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름값이 4주 연속 상승하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5월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30퍼센트로 늘렸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5월 첫 주에만 기름값이 떨어졌을 뿐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달 수백만 원의 기름값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화물 노동자들은 운송료 인상,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6월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는 기름값과 물가 때문에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있다 ⓒ이미진

최근 기름값이 치솟은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서방의 제국주의 대리전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00일이 넘었지만, 러시아의 공격과 나토의 확전 시도, 미국·유럽연합의 러시아 봉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유가가 떨어지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이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퍼센트 가까이 축소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정도까지 치솟았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등 군수 지원을 늘려 나토의 확전 시도를 지지하면서 국제 유가 인상에 한몫하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는 7~8월에 하루 64만 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정도로는 세계 석유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산을 보면, 러시아가 4월에만 이미 하루 100만 배럴 가까이를 감산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는 러시아 석유 생산량이 하루 300만 배럴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석유 생산 국가들이 단시간 내에 러시아의 감산 물량을 채울 능력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상하이·베이징 등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대도시 봉쇄가 풀리면서 세계 석유 수요는 더욱 증가할 공산이 크다.

한편, 석유 가격 급등으로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5월 수출은 615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3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석유·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632억 2000만 달러)이 32퍼센트나 증가해, 무역수지는 17억 1000만 달러 적자였다.

게다가 4월에는 생산(0.7퍼센트), 소비(0.2퍼센트), 투자(7.5퍼센트)가 모두 감소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 효과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경제 불안정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는 기업주들의 이윤을 지켜 주려고 노동자·서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데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억제, 공공부문에서 민영화 확대 등으로 물가 인상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해 임금 인상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감소하는 실질임금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퍼센트나 올랐다. 2008년 8월(5.6퍼센트) 이후 최고치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석유 제품과 축산물이었다. 경유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8퍼센트, 휘발유는 27퍼센트나 뛰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가루(26퍼센트), 식용유(22.7퍼센트), 빵(9.1퍼센트) 등도 크게 올랐고, 돼지고기(20.7퍼센트), 수입 쇠고기(27.9퍼센트), 닭고기(16.1퍼센트) 등 축산품의 물가도 두 자릿수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9.6퍼센트나 오르며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전기·가스·수도 요금을 인상해 노동자·서민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돼지고기 등 수입 농축산물 관세를 낮추고, 수입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지만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정부 예상으로도 물가를 0.1퍼센트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하니, 최근 5퍼센트를 넘은 물가상승률에 견주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6퍼센트대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1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대폭 상향했다.

석유 가격 인상에 따른 세계적인 물가 상승은 실질임금 삭감 효과를 내고 있다.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1퍼센트를 기록했는데, 임금이 물가만큼도 오르지 않아 올해 실질임금은 2.2퍼센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퍼센트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물가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4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 3월 상용 노동자 임금은 40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6.7퍼센트 올라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잡고 있지만, 임시일용 노동자 임금은 174만 5000원으로 3퍼센트(5만 1000원)밖에 오르지 않아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 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1분기에만 영업이익으로 4조 6244억 원을 벌었다. 2분기에도 1분기 못지않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고통이 노동자 등 서민층에 전가돼서는 안 된다. 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생필품 가격 인상을 규제하고, 유류세와 공공요금을 인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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