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제국주의 갈등 와중에 식량 수출을 중단하는 것은 어떠한 총·폭탄·미사일보다도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가 주요 식량을 쌓아만 두고 우크라이나산 곡물도 창고에서 썩히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식량 수출이 막히면서 많은 개발 도상국, 특히 동아프리카에서 기근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이렇게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식량을 무기화하면 침공으로 달성하지 못한 일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 그보다 훨씬 많은 전 세계 사람들의 식량 공급이 말 그대로 러시아군의 볼모가 됐다.”

통제

그러나 블링컨은 위선자다. 식량은 제국주의 전쟁에서 언제나 강력한 무기로 이용돼 왔다. 미국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전쟁이 파괴를 부르면 공급로가 끊기고 파괴되며, 식품 생산 인프라가 무너지고, 노동자들은 분쟁 지역을 탈출한다.

계절에 따른 재배와 유통망이 교란돼 전 세계적으로 빈곤이 증대한다. 식량이 있다 해도, 포위된 정부는 식량을 제대로 유통할 수 없거나 유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식량 공급을 통제하는 자가 국민을 통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나라에서 생산된 주식 식량이 세계의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는 일은 흔하다. 옥수수 수출의 거의 40퍼센트는 미국산이고 쌀 수출의 30퍼센트는 중국산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생산량의 30퍼센트와 해바라기씨유 생산량의 69퍼센트를 생산한다.

세계 식량 공급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다 보니 이 소수의 국가들은 커다란 힘을 휘두른다.

다른 나라들은 이들 국가에 식량을 의존하고, 이들 국가는 식량을 공급받는 국가의 국경 안에 군사 기지를 짓고 무역로를 이용하는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식량을 제국주의적 무기로 이용한 것은 러시아가 처음이 아니다.

1974년에 미국 농무부 장관 얼 버츠는 이렇게 말했다. “식량은 무기다. 식량은 이제 우리의 주요 협상 수단의 하나다.” 1980년에 버츠의 후임자 존 블록도 이런 견해를 지지했다. “식량은 우리의 가장 큰 무기라고 본다.”

식량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하에서는 모든 것이 그렇듯 식량도 상품화된다.

식량을 구매할 수 있으려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일정한 구실을 수행해야 한다. 식량을 살 임금을 받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국가나 자선 단체가 나눠 주는 식량으로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한다.

영국에서 식량의 상품화는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인클로저 법이 시행된 이후 발전했다. 이 법으로 개방경지제도가 철폐되고 농민들이 토지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부유한 지주들은 토지를 장악하고 사람들이 더는 자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클로저는 자본주의의 성장에서 핵심적 구실을 했다. 토지를 잃어 일손을 댈 몸뚱이만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때 소유했던 식량을 사기 위해 임금을 받고 일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공장에서 일하러 도시에 정착했다.

자본주의는 지배계급이 식량을 제국주의의 무기나 도구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메리카를 식민지화하던 정착민들은 중부의 평원을 정복해서 철도를 건설하려 했다. 그러자 이미 그곳에 살던 원주민의 저항에 부딪혔다.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군들은 원주민들의 핵심 단백질 공급원인 들소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한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가능한 한 모든 들소를 죽여라. 들소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인디언 한 명이 사라진다.”

1700년대 후반에 6000만 마리 이상이었던 들소는 1889년에 541마리로 감소했다. 그 결과 원주민 인구가 급감했다.

영국에서 건너 온 식민지 정복자들이 호주를 정복했을 때도 비슷한 전술이 동원됐다. 원주민들은 식량의 원천이었던 사냥터와 호수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원조의 대가

식량의 무기화는 기아와 기근을 초래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때로는 제국주의적 이익에 따라 식량을 공급할 수도 있다.

냉전기에 미국은 여러 나라에 식량을 원조해서, [신생 독립국들이] 소련식 국가자본주의로 기울던 당시의 추세에서 그 나라들을 멀어지게 하고 자본주의 질서에 엮어 놓으려 했다.

인도는 1950~1960년대에 미국의 주요 원조 수혜국이었다. 이 원조는 인도를 소련과 멀어지게 하고, 인도 국내에서 성장하던 공산주의 운동을 억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 덕분에 미국은 이 지역에서 교역 관계를 맺고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연 재해를 약삭빠르게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2010년 대지진이 아이티를 강타했을 때가 바로 그랬다. 식량은 재난을 당한 아이티에 공짜로 제공되지 않았고, 미국의 더 많은 군사적 간섭이라는 대가가 따랐다.

자본가들이 기아, 영양실조, 대량 학살을 일으키려고 식량 공급을 제한하는 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상시적이 됐다.

1973년 미국은 칠레에 대한 식량 원조를 중단했다. 칠레는 인구를 먹여 살릴 충분한 식량을 자급할 수 없는 나라였다. 미국은 칠레에 대한 식량 수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는 살바도르 아옌데의 좌파 정부를 전복시킨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식량이 어떻게 제국주의의 무기로 이용되는지는 한때 동아프리카에서 미국의 필수적인 동맹국으로 여겨졌던 수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1983년 수단에서는 정부군과 수단인민해방군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식량은 정치적으로 중요했다. 정부는 군대에 지출할 외화를 얻으려고 신속하게 농산물을 수출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또, 수단 정부는 반정부 세력 대부분이 기반을 둔 수단 남부로 식량이 가지 못하게 했다.

1989년 6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가 [이전 친미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하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미국은 위선적이게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군사 쿠데타로 무너졌다는 이유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1990년에 수단 정부는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식량 원조를 요청했다. 미국 국제개발처는 이 요청을 거절했다.

“세계 최대의 인도적 위기” 서방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봉쇄로 기아가 만연한 예멘 ⓒ출처 Save the Children Canada

흔히 제국주의자들은 식량 수출 중단이 수단의 사례처럼 전쟁 범죄나 쿠데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의 동맹국이 악행을 저질렀을 때는 결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내전이 한창인,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예멘에 구호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15년부터 시작되고, 2년 뒤에 더 강화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봉쇄 조치 때문이다.

서방의 주요 동맹국이자 석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항구를 폐쇄하고 어선을 포격했다. 2020년 5월 유엔 기구인 유니세프는 예멘이 “세계 최대의 인도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범죄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영국은 2015년 이래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적게는 84억 파운드, 많게는 200억 파운드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에 1100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현재 예멘에 제공되는 구호는 대부분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자선 단체들이 제공하는 것이다.

식량 원조 중단과 봉쇄는 결코 평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끊는 것은 제국주의가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장 잔인한 방법의 하나다.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서는 등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조금이라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면, 서방은 경제 봉쇄와 식량 원조 중단으로 대응했다.

강대국들

식량은 모든 사람에게 제공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대부분의 공급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후 변화가 급격히 가속화하면서 상황은 틀림없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인도 정부는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과 기록적인 폭염에 대응해 밀 수출을 중단했다.

여름이 다가오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흉작과 산불·가뭄 등 기상 이변이 낳을 현상들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4월 식량 부족과 물가 폭등에 항의해 스리랑카에서 벌어진 대통령 퇴진 시위 ⓒ출처 Nazly Ahmed(플리커)

그러나 강대국들이 식량을 무기로 이용한 결과는 그저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943년 영국 지배자들이 벵골의 대기근을 방치하자 평범한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곡물 창고를 습격해 반란을 일으켰다. 이 반란은 인도를 대영제국에서 독립시킨 최종적인 독립 투쟁의 선봉이 됐다.

식량 가격이 치솟는 오늘날 굶주리는 사람들의 분노는 더 크게 폭발할 공산이 크다. 올해에만 이미 수단이란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투쟁들은 독재자를 타도하고 제국주의자들을 패퇴시킬 잠재력이 있을 뿐 아니라,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박탈하는 체제에 사람들이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런 박탈을 끝장내려면 식량 공급을 평범한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특권층이 공급을 비축하고 유통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해체해야 한다.

역사를 보면 전쟁과 치솟는 식량 가격에 대항하는 항쟁과 파업이 숱하게 있어 왔다. 이는 변화가 가능한 것임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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