두 결국 민주당과의 협조 노선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최근 경험만 봐도, 노동운동과 좌파가 민주당과 무관하게 박근혜 퇴진 촛불에 불을 댕겼을 때 성과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우파적 공세에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 건설로 맞서는 전략과 정치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연대가 사활적입니다. 좌파가 분열하고 약화된 지금, 연대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혁명적 좌파의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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